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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쿠팡, IT로 만든 야만의 생태계

쿠펀치,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이런 단어들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쿠팡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해봤거나 쿠팡 관련 일자리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쿠펀치’는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노무관리용 앱의 이름이다. ‘쿠팡플렉스’와 ‘쿠팡이츠’는 일반인들이 자가용을 이용해 택배와 음식을 배달하고 수익을 얻는 서비스를 말한다. 서비스가 시작 된지는 몇 년 되었지만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친 2020년 이후로 이 각각의 서비스들의 수요는 폭증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의 위험에 내몰린 청년, 비정규직노동자, 자영업자들이 이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플렉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플랫폼이 지향하는 것은 극한의 ‘유연성(flexibility)’이다. 그리고 그 유연성의 핵심은 언제든 채용하고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고용의 유연성’이다. 이미 97.5%가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쿠팡 물류센터’에서 희석될 대로 희석된 고용관계는, 쿠팡 플렉스와 쿠팡이츠에 이르러서 아예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쓰러져 가고 있다.

쿠팡플렉스의 일자리 공고, 일의 유연성을 주된 홍보 문구로 삼는다.
쿠팡플렉스의 일자리 공고, 일의 유연성을 주된 홍보 문구로 삼는다.ⓒ사진 = 쿠팡

2020년부터 2021년 1월 중순까지 쿠팡에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하던 노동자, 납품업체 노동자, 구내식당에서 조리와 청소를 하던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졌으며, 지게차 운전자가 다리를 절단당하는 등의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재처리 되지 않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수많은 사고와 질병은 드러나지도 않으며, 자기 차로 쿠팡의 배달업무를 처리하는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노동자들이 업무 중 당한 사고는 파악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 쿠팡의 노동강도와 안전교육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안전보건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쿠팡의 대응은 한결 같았다. ‘쿠팡의 노동환경은 모범적이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한마디, ‘고인은 하청회사 소속으로 쿠팡과는 무관하다.’

산업 안전보건관리의 책임을 논할 때 통용되는 원칙이 있다. ‘위험을 만드는 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에서 이 책임은 당연히 사용자의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외주화와 하청 노동을 통해 뒤틀린 고용구조는 ‘사용자가 누구인가?’라는 틀린 질문으로 우리 사회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따라서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위험을 만드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위험을 만드는 자는 결국 노동의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자’다. 고용관계가 얼마나 복잡하든, 사장이 몇 명이든,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을 관리하고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을 관리하는 자, 일하는 방식과 작업량을 결정하는 자가 바로 ‘위험을 만드는 자’다. 쿠팡의 물류센터와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쿠팡의 물건을 싣고 거리를 달리는 노동자들의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이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쿠팡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각종 사고와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쿠팡의 뉴스룸을 한 번 둘러보면, 쿠팡 측의 무책임한 태도 바탕에 경영진의 강력한 자부심이 깔려있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눈부신 IT기술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조하고 있는 사회공헌 기업’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자랑하는 물류산업의 새로운 생태계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어떤 위험으로 다가오는지는 철저히 외면하면서도 말이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 대책위원회 등은 9일 서울 잠실 쿠팡본사 앞에서 현장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 대책위원회 등은 9일 서울 잠실 쿠팡본사 앞에서 현장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공공운수노조 제공

작년 6월 쿠팡의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청소 중 사망한 여성노동자의 가족은 고인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추정)한 고인의 업무시간은 흔히 통용되는 ‘과로사’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택배물량으로 식당이용자는 52%나 증가했고, 관리자들은 5월말 부천물류센터에서의 집단감염 이후 고인에게 더 많은 락스와 오븐클리너를 사용해 더 자주 청소하도록 지시했다. 물론, 방독마스크는커녕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조차 없었다.

이처럼 고인이 더 가혹한 환경에서 더 고된 노동을 하도록 만든 책임은 결국 물류센터의 시공간을 통제하는 쿠팡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아내와 엄마를 잃은 남편과 세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산재 입증의 책임이 오로지 재해자의 몫이라는 혹독한 현실만이 아니다. 고인이 일했던 구내식당은 외주업체에 위탁을 준 것이고 그나마도 고인은 외주업체 소속도 아닌 파견노동자이기 때문에 쿠팡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책임도 없다는 쿠팡 측의 태도는 유가족의 마음에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눈앞의 죽음을 외면하는 쿠팡 경영진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쿠팡이라는 일터의 시간과 공간이 스스로 변화할 리 없다. 그렇기에 지금으로서는 천안물류센터 노동자와 같은 피해자들의 투쟁이 유일한 희망이다. 부천물류센터의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비롯한 산재피해자들이 업무상재해를 인정받고 쿠팡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는 것이야말로, 쿠팡이 만들어낸 위험천만한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투쟁에 연대와 응원을 보낸다.

최진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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