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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법정서 인정됐다

서울시 비서실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정 모 씨가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 씨 측은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입은 이유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 성추행을 지목했는데, 재판부는 이 부분 판단 과정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전 비서실 직원 A 씨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울시장 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1차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0.10.22.
서울시 전 비서실 직원 A 씨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울시장 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1차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0.10.22.ⓒ뉴시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준강간치상 등 혐의를 받는 정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정 씨는 지난 4·15 총선 전날인 4월 14일 오후 11시경 비서실 회식 후 만취한 여성 동료 A 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해 상해(PTSD)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라며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강간 사실을 부인한 정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성범죄 사건에서 객관적 증거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 촬영하거나 녹음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다. 결국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 내용 중 어느 것을 신뢰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당일 증거 채취를 위해 해바라기센터를 가면서 경찰에게 강간 피해를 진술한 점 ▲피해자가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진술하는 점 ▲피고인과의 기존 관계에 비춰 피해자가 진술을 의도적으로 꾸며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인정했다. 피해자가 피해 직후 30분간 샤워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몸 등에서 피고인 유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강간 피해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섹스 알려주겠다던 박원순”
박원순 성추행 피해 인정한 법원

“피해자가 PTSD를 입은 이유는 박 전 시장 때문”이라는 정 씨 측 주장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정 씨의 범행이라고 분명히 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뉴스1

재판부는 피해자의 정신과 상담기록 중 주요 내용으로 “박 전 시장 밑에서 근무한 지 1년 반이 지난 이후 박 전 시장이 야한 문자와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내고 ‘냄새 맡고 싶다’, ‘옷매무새가 멋있다’, ‘네 사진을 보내달라’라고 했다”, “다른 부서로 이동한 뒤인 2019년 2월 박 전 시장은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잘 알아야 시집을 잘 간다’, ‘섹스를 알려주겠다’며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 과정을 줄줄이 말했다”라는 진술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등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라면서도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심각한 자살을 고민했다. 피해자는 피고인 배우자의 출산과 자녀 생일 등을 챙기며 평소 존경하고 친근하게 지냈는데 그런 사람에게 피해를 봤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이 컸다”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언론기사에 의한 2차 피해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라는 정 씨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호소하는 2차 피해는 서울시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상담기록에 따르면 피해자는 언론보다 직장의 처리 과정과 직장 내 허위 소문, 이 사건 수사 진행 과정 중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씨가 도망갈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했다. 앞서 정 씨 측이 “정 씨가 처와 자녀가 있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라고 선처를 호소한 것과 관련 재판부는 “가정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에 구호 요청할 수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유포 사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관련 정부 부처, 지자체 등에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조치를 요구했다.   2020.12.28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유포 사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관련 정부 부처, 지자체 등에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조치를 요구했다. 2020.12.28ⓒ김철수 기자

피해자 측 “박원순 사건 인정, 조금이나마 위안”
“당장 2차 가해 멈춰라”

선고 직후 피해자는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피고인에 대한 처벌로 사법 정의를 실현해준 법원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가 박 전 시장 사건 피해를 인정한 부분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고소인이 사망한 이후 피해자가 판단 받을 기회조차 봉쇄됐다. (박 전 시장 사건 관련)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너무나 많은 공격을 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언급한 점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2차 가해를 멈춰달라”라는 피해자 목소리를 전하며 김 변호사는 피해자 어머니의 탄원서 일부를 언급했다. “나는 혹시라도 우리 딸이 나쁜 맘을 먹을까 봐 집을 버리고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우리 딸은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불 꺼진 방에서 휴대전화를 뒤적거리며 뉴스를 확인하고 악성 댓글을 확인한다. 어쩌다 잠이 든 딸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나는 우리 딸이 정말 숨을 쉬지 않는지 확인하느라 잠을 잘 수 없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향하는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달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공감과 연대, 2차 가해 차단이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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