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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쟁의행위 중지해야 지원” 이동걸 산은 회장에 쏟아진 각계각층 질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쟁의행위 중지’ 발언에 대해, 노동계를 비롯해 학계·법조계·정계 등 각계각층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온라인 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에 대해 “노조가 단체협약을 매년 하지 않고 3년마다 하는 것에 동의하고, 흑자가 나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지하겠다는 각서를 내야만 지원하겠다”며 “이 두 가지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체협약은 노조와 회사가 맺는 협정으로 임금과 휴게 시간 등 노동조건을 포괄한다. 노동자 개인이 회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어려워, 노조에 계약 주체로서 지위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달 국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을 개정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단체협약 주기가 길어지면 이른바 ‘어용노조’에 의해 체결된 내용이 유지되는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노동계는 노동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이 반발해왔다.

쟁의권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으로, 노동자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이 회장은 노동자의 마지막 보루인 파업을 두고 “자해 행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가기관장이 할 얘기 아냐…일반 경영진이었으면 부당노동행위 소지”

이 회장 발언이 전해지자 노동계는 일제히 비판 입장을 내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3일 논평을 내고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와 노조 권리를 산은 회장이 정면으로 부정하며 나선 꼴”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핵심협약 중 가장 중요한 결사의 자유 협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LO 핵심협약은 경제 위기와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파업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에 제약을 가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쌍용차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속노동조합도 “쌍용차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황에서 채권자이자 문재인 정부 산업 정책의 집행 기관 격인 산은 회장이 노조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지원 조건을 단 건 법원 권한을 침해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시민사회도 이 회장 발언이 국책은행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일반 기업 경영자는 쟁의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게 이른바 계층 간의 이해대립 문제”라면서도 “쟁의행위는 헌법상의 기본권인데, 공공기관장이 기본권을 실현하는 행위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적절한 언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쟁의행위 중지 발언은 위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경영진이 노조에 파업을 자제해달라고 말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며 “발언 맥락과 노조가 처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쟁의권 제한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돼 효력이 없다”며 “산은 회장이 위헌적인 내용을 금전 지원 조건에 결부한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 발언은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것을 넘어 위헌”이라며 “노동 3권을 금지하는 발언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쌍용자동차 전경 사진.
쌍용자동차 전경 사진.ⓒ제공 : 쌍용자동차

“채권단 책임 방기하다 노동자에 피해 전가”

이 회장 발언을 두고,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권을 경시해온 산은의 행태가 드러난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부소장(변호사)은 “채권단에 의한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며 “이번 이 회장 발언은 구체적으로 쟁의행위와 단체협약을 걸고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를 구조조정 협상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부소장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산은이 노동자를 중요한 의사결정 주체로 인정해야 책임 있는 채권 금융기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는 협상 결과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데,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했다. 인수합병 대상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협상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공시 의무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산은이 채권단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다가 기업이 위기에 처하자 피해를 노동자에 전가한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이 부소장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양상을 보면, 채권단은 기업이 부실화되는 과정에서 경영에 대한 감시도 제대로 하지 않다가 구조조정에 따른 피해를 노동자에게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송덕용 회계법인 공감 회계사도 “산은이 채권자 또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가 자금 회수를 위해 손 털기식으로 급하게 매각하는 건 정부 기관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산은과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자금 지원 계획을 철회하고 새 주인을 찾겠다고 나서면서 돈줄이 끊겼다.

쌍용차 최대 채권단인 산은은 마힌드라의 선지원을 요구하다가, 만기 연장 외에 별다른 추가 지원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운용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쌍용차를 제외했다.

국회는 쌍용차 위기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책임이 없는 노조를 탓하기에만 바쁜 모습에 처참할 따름”이라며 “쌍용차 위기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약속을 어기고 산업 당국의 외국인투자기업 정책 부재가 만든 비극”이라고 짚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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