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평화나무 리포트]원자력 발전은 과연 하나님의 뜻일까?
최재형 감사원장(왼쪽)이 2020년 1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11.16
최재형 감사원장(왼쪽)이 2020년 1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11.16ⓒ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포항·안동 MBC 보도로 원전문제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북 경주 월성원전 부지가 방사성 물질에 광범위하게 오염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국회 차원의 조사 필요성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삼중수소는 생체 세포와 결합해 유전자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라는 점에서 노후한 월성원전의 방사능오염 규모와 원인, 관리부실 여부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일부의 주장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맞대응했다.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의 삼중수소를 괴담으로 유포하는 저급한 술수를 멈추라”고도 했다. 월성원전 조기폐쇄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술수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정쟁 모드로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재형 감사원장의 신앙관이 다시 조명됐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감사원의 감사는 월권적 발상”이라며 “최 원장 개인의 에너지 정책관의 발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고, 김성환 의원은 “사법부의 판결까지 무시하고 자신의 왜곡된 종교적 신념으로 부적절한 감사를 한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논란이 된 “원전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감사원장의 신앙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터다. 이 문제는 가볍지 않은 이유는, 이것을 감사원장의 신앙의 발로로 믿는 개신교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 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소재 모 교회 장로다. 이 교회 주보에는 ‘휴무장로’로 올라온 그의 이름이 확인된다. 또 최 원장의 부인 역시 이 교회 권사라고 한다.

최 원장과 관련한 과거 기사를 찾다 보면, 역시 최 원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신앙’이다. 지난해 10월 월간조선은 “작은 자, 보잘것없는 자를 진심으로 섬기는 사람”이란 제목의 기사는 최 원장을 흠결이 없는 인간처럼 표현하고 있다. 여야가 모두 환영하는 24대 감사원장’, 소위 ‘엘리트코스를 밟은 데다, 신이 내린 인간이란 극찬을 받는 인성’ ‘그의 본관은 해주(海州)로 고려 왕조에서 가장 빛을 발한 명문가의 자손’이라느니,‘ 부친 최영섭(崔英燮·93·해사 3기)예비역 해군 대령(현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이 우리 해군에서 신화적인 존재’라는 등의 배경까지 낯뜨거울 정도의 칭송이 가득하다. 최 원장을 설명할 때 ‘신앙’이 빠지지 않는 요소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원전을
어떻게 보실까??

한국은 원전밀집도가 세계 1위라고 한다. 특히 부울경(부산, 울산, 경상) 지역에 대거 몰려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10만 km2 당 원전 수는 25.7기로 일본(11.5기)의 2배, 미국(1.1기)의 25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원전 주변에서 삶을 꾸리는 사람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갑상선암 등 건강에 대한 피해를 끊임없이 호소하며 분투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차례 미뤄왔던 월성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안건을 상정하는 2019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소 월성1호기 영구정지 의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월성1호기 영구정지 촉구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12.24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차례 미뤄왔던 월성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안건을 상정하는 2019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소 월성1호기 영구정지 의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월성1호기 영구정지 촉구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12.24ⓒ김철수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한 2011년께 서울대 의학연구원 안윤옥 교수팀이 정부 용역을 받아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 지역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연구 결과 “원전 주변 지역주민의 갑상선암 발생의 상대위험도가 원전과 거리가 먼 대조지역 주민의 2.5배로 나타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했다.

피해의 입증책임을 고스란히 지게 된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정부는 2018년 원전 인근 주민 전부를 대상으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당시 2020년부터 원전 주변 5㎞ 이내에 사는 주민 11만 명을 전수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늘 경제성 논리에 밀려 지역주민들이 건강위협에 노출된 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비전문가인 내가 볼 때도 지역수용성과 안전성 문제, 사고가 발생 시 비용,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비용 등의 문제까지 고려했을 때 원전이 경제적이라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지 물음표를 찍게 되지만, 한국에서 원전에 대한 논의는 늘 제자리를 맴도는 듯하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간사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용이 화석에너지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현상이 곧 오느니, 이미 왔느니 하는 상황”이라며 “환경과 건강, 생명과 연계된 문제를 가지고 정쟁으로 삼는 것은 멈춰야 한다”고 일갈했다.

월성1호기는 고리1호기 다음으로 오래된 원전이다. 1982년에 가동을 시작해 설계수명(30년)이 다한 2012년 11월 가동이 중단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2015년 2월에 수명을 2022년까지(10년) 연장해 그해 6월 다시 가동됐다. 대대적인 설비교체를 했으니 괜찮다는 것이 이유였으나, 재가동 1년 만에 두 차례나 운전이 중단돼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미 기한을 다한 원전 수명을 억지로 연장해 놓고, 조기폐쇄 운운하는 것도 설득력은 없다.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 10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원자로 주변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원통형의 탱크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 10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원자로 주변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원통형의 탱크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뉴시스

기독교 환경운동가들과 많은 신앙인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 방사성 물질이 소중한 생명을 위협하도록 하는 건,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인간에게 맡기신 청지기로서의 역할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창세기 1장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말씀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최초의 사명이었다. 이는 자연을 마음대로 짓밟아도 좋다는 것이 아니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며, 소중하게 보호하라는 것이었다. 환경파괴와 생명경시를 낳는 원전을 고집하는 건, 절대 성경적이지도 신앙적이지도 않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거듭되는 인류 잔혹사

원전에 찬성하는 개신교인들이 존재하는 건, 흑역사의 연장선처럼 여겨질 뿐이다. 돌아보면 인류 역사를 보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행된 잔혹사가 거듭돼왔다. 미국의 노예제도와 여성차별이 그러했고, 아메리카 학살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정당화됐다.

자료사진
자료사진ⓒ뉴시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현재도 정치적 목적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개신교를 이용하는 전광훈류의 사람들,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목사들, 또 기복신앙에 물든 개신교인들을 보면 이러한 잔혹사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참칭해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 신본주의를 부르짖지만,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전광훈 씨의 정치적 발언에 선동당한 이들이 폭력의 앞잡이가 되는 현실, 선동과 혐오 조장 때문에 가족 간 불화가 발생하는 상황 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한다. 최근 대면 예배를 고집하며 정부의 방역지침에 맹렬히 맞서는 목사에게 ‘코로나 시대의 교회의 역할’을 물으니,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그런 건 물어보지 말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아무런 의식도 없이 내뱉었다. 원전의 안전성보다는 경제성에 매달리는 이들에게도 피해 주민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 이는 단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을 신의 뜻으로 둔갑시키는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끔찍하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