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내부 보고서를 통해 경주 월성원전에서 상당한 양의 삼중수소(방사성물질)가 누출되고 있음이 드러나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찾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양이원영, 우원식, 이학영, 이성만, 김정호, 한준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3명은 18일 경주 양남면에 있는 월성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다. 월성원전 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월성본부 홍보관에서 한수원으로부터 삼중수소 검출 관련 현안보고를 받은 뒤 한수원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삼중수소 누설 원인을 하루빨리 찾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한수원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근거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며 ‘원전은 안전하다’고만 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근 주민 단체와 시민사회에 투서된 한수원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월성원전 3·4호기 주변 빗물 중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L)당 133 베크렐에서 923 베크렐로 측정됐다. 이는 1.05 베크렐 수준으로 알려진 전국 평균 공기 중 삼중수소 농도보다 많게는 900배 높은 농도다.
게다가 해당 보고서에는 ‘2019년 4월경 월성 3호기 터빈건물 하부 배수관로에서 리터당 71만3000 베크렐의 고농도 삼중수소 고인물이 발견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월성 3호기 인근 관측 우물 4곳에서 리터당 1140 베크렐에서 3800 베크렐 수준의 삼중수소가 관측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는 심각한 누출이 발생했다고 보는 기준(리터당 4만 베크렐)은 아니지만 다른 관측 우물보다 꽤 높은 농도라서,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은 이곳에서 삼중수소가 지속해서 새어 나와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한수원 측은 관측 우물에서 배출기준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원흥대 월성원자력본부 본부장도 특정 지점에서 삼중수소가 높게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지점에서 감마핵종이 함께 발견되진 않았다며 “구조물에는 이상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공기 중 삼중수소가 고농도 고인물에 전이됐을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같은 한수원 측 설명에 대해 “책임을 면피하려는 발언”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대한지질학회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된 월성원전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단을 구성한다고 하니, 협조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에 도착했다.
이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월성원자력본부 앞에는 탈원전 정책 찬반 주민이 갈려 제각기 집회를 열었다.
감포읍발전위원회와 원자력정책연대 회원들은 주차장 입구에서 “탈핵 무당들아 물러가라! 경주는 우리가 지킨다”, “탈원전 정당화를 위한 민주당의 왜곡 조작 언론보도를 즉각 중단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민주당 의원들을 막아섰다.
반면,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회원들은 한쪽에서 먹거리와 물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는데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냐며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월성원전 홍보관에서 현안 브리핑과 현장시찰 후 인근 주민들과 만났다. 우원식 의원은 주민 간담회 후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지금 가장 불안해 하는 당사자는 인근 주민들”이라며 “7년째 이주대책을 원하는 주민들은 ‘제발 살려달라’고 하소연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갑상선 암에 걸린 주민들도 있었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도 부동산 거래도 안 되고, 한수원에서는 기준치 미달이니 안전하다는 말뿐”이라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전했다.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일부 주민들의 당부도 전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객관적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 주민들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11일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배수로에서 발견된 고농도 삼중수소 고인물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에 보고했다”며 은폐 의혹을 부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민간환경감시기구 등 지역주민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14일 다시 “일부 혼선이 있었다”며 안전협의회 및 민간환경감시기구 등 지역주민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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