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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 교회의 처참한 민낯
전광훈 목사가 19일 전북 전주시 주영교회를 찾아 3·1절 범국민대회를 위한 전국 순회 기자회견 및 설교 행사를 열고 교인들 앞에서 설교하고 있다. 사진은 문틈으로 보이는 전광훈 목사. 2021.01.19.
전광훈 목사가 19일 전북 전주시 주영교회를 찾아 3·1절 범국민대회를 위한 전국 순회 기자회견 및 설교 행사를 열고 교인들 앞에서 설교하고 있다. 사진은 문틈으로 보이는 전광훈 목사. 2021.01.19.ⓒ사진 = 뉴시스

신천지를 시작으로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인터콥 BTJ열방센터 그리고 IM선교회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만하면 배턴 터치하듯 팬데믹을 일으키는 통에 종교(개신교)에 대한 세상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다. 늘 주류교단들이 외쳐온 ‘우리는 신천지와 다르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었다. 코로나는 개신교의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나마 IM선교회는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홈페이지에 사과문과 함께 감염자 숫자를 학교별로 올리는 등 공개했으나, 세상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이미 앞서 전광훈 씨와 최바울 씨의 뻔뻔함 내지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봤고, 주요 교단장들이나 원로들의 사과조차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지난해 ‘교회가 미안합니다’ 현수막을 내걸고 사과한 이들은 사실상 방역수칙을 누구보다 잘 지키며 솔선수범하는 교회 목회자들이었다. 연대책임을 느끼고 대신 사과까지 해준들, 실제 사고를 일으키거나 전광훈·최바울에 심정적으로 동조한 이들에게서 진심 어린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만이 특별하다고 주장했던
전광훈, 최바울, IM선교회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만이 특별하다는 착각이다.

전광훈 씨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코로나 때문어 무서워서 자신이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신앙이 없는 행위라고 간주하고는 호통을 쳤다. 광화문 광장 집회에 나오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것처럼 말했고, 심지어 코로나에 걸려서 잘못되더라도 그건 순교라는 듯 외쳤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영적 싸움의 최전선에 선 장수라는 듯 추어올리면서 상식과 이성적 판단마저 사탄이 주는 간악한 속삭임이라는 듯 세뇌시켰다.

최바울 씨는 “백신을 맞으면 (빌게이츠가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노예가 된다”는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여기에도 자신들만이 세상의 악과 싸워 이기는 분별력을 가졌다는 착각이 뒷받침됐을 터다.

IM선교회 역시 대표인 마이클 조의 발언들 속에서 ‘특별함’을 내세운 인식구조가 너무 잘 드러난다. 그는 코로나 시국에 학교 규모를 대폭 키웠다. 기숙형 학교를 운영하고 수많은 캠프를 진행했는데도 지난해에는 방역에 성공했으니, “하나님께서 우리를 과학적으로 지켜주셨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집회에서는 분당과 대구, 부산, 수원, 파주, 안성 등에서 열린 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전국 각지에서 연락이 온다. 우리 애 좀 살려달라고. 우리 애 핸드폰 때문에 죽어간다고. 그래서 제가 (캠프를) 했다”고 발언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대전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교회 내 오예스쿨 CAS기독 방과후학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대전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교회 내 오예스쿨 CAS기독 방과후학교ⓒnews1

이어 “(경찰에게) 나는 생명 살리는 게 아니라 영혼 살리기 위해 (캠프를) 한다(고 말했다.)”며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자살하는 사람이 52만7천명인데, 자살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며 “(코로나19로) 300명밖에 안 돌아가셨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 시대에 확진자가 아니라 확정자가 나와야 할 줄 믿는다”라고 외쳤다.

경찰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그는 “그런데 하나님께서 보호하셔서 경찰이 엄청 웃긴 게 오전에 왔다가 가시고, (캠프) 마지막 날 1시에 끝났는데 2시에 오셨다”며 “할렐루야”를 외치고 “주님께 영광의 박수를 보내자”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반정부 기조를 결집하며 방역수칙을 무시했든, 음모론에 심취한 것이 이유였든, 코로나 시국을 학생 유치의 기회로 삼았든, 이는 모두 이기적이고 비뚤어진 신앙에서 기인했다.

“우리는 소중하니까요” 대신
“나는 특별하니까요”

예전에 한 개신교계 방송사에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한창 CBS가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가열 차게 보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시기에 CBS의 시청률이 하락했나 보다. 그러자 회사의 리더십 회의에서는 ‘이때를 기회 삼자“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그것도 고위급 리더십의 입에서 말이다.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는데 나는 그분으로부터 그 말을 한 번 더 들었다. 기가 막혔다.

명색이 ‘선교’를 앞세운 회사 고위 리더십이 타 방송사의 용기 있는 보도에 도전 의식을 느끼기보다는, “이때를 기회로 삼자”고 말하다니, 얼마나 이기적인가.

당시 회사는 주류교단들이 이단으로 분류한 단체들에 대해서도 보도하지 못하도록 했다. 성가신ㅋ 일이 생기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앞장서지 못하면 최대한 용기있는 방송사를 응원이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이 때를 기회로 삼자”는 발언은 농담으로도 용납이 안 될 말이었다.

IM 선교회가 코로나 시국을 이용해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기심의 발로라고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특별하게 보호하시고, 우리가 특별한 것을 가르친다’는 홍보전략을 내세워 자녀들을 제대로 학교에 보낼 수 없는 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제대로 공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저한 ‘영어’ 교육으로 유학길까지 열어준다고 하니, 한국 부모들의 욕구를 외형적으로 너무나 잘 채워주는 듯하다. 또 다음 세대 전도가 고민인 교회들은 여기에 화답했다. 평소 공교육에서 진화론을 가르치고, 인권을 앞세워 동성애를 가르치고, 전교조가 좌파 이데올로기를 가르쳐 자녀들을 망쳐놓는다고 주장해 온 극우적 교회들이 IM선교회와 많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새롭지 않다. 코로나 시국이란 점은 이들에게 기회였다.

1월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앞에서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연대 목사, 신도 등 100여 명이 예배 회복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2021.1.7
1월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앞에서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연대 목사, 신도 등 100여 명이 예배 회복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2021.1.7ⓒ뉴스1

결과는 어떤가. 이제는 코로나19가 잦아들게 될것이라 기대한 국민에게 제대로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시국을 세 확장의 기회로 삼은 것이 IM선교회 뿐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26일 한 개신교계 방송사의 보도에는 “코로나19로 대면 전도나 해외 선교가 어려워진 요즘, 일터가 새로운 선교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독교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다음 세대를 건강한 일터 선교사로 양성하는 교육이 주목을 받는다고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 보도에선 한 비즈니스 선교단체가 전국 4개 기독 대안학교에서 선교특강을 진행한 내용이 소개됐다. 강사는 비대면으로 강의했고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긴 했으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강의를 듣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사설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다 빠져나가기도 했고, 확산세가 심해질 때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틈을 타서 학원에서 기숙시키면서 공부시키겠다는 생각을 이 시기에 어떻게 하겠나. 리더들마저 시민의식과 사회의식조차 갖추지 못했는데 아이들에게 무얼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인지 웃기는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이제 코로나가 잦아들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너무 속상하다”며 “나는 내 발로 교회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스스로 찾아갈 정도면 교회를 다닐 의지가 크다는 것인데, 한 주만 빠져도 지나칠 정도로 연락을 많이 했고 결국 부담스러워서 발을 빼게 됐다. 혹여 나도 계속 다녔다면 이성이 마비된 신자가 됐을까봐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세상이 기피하는 집단.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그것이 한국 교회의 현주소가 됐다.

‘신앙’, ‘믿음’ 과연 무엇인가.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이 단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겉에서 보기엔 그럴듯했던 것이다.

IM선교회의 초청을 받아 강사로 간 적이 있다는 한 선교단체 대표는 “말씀을 듣는 학생들의 집중도가 남달랐다”며 “신앙교육을 철저히 하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번 사태가 안타깝다”고도 했다.

설교를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좋다고 해서 신앙이 좋은 것은 아닐 것인데, 한국교회는 참으로 단순했다. 실제로도 단순하게 말 잘 듣는 다음 세대를 원한다. 철저히 개신교 교육을 받고 개신교 환경에서 자라난 이들이 어린 아기를 학대와 방치 속에 숨지게 한 16개월 아동학대 사례도 한국교회가 부르짖어 온 ‘다음세대 교육’이 얼마나 외형적인 모습에만 치중했나란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자신들 신앙의 ‘특별함’을 강조하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가 소중하다는 사실마저 망각하도록 가르쳤다.

한국교회수호결사대,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언론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9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치 방역쇼로 한국 교회 탄압해 온 문재인 대통령 규탄'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교회수호결사대,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언론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9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치 방역쇼로 한국 교회 탄압해 온 문재인 대통령 규탄'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시스

“0000 했어요. 전 소중하니까요” 오래전 히트를 친 전지현 씨가 했던 샴푸 광고 문구다. 스스로가 소중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제품 하나를 고를 때도 꼼꼼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광고는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파고들었다.

나와 네가 소중하다는 생각에 앞서, ‘우리는 (코로나도 이길만큼) 특별하다’는 과대광고에 속아 그 방주에 신속하게 올라탄 이들. 이는 그것이 사기성이 농후한 과대광고인지, 제대로 따져보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 개신교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신앙은 홀로 고층건물 옥상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다. 한 계단 한 계단 힘들게 올라가느라 비지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황에서도 옆 사람은 얼마나 힘든지를 살필 수 있는 넉넉함을 주는 것이다. 믿음은 자신만이 특별하다는 생각으로 주변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이기심이 아니다. 나와 너 ‘우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기꺼이 내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일 테다.

만약 모든 교회가 코로나 시국에서 앞장서 방역에 모범을 보이고, 코로나 때문에 힘겨운 소상공인들을 돌아보고, 위로를 전하며 타인을 더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코로나는 무너진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그야말로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코로나가 준 진짜 기회를 모조리 잃었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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