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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헌법 위에 군림하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신년 간담회에서 노동자를 향해 폭언을 내놨다. 이 회장은 쌍용차 지원에 관해 “노조가 단체협약을 3년마다 하는 것에 동의하고, 흑자가 나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지하겠다는 각서를 내야만 지원하겠다”며 “이 두 가지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산은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쌍용차의 경우에도 산업은행은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이고, 지난 해 말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하면서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앞으로 쌍용차의 회생 여부에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초법적 권한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가 기업의 존속 여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인식하는 듯 하다. 이 회장의 말처럼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다면 그 다음 수순은 대규모 정리해고와 기업 매각이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는 이미 한 차례 커다한 홍역을 겪었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2009년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그 해 4월엔 전체 임직원의 37%인 2646명을 정리해고 했다. 노조가 공장을 점거해 77일간 파업에 들어갔고, 경찰은 헬기를 동원한 대규모 작전으로 이를 강제진압했다. 당시의 정리해고는 해직노동자와 가족을 포함해 30여 명이 세상을 떠나는 결과를 빚었다. 우리 사회는 아프게 이를 기억하고 있다.

노동자는 회사의 구성원이며 구조조정에서도 협상의 주체가 되어야 마땅하다. 협상 결과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이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나아가 쌍용차의 부실에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이 자신들의 부족은 돌아보지 않은 채 노동자에게만 그 피해를 전담하라고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

헌법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있다. 하물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자가 노골적으로 이를 막아나서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회장은 ‘독한 발언’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싶었을 수도 있다. 그 대상이 구조조정 국면에서 궁지에 몰리게 될 노동자를 향했다니 참담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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