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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면? 블랙리스트 해결 안 됐는데...이건 코미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가 14일 대법원 앞에서 '블랙리스트 주모자 처벌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와 김기춘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1.01.14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가 14일 대법원 앞에서 '블랙리스트 주모자 처벌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와 김기춘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1.01.14ⓒ민중의소리

박근혜 정부 시절 진행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문제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김기춘 등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박근혜 사면 이야기가 나온다. 봐주자고 한다. 이건 코미디다"라고 비판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14일 오전 10시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나. 사법적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봐주기를 보고 있다"면서 "온 나라가 검찰 개혁을 얘기하는 사법적 정의를 말해놓고, 대통령은 정의로운 나라를 말해놓고, 사법적 정의는 중요하지 않고 봐주자고 한다. 이런 봐주기가 박근혜 같은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는 국가의 모든 권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라는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예술가를 검열한 검열 범죄"라면서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있는 날이다.

동시에 이날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인들이 대법원 앞에 모여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앞서 2020년 1월 대법원은 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원재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은 "오늘은 김기춘 파기환송심이 시작되는 날"이라며 "사법부가 파기환송을 시키면서 블랙리스트 명단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김기춘이나 박근혜에 보고한 것을 다시 판단하라고 한 것이다. 이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현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다"라며 "예술위원회의 어떤 위원도 어떤 직원도 청와대에 사전 보고를 안 한다. 그건 명확한 검열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박근혜·김기춘에 대한 사법적 정의를 다시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측 역시 "대법원은 김기춘, 조윤선 등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파기환송 사유로, 블랙리스트 사건 이전에도 공공기관이 공모사업 신청자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송부하거나 심사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이 통상적인 업무가 아니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공모사업 신청자 명단을 심사위원 이외에 유출하거나 심사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김슬찬 기자

피해자 고통은 계속...박근혜·김기춘은 사죄해야
헌재,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위헌 판결...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 및 사과 나와야

이어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피해 예술인에 대한 박근혜·김기춘의 사죄를 촉구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역시 적폐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내세웠던 약속을 잊지 말고 블랙리스트를 국가폭력으로 인정,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가는 행정력 동원해 나의 이름과 삶을 사찰했고, 작품 검열했고, 창작할 권리를 박탈했다"며 "그 이후 나의 일상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포·불안을 떨쳐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이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이 귀환하여 별일 없이 잘 사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며 "블랙리스트가 다시 발생하지 않고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다양성 발휘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박근혜·김기춘이 블랙리스트 피해자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역시 블랙리스트가 국가폭력이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김윤규 씨는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블랙리스트를 국민의 주권과 기본 질서에 반하는 위헌이라고 판단 내렸다"면서 "그러나 현 정부는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와 헌재 판결이 내려진 오늘까지 공식적인 인정과 사과는 물론 어떤 입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 없는 미래는 피해자에게 더 큰 아픔을 떠넘기는 2차 가해다"라며 "촛불과 함께 한 그 길에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정부의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미술작가), 원승환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모임(영화비평가), 성지수 프로젝트 뒹굴 대표 겸 연출가, 김윤규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이양구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극작가), 이원재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 이동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위원회(독립기획자) 등이 참석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와 문화예술인들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현재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블랙리스트 국가 책임이행 촉구 릴레이 1인시위'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지었다. 여기에 앞서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더해져 박 전 대통령은 총 22년의 형기를 살게 됐다. 출소일은 2039년이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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