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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산다는 건 뭘까? 인생의 ‘불꽃’을 찾아주는 영화 ‘소울’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모든 사람이 위인으로 태어날 필요는 없어요.”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자신의 능력과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는 주인공 ‘조’에게 들려온 조언이다. 그렇다고 ‘조’가 엄청나게 불행한 삶을 산 건 아니다. 재즈 뮤지션이라는 뚜렷한 목표도 있으며, 그에 걸맞는 우수한 피아노 연주 실력도 갖췄다. 대외적으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정규직’ 자리도 따냈다. 하지만 조는 자신이 삶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영화 ‘소울’은 디즈니·픽사의 상상력이 또 한 번 진가를 발휘하는 작품이다. 부드럽고 맑은 파스텔 톤의 색상으로 표현한 ‘태어나기 전 세상’, 유연하게 모양을 바꾸는 영혼 카운셀러 ‘제리’, 귀엽게 뭉쳐 굴러다니는 ‘새로운 영혼’ 등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눈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영화 '소울' 스틸컷.
영화 '소울' 스틸컷.ⓒ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주인공 ‘조’가 학생들에게 음악 레슨을 해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조’는 유년 시절부터 재즈바 밴드 연주 세션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가진 중년의 남성이다. 우연한 기회로 바라던 재즈 바 피아노 자리에 합격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태어나기 전 세상’은 영혼들이 모여 자신의 성격과 특질, 성향 등을 만드는 최초의 공간이다. ‘제리’라는 카운슬러의 지도 하에 죽은 영혼들이 ‘멘토’가 되고,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은 멘토와 함께 지구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조건인 ‘불꽃’을 찾는다.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기 싫어해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포기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지구로 돌아갈 기회를 얻으려면 22가 ‘불꽃’을 발견해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아야만 한다. 조는 22와 합심해 불꽃을 찾고 지구 통행증을 넘겨받기로 한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다. 요리, 운동, 악기, 실험 등 그 어떤 것을 해도 22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러던 와중 조와 22는 마음의 어둠이 있는 ‘길 잃은 영혼’들의 공간에서 지구로 돌아갈 곳을 찾아내지만, 각자의 영혼이 다른 육체로 들어가 곤란을 겪으며 이야기의 새 국면을 맞이한다.

영화 '소울' 스틸컷.
영화 '소울' 스틸컷.ⓒ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낭만과 꿈을 좇아 열정 가득한 삶을 사는 조는 언뜻 보면 후회 없는 삶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목적에 매달리다보면 목적과 목적이 아닌 것을 하나 둘 씩 구분하게 되고, 목적이 아닌 것은 돌아볼 가치도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만다. 이런 조에게 영화는 말한다. 인생의 ‘불꽃’은 목적이 아니라고.

‘불꽃’은 무언가 달성하는 것, 명예를 얻는 것, 능숙해지는 것 등 능력과 사회, 명예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영화는 ‘불꽃’을 찾는 데 집착하는 것 대신, 감각으로 느끼길 조언한다. 선선한 바람을 쐬는 것,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을 만지는 것 등, 어떠한 조건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태어남으로써 자연히 부여받는 감각들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영화 '소울' 스틸컷.
영화 '소울' 스틸컷.ⓒ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모든 사람이 위인으로 태어날 필요는 없다는 말은 그러한 의미다. ‘태어날 수 없다’가 아닌 ‘태어날 필요가 없다’라는 게 중요하다. 위인이 아니어도 누릴 수 있는 것들, 지구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평하고도 소중한 순간 순간을 사랑할 때 우리 인생의 ‘불꽃’은 타오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조금은 특별히 느껴질 것이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불꽃’을 발견한 셈이나 다름없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6분. 전체 관람가.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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