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백향희가 너무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무섭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는데, 그게 너무 큰 칭찬처럼 느껴졌어요. 무서웠다니 다행이구나”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개국 이래 처음 시청률 10%를 넘는 화제를 남기며 종영을 앞두고 있다. 악귀 잡는 ‘카운터’들의 활약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들 못지않게 주목받은 인물이 있으니 바로 ‘3단계 악귀’ 그중에서도 여자 악귀를 연기한 배우 옥자연이다.
옥자연이 연기한 ‘백향희’는 강력한 손톱과 발차기를 무기로 카운터즈와 싸우고, 매서운 눈매에 하이톤의 웃음소리는 시청자들에게 긴장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흔하지 않은 ‘여성 악귀’를 연기하느라 고민도 많았고, 웃음소리부터 액션까지 준비할 것도 많았다. 그만큼 ‘백향희’에 애착도 컸다고 한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옥자연은 2012년 데뷔해 연극계에서 주목받으며 활동했다. 그러다 2016년 영화 ‘밀정’에 송강호의 아내 역할로 출연한 이후 ‘버닝’, ‘인랑’, ‘안시성’, ‘걸캅스’, ‘속물들’ ‘백두산’ 그리고 드라마 ‘투깝스’ ‘나쁜 녀석들:악의 도시’ ‘이몽’ 등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왔다.
연극 무대로 데뷔해 배우 활동 1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영화와 드라마에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020년 옥자연이 만난 ‘경이로운 소문’은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일 지도 모르겠다.
배우 옥자연은 지난 18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이로운 소문’ 종영 소감 그리고 강렬했던 ‘백향희’의 뒷이야기 등을 전했다. 또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차기작 ‘마인’에 대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Q. ‘경이로운 소문’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지금 기분은 어떤지.
- 뭔가 허전하고 그렇다. 저만의 캐릭터로 팀에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은 게 처음이라 더욱 애착이 컸던 것 같다. 촬영 다 끝나고 사람들과 인사할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굉장히 애정이 있었구나 싶다. 저도 어제 14화를 봤는데, ‘다음 주면 막방이네’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아쉽고 그렇더라. 정말 굉장히 애착이 많았던 것 같다.
Q. 그래서인가. SNS에 사진을 폭풍 업로드 하는 것 같던데.
- 밤에 감성이 폭발해서...(웃음) 제가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경이로운 소문’ 사람들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그게 너무 아쉽더라. 그래서 나중에 스틸 사진 좀 퍼오려 한다.(웃음)
Q. 극 중 악귀 백향희는 상당히 강렬했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 처음 대본을 보고 준비할 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이게 판타지물이라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잘 모르겠고,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이렇게 해도 되나?’ 생각한 것들을 말씀드리면 감독님이 ‘괜찮다. 다 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믿고 갈 수 있었다.
사실 제가 방송으로 볼 때는 너무 오글거리고 좀 웃기고 그랬는데, 주변 사람들 심지어 친구들도 너무 무섭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SNS에도 무섭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데 그게 너무 큰 칭찬처럼 느껴졌다. 정말 무서워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Q. 백향희 하면 특유의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어떻게 준비했나.
- 그 웃음도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다. 이렇게 저렇게 웃어도 봤다. 터뜨리는 웃음이 있는가 하면 속에서 웃는 웃음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활용하려 노력했다.
제가 5화에 나오는 거울 장면을 찍고 있을 때 유준상 선배님이 옆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이셨다. 그때는 친분이 많지 않았던 때였는데, 오셔서 엄지를 치켜들며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셨다. 제가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이상하지 않냐고 했더니 무조건 좋으니까 믿고 가라고 엄청 용기를 주셨다.
Q. 웹툰 속 ‘백향희’와 싱크로율이 높다고 봤다.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 저는 사실 싱크로율 높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웹툰 속 백향희는 턱선도 날카롭게 생겼는데 저는 턱이 좀 각진 편이라 얼굴은 별로 안 닮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출연했던 독립영화 ‘속물들’(2019)의 감독님과 ‘경이로운 소문’ 유선동 감독님이 친구라고 하시더라. 당시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힘들었는데, 감독님은 극장에서 보셨다고 했다. 제가 극 중에서 마약도 하고 막 사는 역할이었는데 그 캐릭터를 눈여겨보셨더라. 그리고 이후에 ‘백향희’ 캐릭터를 캐스팅할 때 제가 떠올라서 불러주셨고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됐다.
Q. 악귀라고 하면 흔히 남성 캐릭터를 떠올리게 되는데, 여성 악귀는 어떻게 준비했나?
- 흔히 여성 악역이라고 하면 고정관념 같은 게 많이 들어간다. 여성 빌런이나 여성 악귀는 사치스럽고 성형을 하고, 뭔가 이기적이고 돈을 밝힐 것 같은 이런 클리셰(진부하고 틀에 박힌 생각이나 표현)가 걱정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걸 피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연구도 많이 했다.
그런데 워낙 선악이 분명한 작품이라 오히려 그런 클리셰를 활용해야겠다 싶었다. 감독님이 ‘할리퀸’ 이야기도 하셨는데, 너무 심리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캐릭터’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클리셰로 밀고 나가되 하나의 클리셰가 아니라 다른 것을 섞고 싶었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그려지는 백향희가 있고, 그 안에 마초 같은 악귀가 들어오면 재미있겠다 싶어 두 가지를 섞은 양성적인 존재로 연기했다.
싸우다가 열 받으면 짐승 같은 소리도 내는데 손톱이나 메이크업은 굉장히 여성스럽다. 어떨 때는 높은 톤으로 말하다가도 또 굉장히 저음을 내기도 한다. 어차피 악귀가 들어와서 평범한 인간은 아니니까 인간적이지 않은 존재, 양성적인 존재, 조금은 성을 초월하는 존재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게 드라마 속 백향희로 다 표현된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그런 노력 덕분에 새롭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백향희는 무서운데 약간 엉뚱한 면도 있고, 허당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그런 허당스러운 면은 원작 웹툰에서 많이 가져왔다. 웹툰 속 백향희가 굉장히 허당이더라.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허술하고, 지청신에게 당할 때 주눅드는 모습도 그랬다.
지청신은 사연이 있는 악귀이다 보니 좀 무게를 잡아주고, 저는 좀 발랄하고 엉뚱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생각하고도 연기로 옮기는 게 되게 어렵다. 이렇게 하면 또 갑자기 이상하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용기를 많이 주셨다. 편집 과정에서 다듬을 수 있으니 큼직큼직하게 하라고 하셔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백향희가 일 저지르고 막 좋아서 뛰고 하는데 시청자들도 같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Q. 5화의 엘리베이터 격투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찍었나.
- 제가 사실 액션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촬영 결과물을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제가 액션했던 게 너무 잘 나와서 놀랐다. 특히 대역으로 출연해주신 분께 너무 감사드린다.
무술감독님도 엘리베이터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들여 주셨는데 그 점에 너무 감사드린다. 촬영 시작하기 전 약 한 달 정도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연습했고, 집에서 혼자 발차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
제가 액션 장면 촬영하면서 크게 다친 건 없는데, 대역하신 분들은 다치기도 하셨다. 화면에 보이는 건 나지만 위험한 건 다 그 분들이 소화해 주신 것이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그분들의 노고가 있다는 걸 꼭 얘기하고 싶었다.
Q. 지청신과 달리 백향희의 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어떤 걸 고려하며 연기했는지.
- 상상하기 나름이다. 저는 오히려 백향희의 과거가 드러나지 않아 좋았다고 생각한다. 두 악귀 모두의 사연이 공개된다면 재미가 없지 않았을까.
‘향희’ 같은 경우 드라마 속에 살짝 나온 게 있는데 ‘가족 하나 없다’라는 대사가 있다. 사실 크게 학대를 당한다거나 그런 것은 좀 피하고 싶었고, 잠시 가족이 있었지만 애초에 가족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는 아이였다는 생각을 했다.
백귀(백향희에 스며든 악귀)를 만났을 때 반가움을 느끼는 사람, 자기는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걸 각인시키는 사람 그리고 특별한 사연과 슬픔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밖에 모르는 인물이고, 삶이 재미없고 욕망만 많은 그런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형사, 독립군, 특전사 요원에 악귀까지… 강렬한 역할들을 자주 연기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 캐릭터에 갇혀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멋진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 ‘이몽’이든 ‘나쁜 녀석들’이든 ‘백두산’이든 드라마와 영화에선 캐릭터가 너무 짧게 보인 면이 있는데, 나중에 제대로 보여드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키가 크고 중성적 이미지가 있어서 이런 역할로 불러주시는 것 같은데, 차기작 ‘마인’에서는 또 다른 모습, 지금까지의 캐릭터와는 결이 다르다. 액션 연기나 중성적인 모습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또 새롭다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많은 걸 숨기고 있는 역할인데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기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기대해 달라.
(옥자연 배우 인터뷰는 이어집니다.)
김도균 기자
연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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