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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국세청까지 동원해 ‘정치인 감시망’ 구축했던 MB정부
박지원 국정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균 1차장, 박정현 2차장,박 원장, 김선희 3차장. 2021.02.16
박지원 국정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균 1차장, 박정현 2차장,박 원장, 김선희 3차장. 2021.02.16ⓒ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이명박 정부 사찰 논란과 관련해 국가정보원(국정원)은 16일 '불법 사찰'이라고 규정했다.

이명박 정부가 18대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을 중심으로 검찰·경찰·국세청 등을 동반한 전방위적 정보 수집을 했으며, 국정원은 이 행위를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불법 사찰이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박지원 국정원장으로부터 사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두 의원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불법 사찰이 어떤 형태로 진행됐는지 대략적인 얼개가 드러난다.

'이명박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009년 12월 16일 국정원에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의 신상 관리 협조를 요청했는데, 해당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참고로 이 내용은 앞서 공개된 김승환 전북교육감 사찰 문건에서 일부 드러난 내용이다.

VIP(대통령) 통치 보좌는 물론 대정부 협조 관계 구축 및 견제 차원에서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음.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자료를 수시로 축적하고 업데이트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고 민감한 사안이므로 국정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 자료를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음.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자료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민감한 사안이므로 국정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 자료를 관리할 것.

민정수석실은 검찰, 국세청, 경찰 자료를 국정원에 지원하면 국정원에서는 이를 DB(데이터베이스)화해 자료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민정수석실에서 신상 자료를 요청할 경우 보고서 형태로 바로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국정 저해 정치인 견제 차원에서 해당자에 대한 비리 정보 지원도 요청한다.

이를 두고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2009년 12월 16일을 기점으로 해서 민정수석실과 국정원장, 국정원장이 지시하는 조직, 소위 특명팀에 의해서 또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직접 관리하는 팀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사찰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사찰한 정보를 두고 '직무 범위 이탈 정보'라고 공식 명명했다. 이같은 행위를 '불법 사찰'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직무 범위를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러한 사찰이 지속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지속될 개연성은 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는 게 정확한 설명이다. 현재 국정원에서 따로 사찰 문건을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하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지시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및 업데이트' 사안을 박근혜 정부에서 따로 중단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불법 사찰이 지속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대중·노무현 정부 사찰 없었냐' 공세
조목조목 반박한 민주당, 박지원 원장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 자료사진.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국민의힘이 이날 국정원 보고에서 관심 가진 사안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이명박 정부 불법사찰에 관여했는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 정권에서 이뤄졌던 불법사찰을 들추며 진상규명을 예고한 것을 두고 4월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공작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하 의원은 "박형준 당시 정무수석이 불법사찰에 관여돼 있느냐 했더니 당시 정무수석실 또는 박 전 수석이 관여돼 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오늘 (국정원의) 공식 답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이명박 정부 불법 사찰에) 박 예비후보가 관여돼 있다는 민주당의 공격이 있었지만, (국정원은) 공개된 자료 중 (직접적인 관여가) 확인된 건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앞으로 (공개될 사찰) 자료에서는 무엇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관심을 보였던 또 다른 사안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아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불법 사찰이 이뤄졌는지 여부였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없었다"고 답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등이 도청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거기에 1800여명을 상시 불법 도청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또한, 하 의원은 "노무현 정부 말, 2008년 2월 5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 친·인척 사찰을 국정원이 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2008년 2월 5일부터 약 4년여간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에 대한 사찰이 진행된 것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정권뿐 아니라 민주당이 집권했던 정권에서도 불법 사찰했다는 '물타기성 공세'를 펼친 것이다.

다만 김병기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과 성격이 다르다며 국민의힘의 공세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DJ정부 때 임동원·신건 전 원장 사건은 사실"이라면서도 "2007년에 국정원이 스스로 (사찰을) 발표하고 (두 전직 원장이) 처벌이 된다. 그래서 사실 (그 이후부터 국정원의) 정화 과정이 계속 이뤄졌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무현 정권 말에 이뤄진 사찰에 대해서도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얘기는 아니나 일부 소조직, 개인에 의한 일탈이 있었지만 국정원 전체가 조직 전체가 동원되는 사찰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박지원 원장 역시 "당시는 정권 교체기였기 때문에 국정원에서 (노무현 정권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한 것 같다"며 "(해당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인수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하 의원이 전했다.

다만 하 의원은 "어쨌든 야당 입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중에도 국정원 사찰이 있었다는 것이고 'DJ 정부' 때는 불법 도청 사례가 있었으니 다 문제가 된다"고 강변했다.

진상규명은 일단 국정원 몫으로 남겨
박지원 원장,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요구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병기 의원(오른쪽)과 노웅래 의원. 자료사진.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병기 의원(오른쪽)과 노웅래 의원.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남은 것은 이명박 정부 불법 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이다. 이 부분은 국정원의 자체적인 노력을 지켜본 후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국정원에서 자체적으로 진상규명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며 "(사찰 문건) 목록이라든지 (진상규명에 필요한) 여러 기타 자료를 요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하는 진척 사항을 봐가면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원장은 국정원 자체적인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특별법 발의를 요구했다. 현행법으로는 국정원이 불법 사찰 정보를 함부로 확인할 수도 없고, 폐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이러한 장애물을 걷어낼 수 있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국정원장이 국회에 요구한 게 '국정원 60년 불법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 같은 것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오늘 출석한 야당 의원들은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에서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52명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에는 ▲불법적 사찰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 및 사과 촉구 ▲사찰 피해자에게 선제적인 사찰성 정보 제공 및 자료 폐기 ▲국정원을 비롯한 각 정보기관 등의 사과 및 재발 방지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의 지도부도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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