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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놀아도 돈 주면 누가 일하냐?”는 중앙일보의 멍청한 사고방식

주말에 한가로이 경제 기사를 검색하다가 제목만 보고도 확 깨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출처는 요즘 여러모로 조선일보에 버금가는 중앙일보 1월 30일자 기사. 제목은 [“놀면서 돈 받는데 누가 일해요”···‘실업급여 중독자’ 1만 명]이었다.

제목부터 역겹지만 비판을 위해 기사 내용을 좀 살펴볼 예정이다. 그런데 그 전에 ‘실업급여 중독자’는 도대체 뭐냐? 실업급여가 마약이냐? 막 중독되고 그러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쌈 싸먹은 이런 제목은 도대체 누구 머리(대가리라고 쓰려다 참았다)에서 나온 건지 심히 궁금하다.

엉망진창 무(無)논리 기사

기사의 요지는 실업급여를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수급하는 사람이 지난해 엄청 늘었다는 거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구한 뒤 그만두고, 구직급여를 받으며 쉬다가, 다시 단기 일자리를 구해 반복해서 타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거 쓴 기자 이름이 김남X, 손해X 기자다. 나중에 자기들이 쓴 기사를 보면 창피해 할까봐 친절하게 한 글자는 감춰줬다. 실업급여 부정수급 문제는 늘 있어왔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걸 지난해 취업난과 연결시켜 ‘실업급여 중독자’ 문제로까지 승화시키려면 부정수급자가 작년에 갑자기 확 늘었어야 했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고용노동부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적발한 구직급여 부정수급액은 222억 7,100만원(2만 3,000건)이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작년 12월) 부정수급액을 아직 집계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전년의 수급액과 건수를 뛰어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대목만 보면 지난해 부정수급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정수급 건수와 액수를 친절하게 그래픽으로 삽입했다. 그래픽에 따르면 2016년 부정수급액은 304억 9,100만 원, 수급건수는 2만 9,000건이다. 2017년 부정수급액과 수급건수는 각각 317억 1,900만 원과 3만 4,000건이다.

그런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부정수급액과 수급건수는 222억 7,100만 원과 2만 3,000건이다. 그러면 이게 늘어난 거냐? 엄청 줄어든 거지!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이 그림이 중앙일보가 직접 삽입한 그래픽이다. 이 그래픽을 보고 ‘와, 정말 작년에 실업급여 중독자들이 엄청 늘었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가? 뻥을 치려면 이런 그래픽을 그리지 말던가, 머리가 나쁘면 기사를 쓰지를 말던가!

중앙일보 그래픽
중앙일보 그래픽ⓒ2021년 1월 30일 중앙일보 기사

“놀아도 돈 주면 누가 일하냐?”는 황당한 논리

그런데 이런 사실 왜곡과는 별개로 내가 이 기사에서 진짜로 한심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놀아도 돈 주면 누가 일하냐?”는 논리다. 자, 너희들 말대로 놀아도 돈 주면 아무도 일을 안 하고 열라 게을러진다고 치자.

그러면 너희 신문 2대 회장 홍석현 씨, 아버지 홍진기 씨를 잘 만나서 회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맞지? 홍석현 씨가 열심히 노력해서 중앙일보 창업한 거 아니잖아? 이렇게 놀고먹어도 신문사를 상속해주면 홍석현 씨는 일을 하나도 안 했겠네? 게다가 열라 게을러 터졌겠다?

지금 중앙일보를 이끄는 홍정도 씨, 역시 아버지 홍석현 씨 잘 만나서 회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왜 일도 안 했는데 회사를 물려주냐고? 너희들 논리대로라면 홍정도 씨도 일은 안 하고 열라 게을러 터졌을 거다. 아니라고 하지 말라. 너희들 기사 제목이 “놀면서 돈 받는데 누가 일해요” 아닌가?

진짜로 웃기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내가 50년 넘게 살면서 “펑펑 놀아도 돈을 주면 누가 일하냐?”고 떠드는 자들 중에 상속·증여세 인상에 찬성하는 자들을 한 명도 못 봤다는 점이다. 상속이나 증여라는 게 자기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 잘 만나서 재산을 불리는 대표적 시스템 아닌가?

그러면 이거부터 반대해야 하는데 중앙일보는 3대 세습을 한 자기네 회장님은 또 끔찍이 아낀다. 얘들, 상속세나 증여세 인상이 추진되면 게거품 물고 반대한다는 데에 나의 한 달 치 월급을 걸겠다. 아무튼 무식하면 입을 닥치던가, 무식해도 뭘 주장하려면 최소한 일관성이라도 있던가!

민컴 프로그램

민컴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었다. 1974년부터 5년 동안 캐나다 중부 마니토바 주의 작은 도시 도핀(Dauphin)에서 실시된 마니토바 주 정부의 공식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의 요지는 도핀 시의 모든 시민들에게 1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즉 일을 하건 안 하건, 이 도시 주민들은 가정 구성원 숫자에 맞춰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주 정부로부터 보장받았다는 이야기다.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4인 가구의 경우 주 정부로부터 1년에 평균 2,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자, 중앙일보의 논리에 따르면 이 도시 사람들은 아무도 일을 하지 않고 엄청 게을러졌을 것이다. 과연 그랬을까? 민컴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동안 노동 시간이 줄기는 줄었다. 하지만 감소폭은 고작 남성 1%, 기혼여성 3%, 미혼여성 5%에 불과했다.

중앙일보의 두 기자가 “와, 어쨌든 줄기는 줄었잖아!”라고 반색할까봐 보다 정확한 해석을 알려준다. 감소폭 자체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기도 하지만 노동시간이 이만큼 줄어든 것도 이유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노동을 줄인 이유는 단 두 가지, 공부를 더 하거나, 아이를 더 낳기 위해서였다. 즉 민중들은 너희들 주장대로 놀고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노동자가 되기 위해, 혹은 2세를 낳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였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 실험은 다른 분야에서 더 놀라운 성과를 나타냈다. 일단 도핀의 청소년들이 훨씬 똑똑해졌다.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매우 향상된 것이다. 또 주민들이 훨씬 건강해졌다. 병원 입원률이 8.5%나 감소했다.

가정폭력도 현저하게 줄었고 주민들이 정신병원을 찾는 횟수도 압도적으로 감소했다. 민컴 프로그램이 도핀 시민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해석한 캐나다 마니토바 대학교 경제학과 에블린 포르제(Evelyn Forget) 교수는 “민컴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극찬했다.

“놀아도 돈 주면 누가 일하냐?”는 건 너희들 생각이고, 현실은 이렇게 다르다. 대부분 민중들은 늘 삶을 걱정하고 대비하려 하기 때문에 소득이 보장된 채로 쉴 기회가 생기면 이렇게 더 나은 삶을 준비한다. 너희들처럼 놀고먹어도 부모 잘 만나 신문사 회장도 되고 그런 자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아무튼 이 기사는 논리도 없고, 팩트도 엉망이고, 성의도 없고, 한 마디로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진지하게 충고하는데 중앙일보의 용도가 화장실 휴지 대용품이 아니라면 이런 기사는 그냥 일기장에 몇 자 끄적거리다가 덮어라. 일기는 일기장에! 제발 좀 부탁한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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