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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건희-이재용은 봐주기 재판도 세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김철수 기자

1월 18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담당 재판장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정준영 재판장이다.

문제는 정준영 재판장이 노골적인 ‘이재용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준영 재판장이 오죽 ‘이재용 봐주기’를 했으면, 특검이 2020년 2월 재판장 기피신청까지 했을까?

사실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실형선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법원이 2019년 8월 29일 파기환송 판결을 할 때에, 이재용 부회장이 법인자금을 횡령해 박근혜 전 대통령측에 제공한 뇌물액수를 36억에서 86억으로 올려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라 50억 이상 횡령에 대해 적용되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으로 적용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 아니라,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니 형을 감경해줄 명분도 없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실형선고가 아닌 집행유예 선고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을 때 하는 ‘작량감경’을 적용해서, 법정형의 하한선인 징역 5년을 징역 2년6개월로 줄인 뒤에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방법이 있다(집행유예는 3년이하의 징역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적극적 뇌물로 판명이 되고, 뇌물 액수까지 늘어난 마당에 ‘작량감경’을 하기는 어렵게 된 상황이었다.

‘봐주기 재판’도 세습?

그러나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이 시작되자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상한 얘기를 했다. 처음에는 ‘재판결과와 무관하다’면서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요구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의 중요한 사유로 삼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법에도 근거가 없는 임의적인 준법감시위원회를 핑계로 봐주기 판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그리고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임의기구를 구성했다.

이런 정준영 재판장의 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재벌 관련 재판에서 여러 판사들이 보여온 태도이다. 범죄에 대해 엄중한 판결을 하기 위해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봐주기 위한 명분을 찾는 재판을 하는 것이다.

2008-2009년에 이뤄진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재판 때에도 판박이같았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의해 차명계좌, 탈세 등 삼성그룹의 불법실태가 드러났다. 특검이 만들어졌고, 이건희 회장은 기소되어 재판정에 섰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양형 반영 시도 중단 및 재판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0.12.21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양형 반영 시도 중단 및 재판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0.12.21ⓒ김철수 기자

그러자 이건희 회장은 면피성 조치를 내놓는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은 삼성과 관련된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다고 했고, 그룹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권세습을 위한 변칙증여와 관련해서, 아들인 이재용도 최고 고객책임자(CCO) 지위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후 이 사건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가, 역시 대법원까지 가서 파기환송이 되었다. 2009년 5월 대법원에서는 쟁점중에 하나였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에 발행하여 이재용 등이 주식을 싸게 취득할 수 있게 한 것을 배임으로 인정하고 파기환송을 했다.

그에 따라 이건희 회장에게는 탈세 뿐만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이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김창석 재판장(이후에 대법관이 된다)은 ‘작량감경’을 해서 이건희 회장에게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배임액수가 227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감경을 해 준 것이다. 악질적인 변칙증여, 배임, 탈세에 대해 집행유예를 해 준 것이다.

약속 뒤집고, 또 범죄 저지른 후
‘눈물’보여?

이렇게 형이 확정되자, 이건희 회장의 사죄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2009년 12월 이명박정권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3월 이건희 전 회장은 사퇴를 발표한 지 23개월 후에 다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다.

해체하겠다던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로 이름만 바꿔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계속했다. 목표는 이전과 똑같았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소의 자금으로 최대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추진했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측에 뇌물도 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0.05.0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0.05.06ⓒ민중의소리

2008-2009년 이건희 전 회장이 재판을 받을 때 뉘우치는 척 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라는 똑같은 목적을 위해 또다시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 정도면 가중처벌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지금 재판을 맡고 있는 정준영 부장판사는 굳이 이재용의 ‘회개’를 믿고 싶어하는 듯하다. 그래서 준법감시위원회라는 핑계거리를 본인이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또다시 3-5판결(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로 3-5판결을 내린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대 수치가 될 것이다. 반복된 불법을 저지른 삼성 재벌일가에게 사법부가 작정하고, 일부러 솜방망이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배임액이 50억~300억원인 경우 4~7년을 기본 형량으로 하고, 가중이나 감경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감경을 할 사유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양형기준상 가중처벌을 해야 할 사유만 존재한다.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의 목적이 있는 경우’, ‘범행 후 증거은폐 또는 은폐 시도’가 있는 경우는 가중사유가 된다. 게다가 단순 횡령이 아니라, 횡령한 돈으로 뇌물을 줬다. 그렇다면 5년 이상의 실형에 처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정준영 재판부가 18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사법정의’는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다. 판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하승수(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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