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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첩약 건강보험 적용으로 ‘반값 한약’ 가능한 질환들

“한약은 비싸서요”
“혹시 한약 실손보험 되나요”
“약값이 부담이 되서 그러는데, 혹시 침으로만 치료받을 수 있나요”

진료를 하며 현장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한의사 입장에서 안타까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을 해 드리는데, 비용 문제로 고민하시는 것을 볼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듭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한약 처방도 국가에서 좀 보장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치료하는 사람 입장에서 하게 됩니다. 제때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을, 돈 때문에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공공부문에서 한약 처방을 지원해주는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필요에 따라 혹은 정치적 결정을 통해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 ‘산후건강관리 지원사업’ 등의 이름으로 난임과 산후풍 치료를 위해 약을 짓는 일부 시민들을 지원해 준 바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한방치료가 건강보험에 편입(1984년)된 지 40년 남짓의 세월이 흘러서야 처음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약 처방 지원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인데요. 특정 질환에 대해서는 반값으로 한약을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모형. 2020.11.19.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모형. 2020.11.19.ⓒ그래픽 = 보건복지부

네이버 지식백과는 이 사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의 치료 중 건강보험 적용 요구가 높은 첩약에 건강보험 시범 수가를 적용함으로써 국민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2020년 11월 20일부터 실시되었다. 해당 사업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 월경통의 3가지 질환을 대상으로 2023년까지 3년간 시범 실시된다”

“건강보험 적용 요구가 높은”

모든 질환과 사람의 한약 처방을 지원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버텨내지 못할 것입니다. 또 꼭 필요하지 않는 경우에도 한약을 복용하려는 사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들을 감안해 ‘적용 요구가 높은’, 즉 사람들이 이런 질환에는 꼭 한약을 복용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세가지 질환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보험 적용을 시작했습니다. 대상 질환은 각각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뇌혈관질환후유증(중풍후유증)’, ‘월경통(생리통)’입니다.

‘요구가 높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그만큼 해당 질환에 대해 한의학적 치료 효과가 분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계에서 논문이나 통계 등으로 치료 효과가 입증이 된 3가지 질환이 시범 사업 대상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2023년까지 3년간 시범 실시”

이번 사업은 ‘시범사업’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이 있고, 한 해에 사용 가능한 예산 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시범사업’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본 사업을 위해 시험을 해보는 사업이라는 겁니다. 이 정책에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했을 때, 국민들의 삶의 질이나 건강상태가 실제로 상승하는지를 확인하고, 재정 투입 대비 만족도나 효과, 효율 등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 평가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시킬지 혹은 폐기할지 결정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위 질환으로 한약을 처방받을 때 반값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준다는 사실을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이용하셔야, 나중에 본 사업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한약 처방으로 효과를 보게 될 분들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약 제조를 위해 약재를 꺼내는 모습
한약 제조를 위해 약재를 꺼내는 모습ⓒ뉴시스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 월경통”

나도 혜택을 받을 수 있나? 내원하면 어떻게 혜택을 받는거지? 혜택받는 기준은 뭐지? 궁금증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반값 한약이 적용되는 질환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안면신경마비’는 우리가 흔히 입이 돌아갔다고 하는 구안와사(口眼喎斜)입니다. 제가 한의학 공부를 하기 전부터, ‘구안와사에는 한의원 치료가 효과가 좋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양·한방 협치를 하는 게 제일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한의학 치료 수요가 높은 질환입니다. 그리고 이 질환은 발병 후 1주일 안에 어떻게 치료하고 호전되는지에 따라 후유증 정도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빠르고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안면신경마비 발병 한 달 이내의 환자분이시라면 건강보험 한약 치료를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뇌혈관질환 후유증’은 중풍후유증입니다. 크게 분류하면 뇌혈관 질환은 2가지입니다. 뇌혈관이 터지거나 뇌혈관이 막혔거나.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발병 이후 3시간 이내 처치 시 생존 확률은 높아지고 후유증이 적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이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것이 가장 큰 일입니다.

하지만 처치 이후 후유증이 남았다면 그것을 케어해주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후유증은 한 사람의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한약이 어느 정도 해결 방법이 될 수 있고, 이 때문에 정부는 이 질환을 시범사업 적용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뇌혈관 질환을 앓고 처치받은 이후 후유증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한의원에 내방해 ‘첩약건강보험’에 대해 문의하십시오.

여성 건강과 생리불순(자료사진)
여성 건강과 생리불순(자료사진)ⓒ뉴시스

끝으로 ‘월경통’은 다른말로 생리통입니다. 생리통 또한 한약의 효과가 매우 높은 질환입니다. 생리통은 기저질환이 있냐 없냐에 따라 원발성/속발성 생리통으로 나뉩니다. 원인질환이 있는 속발성 생리통의 경우에는 그 원인질환을 해결해줘야 합니다. 자궁근종이나 골반염 같은 질환이 발견되면 이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생리통이 좋아지는 것이죠.

하지만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원발성 생리통의 경우, 흔히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 경우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 상태를 진단해 생리통을 유발할만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해결해주는 한약을 처방합니다. 그래서 몸의 기능이 호전되면 생리통 또한 줄어들게 됩니다. 원발성 생리통으로 생리기간 동안 진통제를 3알 이상 복용하고 계신다면 한의원을 찾아 반값 한약을 처방받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안준 전주 미소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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