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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콘크리트 장벽 반대한 바이든, 자신은 스마트 장벽 추진
멕시코와의 국경장벽이 있는 지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멕시코와의 국경장벽이 있는 지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뉴시스/AP

편집자주:트럼프가 미국-멕시코 국경에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9미터의 콘크리트 장벽을 추진할 때 민주당은 맹렬히 반대했다. 미 정부가 35일 간 셧다운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정작 바이든 자신은 예전보다도 훨씬 더 철저한 ‘스마트 장벽’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신속하게 대응한 트루스아웃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Biden Is Rejecting Trump's Border Wall - But Favors His Own Technological Wall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여러 이민 관련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불법 체류자, 망명신청자, 그리고 난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혹한 정책을 계속 뒤집고 이민과 국경 출입국관리에 대해 더 인도주의적으로 접근하려는 새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바이든이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세우려던 콘크리트의 “크고 아름다운 장벽”은 반대하면서 다른 종류의 장벽, 그러니까 최첨단 기술로 감시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스마트’ 장벽을 만들려는 것이 적어도 한 행정조치에서 드러났다.

바이든은 취임 첫날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콘크리트 장벽의 건설작업을 모두 일시 중단시켰다. 텍사스 라레도처럼 자기 땅과 문화적 유산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국경지대 도시들을 안심시키면서 말이다. 과연 그들이 안심할 수 있을까?

바이든이 처음으로 공개한 2021년 미국 시민권법을 들여다보면 멕시코 국경의 건설장비가 쉬는 동안 그가 어떻게 국경문제를 접근할 것인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가 제안한 법안을 보면, 바이든은 콘크리트 장벽 대신 현재보다도 더 많은 기술을 활용해 생체 인식 데이터, 인공지능, 안면 인식, 공중 드론, 적외선 카메라, 움직임 센서 및 레이더로 구성된 ‘스마트’ 장벽의 탄생을 가속화할 야심에 차 있다.

2021년 미국 시민권법의 전문이 공개된 것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표에는 “기술과 인프라로 기존 국경을 강화한다”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2021 미국 시민권법이 “이미 기록적인 출입국 관리 예산에 국토안보부(DHS) 장관에게 추가 예산을 지원해 스크리닝 속도와 망명자 처리 능력의 향상을 위해 장벽을 기술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1월 21일 기자들에게 멕시코 국경 장벽에 대한 바이든의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설명하며 “기술을 활용해 주요 국경검문소와 입국관리소를 보다 효율적-효과적으로 운영하고 국토안보부의 감시 능력을 증진할 것”이라고 했다.

라레도의 헨리 쿠엘라 하원의원과 같은 멕시코 국경 근방의 민주당 의원들과 바이든은 오랫동안 물리적인 장벽보다 “가상” 장벽을 선호해 왔다. 심지어 바이든은 대선운동 기간 동안 “스마트한 국경 관리 기술”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트럼프를 맹비난하며 멕시코 국경의 “카메라, 센서, 대형 엑스레이 기계와 감시 타워”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민자 권리 활동가들은 바이든이 최근 내린 행정조치들을 환영하면서도 바이든 정권이 국경 통제와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활동가들은 바이든이 상당수의 실리콘 밸리 임원들과 손을 잡거나 이들을 영입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미 이민세관집행국(ICE)가 불법 인민자를 추적하고 구속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최첨단 업체에 맞서 싸우는 풀뿌리 조직인 ‘미옌테’의 야신타 곤잘레즈는 “전반적으로는 바이든 정권이 이민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하지만 국경 보안에 대한 프레이밍과 첨단기술업계와의 밀접한 관계는 상당히 우려된다”고 했다.

미 이민세관국(ICE)이 1세 미만 영아들을 구금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CBS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월5일 멕시코 출신 6세 이주민 여아 다니엘라 페르난다 포르티요 부르고스가 멕시코 국경도시 피에드라스네그라스에서 엄마의 어깨에 앉아 철창을 붙든 모습. 2019.03.05.
미 이민세관국(ICE)이 1세 미만 영아들을 구금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CBS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월5일 멕시코 출신 6세 이주민 여아 다니엘라 페르난다 포르티요 부르고스가 멕시코 국경도시 피에드라스네그라스에서 엄마의 어깨에 앉아 철창을 붙든 모습. 2019.03.05.ⓒ사진=AP/뉴시스

사람들과 차량의 신원과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24시간 가동되는 “자동 감시 타워” 30개를 멕시코 국경에 추가 건설하기 위한 예산 310억 원을 미 의회가 이미 상정해 놓았다. 또, 무려 2조 400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콘크리트 장벽 건설을 위해 책정돼 있었다. 이 예산은 바이든의 60일-장벽 추가 건설 중단 기간 동안 재검토된다.

이 돈이 가상 보안 기술에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텍시스 시민권 프로젝트(TCRP)의 로버트 로페즈는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데 쓰려 했던 돈이) DHS에 돌아가지 않고 그 예산이 그냥 소멸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까지 시민들이 이런 최첨단 기술이 우리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이를 이슈화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국경의 가상 장벼은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추진해 온 정책이다. 언론인 토드 밀러의 2019년 보고서 “단순히 장벽이 아니다(More Than a Wall)”에 따르면 자동화된 생체인식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미 이민귀화국(INS)의 노력은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당시 체포된 불법 체류자들과 입국자의 지문과 사진, 생체학적 정보를 비롯해 각종 정보를 수집한 것이 오늘날 안면과 홍채를 스캔하고 DNA와 음성, 손바닥 자국을 모으는 시스템의 초석이 됐다.

밀러의 보고서는 국경-산업복합체를 이끄는 14대 기업을 지목한다. 거기에는 보잉과 미국의 군수산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 제네럴 다이내믹스, 세계 최고 전투기 제작사이자 첨단기술 회사인 록히드 마틴, 미국 최대의 군함 제작사이자 전투기, 폭격기 등 항공기를 개발하는 노스럽 그러먼, 주로 미사일이나 레이다 등을 생산하는 레이시온, 4차산업혁명의 주역 중 하나인 IBM, 세계적인 경비업체인 G46, 감시 및 정찰, 그리고 전자 시스템 전문기업인 L3 테크놀로지스 등이 있다. 록히드 마틴과 제네럴 아토믹스가 따낸 정찰기와 공격 드론 계약만 해도 그 액수가 1970년대 INS의 모든 국경과 입국 관리 예산에 맞먹는다.

로페즈는 “이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감시 기술에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에 예상했던 바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부터 이런 추세가 있었다. 민주당은 국경통제에 대해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계속 얘기해 왔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데로 간다면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더 위험한 곳으로 효과적으로 몰고 갈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로페즈는 자기 단체에 법률 도움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사전 고지나 동의 없이 자기 집 부지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그리고 로페즈는 감시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어 CBP가 계속 사람들의 사적 재산권을 침해하면서 훨씬 사악한 감시 기술 장치들도 설치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세상의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CBP와의 계약을 늘려가고 있는 회사 중 하나는 논란이 되고 있는 국방 친화적 기술 스타트업인 안두릴이다. 안두릴의 창업자 팔머 럭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대적인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기업 팔란티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정권 관료들과 가까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벤쳐 투자자 피터 틸은 아두릴과 팔란티어 두 회사 모두에 투자하고 있다. 럭키도 틸과 마찬가지로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이자 민족주의로 아두릴에게 유리한 강경한 이민정책을 위해 많은 돈을 모금했다.

지난 10월, 인터셉트(The Intercept)가 중요한 사실을 폭로했다. CBP가 자동 감시 타워와 같은 안두릴의 감시 기술과 구글의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해 가상 장벽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 중인 CBP의 혁신개발팀(INVNT)가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안두릴은 거의 2800억 원에 이르는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중 드론을 담당하고 있는 INVNT의 항공 및 해상 팀이 지난 9월에 안두릴에게 약 390억 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게다가 안두릴은 이미 DHS로부터 660억 원이 넘게 받았다. 그 중 일부는 멕시코 국경의 레이저 장착 카메라와 패턴 인식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에 쓰였다고 한다.

안두릴의 창업자 럭키는 실리콘 밸리의 최첨단 기술 업체들과 군과의 협업을 위해 노골적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심지어는 인권문제를 우려해 국방부와의 ‘프로젝트 메이븐’에서 발을 뺀 구글을 비난할 정도로 말이다. 럭키는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자택으로 모셨고 공화당 후보들에게 개인적으로 최소한 약 19억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엔테의 곤잘레즈는 “안두릴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하는 것을 봤다.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라며 “수백 년 동안 국경 지대에서 살아온 마을들이 있다. 그런데 이 마을들이 점차 군사화 되고 감시의 본거지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맞서 미엔테는 바이든 정권에게 ICE와 CBP가 이민과 국경 출입국관리 정책을 재점검하는 100일 동안 불법 입국자와 불법 체류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곤잘레즈는 “첨단기술 및 데이터 기업들이 훨씬 더 공격적이고 비공개적인 감시망을 만들고 있다”며 “ICE가 클리어뷰 같은 회사들들과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인터넷 이미지를 모아서 안면 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리어뷰 말이다”라고 비난했다.

미엔테는 바이든 정권에게 ICE와 CBP가 제3자를 활용해 국민의 사생활 침해를 막는 미국 수정 헌법 제4조를 비껴가고 있는 현실을 파헤칠 것도 요구하고 있다. DHS는 제대로 된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핸드폰의 위치 추적 데이터를 사서 국경을 넘으려는 불법 입국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 제한 없이 자료를 모으고 정부부처끼리 나눠 갖고 있다.

더군다나 이 가상 장벽이 점점 내륙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미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100마일 떨어진 곳까지 이어지는 국경순찰대의 악명높은 “초헌법 구역”(이민 요원들이 큰 제한 없이 수색과 압수 권한을 행사하는 구역)을 따라 최첨단 국경 보안 기술이 배치돼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집 마당, 고속도로와 공항 등이 가상 국경이 되는 것이다.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CBP가 제안하는 안면 인식 입구/출구 감시 체제를 곧 감수해야 할 판이다.

또, CBP가 “전력을 강화하고 무장 요원들을 연방 경찰처럼 훈련시키고 있다”고 익명의 내부자가 더 네이션(The Nation)에 폭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경 순찰 전술 부대의 엘리트 요원들이 연방 경찰들처럼 지난 여름 조지 플로이드와 브레오나 테일러을 비롯한 여러 흑인이 경찰 폭력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일어난 대대적인 시위들을 진압하는데 파견되기도 했다. 시위 진압 당시 CBP가 미니애폴리스 상공에 프레데터 드론을 띄우기까지 했다.

곤잘레즈가 지적하듯 미국은 계속 해서 최첨단 기업들과 손을 잡고 전쟁을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가 이를 국경지대에서 활용하고 결국 본토 전역에서 쓴다. 그리고 어느새 동네 경찰서에까지 그런 기술이 들어가 버린다. 이는 미옌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ICE와 CBP의 예산을 삭감하자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곤잘레즈는 “ICE와 CBP는 아주 오랫동안 부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이민과 국경 출입국관리 정책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이런 기관들이 굉장히 비싸서 국미의 주머니만 축내고 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바 없이 오히려 해악만 끼치는 기술들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민과 국경 출입국관리 정책에서 사람들의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2021년 미국 시민권법의 자료표를 보면 “사생활 보호를 위해 DHS가 활용하는 기술이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DHS의 수장이 감독권을 지닌다”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곤잘레즈와 다른 활동가들에게는 이런 말이 공허하기만 하다. ICE와 CBP가 요원들이 DHS의 ‘공정한 정보 활동 지침’을 비롯한 각종 내규를 어겨도 그들을 그냥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곤잘레즈의 말처럼 “ICE와 CBP는 굉장히 불량배 같은 기관이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 아무도 그들을 감독하지 못한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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