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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아버진 열심히 일했는데 우린, 왜 가난하죠?” 질문에 그가 찾은 해답
없음

“가끔 지하철을 타다 보면 나는 그 냄새”

부잣집 박 사장(이선균 분)의 말이 비수가 됐다. 영화 ‘기생충’ 속 가난한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들은 그것이 ‘반지하 냄새’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온갖 거짓말로 과외선생· 운전기사·가정부가 되어 호화스러운 박 사장네 기생했지만, 어떤 거짓말로도 냄새를 감출 수 없었다. 바로 ‘가난의 냄새’였다.

저자 최경준 오마이뉴스 기자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저자 최경준 오마이뉴스 기자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최근 책 [이재명과 기본소득]을 발간한 최경준 씨도 잊지 못할 ‘냄새’가 있다고 했다. ‘기름’ 냄새였다. 버스·택시 운전 일을 하신 최 씨의 아버지 몸에서는 항상 기름 냄새가 났다.

이 기름 냄새가 최 씨에게는 ‘가난의 냄새’였다. 아버지는 휴일 하루 없이 평생, 성실히 일하셨다. 그럼에도 집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장 안 가건물 옥탑방, 반지하 등을 수차례 이동하며 살았다. 최 씨는 “당시에 내 방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라고 회상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가르쳤는데, 현실은 딴판이었다. 가난과 불행의 연속이었다. 의문이 최 씨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셨는데 왜 우린, 가난하죠?” 불공정했다.

1993년,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에도 최 씨는 이 질문을 곱씹었다. 답을 찾고 싶었다. 먼저 찾은 해답은 ‘학생운동’이었다. 노동자를 탄압하는 자본가, 부패한 권력 등 사회 구조적 모순에 몸으로 맞서 싸웠다. 거대한 불공정 구조를 바꾸면 최 씨의 아버지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열심히 일해 성공하는 삶’,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싸워서 지금 당장 세상을 바꾸고 싶었어요” 최 씨는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답답함이 차올랐다. 최 씨가 학생운동을 하는 와중에도 아버지는 계속 운전 일을 하셨다. 최 씨의 집은 계속 가난했다. 여전히 불공정했다.

언론에 공개된 매향리 농섬은 여전히 전투기 포탄과 기총사격이 남긴 탄피들로 가득했다.
언론에 공개된 매향리 농섬은 여전히 전투기 포탄과 기총사격이 남긴 탄피들로 가득했다.ⓒ제공 = 민중의소리 자료실

불공정은 사회 곳곳에 불거져 나왔다. 군대를 다녀온 최 씨가 2000년 창간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할 때였다. 대학생이었던 최 씨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매향리’로 34일간 취재를 떠났다. 당시 미국 공군은 매향리에서 1~2km 떨어진 ‘농섬’이란 곳을 사격 연습장으로 삼았다. 높이 날던 미 공군은 매향리 인근에서부터 급강하여 농섬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는 등 사격연습을 일삼았다.

미 공군은 전투기와 공격용 헬리콥터 등을 통해 한 달 평균 20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매일 10회 이상 매회 20분 이상씩 폭탄 투하, 기관총 사격 훈련 등을 실시했다. 사격훈련이 진행될 동안 소음은 약 90~133.7 데시빌(dB) 수준을 기록했다. 환경정책기본법상 주거지역 환경소음기준이 50~65bB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였다.

최 씨는 “그 소음과 굉음이 얼마나 컸겠어요. 미 공군 폭격기가 조금만 잘못 조준해 오폭사고가 나면 마을이 초토화된다는 공포도 컸죠”라고 설명했다.

매향리는 공포·불안감으로 ‘아기 울음소리 없는 마을’이 되어갔다. 임신을 했다 하더라도 굉음, 공포 속에 유산되기 일쑤였다. 이곳에선 사람이든, 짐승이든 출산이 모든 마을 사람의 축제였다.

최 씨의 보도로, 매향리 사격장 폐쇄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국방부는 2000년 8월 18일 사격훈련을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서울지법은 2005년 1월 13일 국가가 매향리 주민 1,863명에게 81억5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 씨는 “기자가, 언론이, 저널리즘이 조금 더 공정한 사회로 바꿀 수 있다는 구체적인 가능성을 보게 됐어요”라고 밝혔다. 최 씨는 이후 2001년 정식으로 오마이뉴스에 입사했다.

저자 최경준 오마이뉴스 기자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저자 최경준 오마이뉴스 기자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
‘기본소득’이 그 해답이 되다
기본소득 정책, 다른 나라는 실험 중...한국은 이재명 지사가 ‘정책화’

여전히 질문은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가난’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20여년 기자생활 중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나노 등 첨단기술이 발전해 생산성은 증대되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고 불행할까. 기계가 자동화가 되면, 일자리가 없어질 텐데 우리 아버지 같은 운전기사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닌가요?”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의 집중’, ‘극심한 양극화’를 우려하고 있다. 자본은 발전된 기술을 통해 생산성 향상, 이윤 상승을 누리지만, 기술에 밀린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로 몰리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해진다는 것이다. 부는 소수에게 집중되고 가난은 구조적으로 강화될 형국에 놓인 것이다.

이런 고민을 이어가던 중 ‘기본소득’ 정책이 눈에 들어왔다. 2018년 7월 민선 7기가 출범할 당시였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지방자치팀’을 꾸렸다. 처음 만들어진 부서였기 때문에 연차 높은 기자들 중심으로 팀이 구성됐다. 2015년 가을부터 2017년 가을까지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최 씨도 2018년 이 팀에 합류하게 됐다. 최 씨는 이 팀에서 경기도를 담당하게 됐다.

“그때 이재명 지사가 4차 산업혁명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했어요. 궁금했어요.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실제로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는 정책일까” 최 씨는 기본소득네트워크 등 관련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기본소득 스터디’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철학적 배경, 해외사례는 잘 이야기해줬지만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조사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최 씨는 연구하고 조사한 자료를 책으로 집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원고를 2번 쓰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당초 최 씨는 지난해 1월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원고 작업을 완료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재명 지사를 계속해서 언급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을 꾸준히 ‘정책’으로 실현시키는 인물은 이재명 지사뿐이었다.

“다른 나라는 일시적인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정책적으로 구현하고 있었어요. 또 이재명 지사는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지역활성화를 노린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고민하다가, 이재명 지사 이야기를 뒤로 빼서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결국 최 씨는 1년이 지난 올해 2월 3일에서야 책 [이재명과 기본소득]을 발간했다. 장시간 집필한 만큼 이 책에는 이재명 지사와 기본소득 정책의 현주소가 총망라돼 있다.

책  표지
책 표지ⓒ제공 = 오마이북

어떻게 ‘기본소득’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을까.

이재명 지사가 시행했던 ‘청년배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 경험을 최 씨는 언급했다.

먼저 이재명 지사는 2018년 도내 24세의 모든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월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자산 심사나 근로 요건 등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정기적 현금’을 뜻한다. 최 씨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⓵정기성 ⓶현금 지급 ⓷개인에게 각각 지급 ⓸모두에게 지급(보편성) ⓹무조건적 지급을 특징으로 한다. 이재명 지사의 청년배당은 이 5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정책이었다.

최 씨가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청년배당을 받은 청년들의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청년배당 당사자인 24세 청년들조차 ‘왜 저에게 돈을 주시죠?’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청년배당이 실제 지급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2016년 5월 성남시 청년배당 대상자 가운데 무작위로 13명을 모집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런 답변이 쏟아졌다.

“나를 게으름뱅이로 여기지 않고 믿어줘서 고맙다”
“국가가 나를 응원하는 것 같다”
“피부에 와닿은 청년 정책은 청년배당이 유일하다”

최 씨는 “이전의 청년정책은 가난하다거나, 취업노력을 한다는 증명을 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청년배당은 이런저런 심사 없이 줬어요. 이런 경험이 얼마나 ‘단비’같은 경험이었겠어요. 물론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국가가 나를 뒷받침해준다는 든든함이 있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국민이 기본소득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이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14조 2,448억원 규모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했다. 당시 정부는 “유례없는 위기에 대응하여 국민 생활의 안정과 위축된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국민 안전망”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민의 안전망이 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7만 2,000원으로 2019년 2분기 대비 4.8% 증가했다.

소득양극화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배 상황을 볼 수 있는 ‘소득 5분위 배율’을 보면 지난해 1분기는 5.41로 2019년(5.18) 1분기보다 0.23p 상승했다.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반면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난 2분기는 2019년(4.58)보다 0.35p 줄어든 4.23을 기록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수치가 작을수록 소득분배가 잘 이뤄진다는 의미다. 최 씨가 기본소득을 ‘해법’이라 확신한 이유였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코로나19 이후에도 한국사회는 기본소득을 주목할까.

최 씨는 자신있게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기존 복지체계가 지켜주지 못한 이들을 기본소득이 보호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코로나19는 우리 곁에 항상 있었지만 외면당했던 이들을 발견하게 해줬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 곁에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배달노동자 등이 있었어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들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불공정했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기존 복지체계가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 사회, 내 이웃을 위해 세금을 더 내더라도 안전한 보호망을 갖추자’, ‘기존 복지체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기본소득 지급 횟수를 늘려 격월로, 매월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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