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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50만원이면 막을 수 있었던 ‘파쇄기 사망’ 참극  

지난 11일 광주 광산구의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파쇄기에 끼어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노동청은 사망 사고 발생 전에 해당 사업장을 방문해 위험을 감지해놓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공분을 사고 있다. 
  
50대 노동자를 삼킨 파쇄기는 위험천만 그 자체였다. 사람이 접근하면 저절로 멈추는 안전센서도 없었고, 비상스위치는 조작하기 힘든 곳에 위치했다. 특히, 2인 1조가 아닌 단독으로 작업을 했기에 비상스위치는 무용지물이었다. 파쇄기 주변은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파쇄기 옆에 가위와 낫이 놓여 있는 것으로 봐서는 파쇄기 속으로 직접 손을 넣어서 걸린 노끈들이나 플라스틱을 직접 잘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5월 광주 광산구의 한 목재공장에서 김재순 씨가 파쇄기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의뢰해 이번 파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방문하여 파쇄기 개구부 덮개 설치 및 비상정지 스위치 설치 등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사람이 파쇄기에 직접 플라스틱을 투입하는 작업 방식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바꾸라는 권고하지는 못했다.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사업자의 편의를 봐줬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고작 150만원이면 교체할 수 있는 것을 권고조차 하지 않았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한마디로 죽지 않을 수 있었는데 죽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고는 사회적 타살이나 다름없다. 
  
사고 사업장은 최소 5인에서 최대 20인의 노동자가 일하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정부여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강력한 처벌이 어렵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에서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기간 3년이니 이런 죽음을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판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나가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현실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니 개탄할 일이다. 
  
대체 정부여당은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노동청 권고로도, 전수조사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번 중대재해법으로도 죽음을 엄벌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사업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사망사고를 일으킨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하며 유예기간 없이 똑같이 시행해야 한다. 얼마나 더 노동자들이 죽어야 법 한 줄이 만들어진단 말인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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