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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로스쿨 교수, 성폭력 피해 제자 ‘역고소’ 대신 나섰다가 망신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학내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 등으로 고발한 사건이 검찰에서 불기소처분됐다. 특히 해당 교수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을 대신해 피해자의 나이, 성격 등을 이유로 허위 고소라고 주장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이 거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해 30일 무고죄·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당한 김지영(가명) 씨에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경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경ⓒ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

전남대 법전원 학생인 김 씨는 성폭력 피해자다. 그는 2018년 12월 한 술자리에서 동기에게 성추행당했다며 고소했다. 이후 학교에 징계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징계는커녕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조치도 미흡했다.

명예 실추를 우려한 학교 측은 오히려 2차 가해에 앞장서기까지 했다. 언론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지자 법전원 교수들은 이듬해 11월 진실을 밝히겠다며 공개토론회에 피해자 출석을 요구했다. 김 씨가 신상 공개 등을 꺼려 익명으로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학교에 당부한 상황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성폭력 피해 신고자를 적극적 보호조치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남대 총장이 교내 인권센터와 법전원에 기관 경고를 하고, 교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분리조치 등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법전원 교수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해 실시하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 ‘역고소’ 나선 로스쿨 교수
“성격 강하다” 피해자다움 요구하기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법전원 A 교수는 인권위 결정을 기다리던 지난해 7월 김 씨를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 김 씨가 성추행당했다고 거짓 고소를 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명예훼손 혐의로 김 씨와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역고소’는 가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두 학생을 모두 가르치는 교수가, 특히 법학을 전공한 교수가 대신 나섰다는 점에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고발장을 살펴보면 A 교수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기도 했다. A 교수는 김 씨가 거짓 고소했다는 근거로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난 때에 고소한 것은 가게 CCTV 영상 보존기한을 넘기고자 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점 ▲추행 사실을 못 봤다는 진술을 확인하며 ‘왜 못 봤냐고 따지거나,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요구하거나, 정황을 상기시키는 등’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특히 A 교수는 김 씨의 음주 여부, 나이, 성격 등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는 “(김 씨가) 1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술도 자주 마시고 성격이 매우 강하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보다) 연상이어서 감히 추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성격이 얼마나 강한지는 이 사건 이후 행한 행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며 김 씨가 공론화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진실과 허위 그리고 옳고 그름의 구별 능력이 없거나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 불량한 사람”이라고 피해자를 비난했다.

없음
ⓒ뉴시스

검찰은 A 교수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 교수가 객관적 근거라며 제시한 검찰의 성추행 혐의 불기소처분과 카카오톡 대화 역시 기각됐다. 검찰은 2019년 10월 김 씨의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했다.

검찰은 “강제추행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고 보았을 뿐, 강제추행 사실이 허위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라며 “불기소처분이라고 할지라도 피해 사실이 ‘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정을 감안해, 법원은 불기소처분 사실을 무고했다는 적극적 근거로 삼아 신고 내용을 허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판례”를 언급했다.

이어 “평소 친분이 있거나 갈등이나 원한 관계가 없는 사이로 (김 씨가) 강제추행에 관해 허위 고소할 어떤 이유도 없다”라고 판단했다.

A 교수가 고발에 나선 ‘결정적 근거’라던 카카오톡 대화에 대해 검찰은 오히려 “강제추행 피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남대 정문
전남대 정문ⓒ뉴시스

“지역 최고 대학 로스쿨 교수…암담하다”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아무 활동가는 A 교수의 행위에 “경악했다”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 활동가는 “학생들의 원만한 학교생활이 가능한 문화를 책임져야 할 교수가 되려 ‘수사관’이 돼 피해자를 무고 혐의 죄인처럼 취급하고, 가해자를 대신해 싸우고 있다”라며 “강제추행에 대한 불기소처분이 추행 사실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법학 교수가, 검찰 불기소로 강제추행이 허위라고 피해자를 고발하는 일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게다가 고발장에 나열된 무고의 근거들은 수준이 한참 낮더라.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음주 여부, 성격, 나이 등 개인정보를 근거로 교수는 피해자가 허위진술을 할 만한 사람이라고 한다”라며 “지역 내 최고 대학의 로스쿨 교수의 태도라서 더욱 암담하다”라고 말했다.

아무 활동가는 “특히 이 사건은 성폭력 1차 피해를 넘어 ‘2차 가해’가 피해자의 일상회복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지 보여준다”라며 “가해 측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까지 가해 학생 대리를 자처하며 나서는 상황에 피해자가 겪었을 일상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려진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병석 당시 전남대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 측 대응이 지적되자 “부끄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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