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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자라는 아빠] 아빠의 ‘낚시 육아법’ : 옜다, 별 받아라!

띠로롱.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는 나의 기척에 아이가 뛰어나오며 큰소리를 외칩니다.

-엄마! 이것 좀 봐!
-아빠인데?
-아빠! 이것 좀 봐! (급하면 엄마, 아빠를 바꿔서 부름)

'아빠 왔어?'도 아니고 대뜸 '아빠 이것 좀 봐'로 들이미는 저녁 인사입니다. 신발도 벗지 않은 내 손을 잡아끌고 뭔가를 보여주려 합니다. 아이를 곧장 안아 들고 얼굴을 비비고 싶지만, 코로나 시국에 버스 타고 귀가한 아빠가 그럴 수 있나요. "수현아 잠시만!"을 외치고 곧장 세면대로 가서 손과 얼굴에 비누칠을 하는데, 아이가 욕실 입구까지 졸졸 따라옵니다. 마치 참치 캔을 발견한 고양이 같습니다. 씻는 내내 기다리길래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물어봅니다.

-아니, 대체 뭘 보여주려고?
-아빠가 봐야 해!

아이가 가리키는 집게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니, 한글 공부 책 귀퉁이에 아내의 사인이 있습니다. '참 잘했어요'란 글자와 함께, 스마일에 별표에 좋은 건 다 그려져 있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칭찬의 흔적이 요란했습니다. 'ㄱㄴㄷ'을 따라 그리기가 힘든 나머지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꾹 참고했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해 듣고는 쓰러지도록 아이가 귀여웠습니다. '울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하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김이 샐까 참습니다.

본인이 먼저 글자를 알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한글 공부인데, 막상 해보니 힘들었나 봅니다. 그런데도 참고 해냈다는 증거를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네요. 뿌듯해 하는 작고 따뜻한 몸을 끌어당겨 안자, 아이는 본론을 꺼냅니다.

-엄~청 힘들었지만 끝까지 해냈어. 이제 나한테 '인내의 별' 줘야지?

'인내의 별', 그것이 나를 기다린 이유입니다. 뭘 맡겨놓은 것처럼 요구하는 당당한 태도에 웃음이 납니다.

-물론이지! '인내의 별'뿐 아니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마쳤으니 '마무리의 별'까지 함께 줄게!
-야호! 별 두 개~!

아이는 능숙한 몸짓으로 뒷걸음질 치며 멀찌감치 자리를 잡습니다. 야구 캐치볼을 하듯 내가 허공으로 별을 힘껏 던지면 아이는 두 손으로 받아 품에 넣는 시늉을 합니다. 별을 가슴에 비벼서 넣을 때의 표정은 진짜 선물을 받을 때와 흡사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선물인데도 그렇게 좋나 봅니다.

이 별은 일종의 칭찬 스티커로서, 우리 둘만의 칭찬 방식입니다. 칭찬 스티커는 쿠폰처럼 목표 개수에 도달하면 장난감이나 간식과 같은 보상을 받고 초기화가 되지만, 별은 아무리 모아도 다른 것과 교환이 되거나, 초기화되지는 않습니다. '몇 개를 모으면 무엇을 받는다'는 가정 자체가 없거든요. 스티커는 적립을 마친 '그 언젠가'를 향해 달려가지만, 별은 칭찬을 주고받는 두 사람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머무는 격려 그 자체입니다.

처음으로 별을 줬던 때가 기억납니다. 당시 아이는 눈물 많은 다섯 살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아빠, 회사에 가지 말고 놀자"며 눈물을 흘리고, 방울방울 콧물 풍선을 불며 매달렸습니다. 아빠가 없는 동안 '아빠 마음의 별'과 함께 있으라며 반딧불이 잡듯 공중의 별을 따다 가슴 품에 살짝 넣어주곤 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달랠 때 쓰던 기술은 점차 지금처럼 칭찬의 용도로 진화했습니다. '아이의 행동(노력) 알아봐 주기' - '칭찬 내용에 따라 별 이름 짓기' - '별 던져주기(칭찬하기)' 3단계 형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칭찬 스티커 발부는 일관성의 원칙을 지켜야 하기에 스티커 받을 수 있는 행동을 미리 정할 수밖에 없지만, 별은 내가 알아차릴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행동에 이름을 붙이기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된장 여기 넣어? 입에 넣으면 어떻게 돼?' 빙긋이 웃으며 묻는 수현이. 2021. 01
"된장 여기 넣어? 입에 넣으면 어떻게 돼?' 빙긋이 웃으며 묻는 수현이. 2021. 01ⓒ사진 = 오창열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멸치 똥 빼기, 애호박을 직접 썰어 된장찌개 만들기, 쌀 씻기(쌀 대신 거의 손을 씻음), 자전거 타기 등 새로운 경험을 시도했을 땐 '도전의 별', 스스로 양치질이나 샤워를 시도했을 땐 '스스로의 별', 치과에 다녀왔을 때나 아빠가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오는 사이 집에 혼자 남아있은 후엔 '용기의 별', 좋아하는 장난감을 친구에게 양보하기로 마음먹었을 땐 '양보의 별'을 주는 식이었습니다. 식사 전 손 씻고 수저를 놓았을 땐 '준비의 별', 식사 후 "잘 먹었습니다" 인사와 함께 자신의 식기를 싱크대에 넣으면 '마무리의 별'을 줍니다.

극히 드물지만, 잠자기 전 시키지도 않았는데 장난감 정리를 혼자서 해냈을 땐 '스스로의 별'과 '마무리의 별'을 동시에 줍니다. 스스로 장난감 정리를 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이처럼 크게 칭찬을 해주고 싶을 땐 "특별히 아주 크고 단단하게 만든 별이야"라는 말을 덧붙이면 아이 눈썹과 입꼬리가 활짝 올라갑니다. 구름을 뭉치듯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으챠으챠~ 별을 모아 모아~ 크게 만들어서~ 준비됐지? 자, 받아라!"라며 아이 앞에서 부산을 떨 때마다 아내는 번번이 "뭐 하는 거야?"라며 웃습니다.

나의 몸짓이 희한하고 웃겨 보이겠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의식입니다.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별의 이름(칭찬의 이름)이 달라서, 아이는 자신이 칭찬을 듣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이유까지 기억하게 됩니다. 게다가 야단스럽고 웃긴 몸동작이 가미되어 있으니, "잘했어"라는 단순한 말을 전하는 것보다 오래 걸리고 재미있죠. 나의 입에서 아이의 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 서로의 몸짓으로 완성됩니다.

6살이 된 어느 날 아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별이 많으면 뭐가 좋아?
-조, 좋은 사람이 되는 거지!?

당황스러워서 둘러댔습니다. 나도 모르게 말꼬리가 의문형으로 올라갔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가 생활에 좋은 습관을 갖도록 낚기 위한 미끼(?) 정도로 별을 활용했을 뿐이었으니까요. 이실직고해서 아이를 실망하게 할 순 없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아빠도 별이 많아?
-응. 아빠도 좋은 사람이니까.
-나도 좋은 사람이 돼?
-넌 이미 좋은 사람이 되었어.
-난 악당이 되고 싶은데?
-뭐라고? 별은 필요 없어? 이제 주지 말까?
-아니, 그래도 줘야지!
-어쩌나? 지금처럼 계속 별을 모으다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말 텐데...

어느새 2021년, 악당 지망생은 7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별을 모았는지 셀 수도 없지만, 목욕을 마친 후 내복을 앞뒤 거꾸로 입는 건 여전합니다. 괜찮습니다. 이대로도 '스스로의 별'을 받기엔 충분하니까요.

사실 '똑바로의 별' 같은 건 애초에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옷을 똑바로 입기' 같은 건 언젠가 저절로 하게 될 뿐더러, 가능하면 결과물의 수준이 아닌 아이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려 하기 때문입니다.

-수현아, 언제 내복을 다 입었니? 이번 '스스로의 별'은 엄청 크고 빠른 별이니까 더 멀리 떨어져! 조심해!
-준비됐어!
-(바윗덩어리를 던지듯이) 옜다, 별 받아라!

며칠 후 일요일 아침. 식탁에서 우엉 뻥튀기 과자를 먹는데 심심하면서도 은근히 짭짤한 매력에 손과 입이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앗, 이러다 다 먹고 살찌겠다"라며 과자 뚜껑을 덮으며 혼잣말했는데, 지나가던 아이가 듣고는 물었습니다.

-아빠! 더 먹고 싶은데 참은 거야?
-응.
-잘했네. '참음의 별' 받아야겠네. 내가 하나 줄게.
-앗, 고맙다!?(또 의문형으로 끝난 말꼬리)

갑자기 훅 들어온 칭찬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니 이거, 기분이 꽤 괜찮군요. 별을 받아서가 아니라 아이가 나의 애씀(?)을 알아봐 준 것이 고맙고 기특했습니다. 아마 아이도 별을 받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지금껏 아이를 기쁘게 했던 건 별보다 '자신을 알아봐 준 것' 그 자체였나 싶습니다. 별을 주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별을 받는 입장'의 기분을 처음으로 느껴본 순간이었습니다.

거실에 아내가 보입니다. 아차, 놓칠뻔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일을 하지 못하고 육아를 전담 중인 아내의 고단한 나날을 향해서도 별을 주고 싶습니다. 웃으면서 "별 말고 돈을 줘"라고 농담하는 사람을 붙들고 굳이 별을 던져줍니다. 아내에게는 처음입니다.

-자, 간다! '고마움의 별'이야! 더 필요한 건 없어?
-좋아. 내 어려움은 내가 해결할게. 당신은 지금처럼 튼튼히 서 있기만 해.
-(맙소사. 내가 지금 잘 해내고 있다는 말이지?)

지지와 칭찬을 동시에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심하게 툭 뱉는 말이 이렇게까지 멋질 일인가요. 가는 말이 고와서 그런가, 오는 말이 감동적입니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별을 주며 알려주고 싶었던 건 낯선 것에 대한 용기와 도전, 스스로 해보는 것, 준비와 마무리, 친절과 양보, 인내와 끈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간 나도 많은 별을 모으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비록 이름을 붙여주진 못했지만요. 지금껏 아이와 아내에게 그랬듯, 새해엔 나 자신의 자잘한 애씀을 알아봐 주고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좀 해줘야겠습니다.

오창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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