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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로봇노동에 낙관적이었을까?

로봇노동 즉 노동의 탈인간화는 인간의 노동부담을 덜어줄까? 물류창고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필자(Sarah O’Connor)는 Financial Times 기고를 통해 강조한다. 로봇은 인간을 위해 노동한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지 그 반대가 돼선 안 된다고.
원문:https://www.ft.com/content/087fce16-3924-4348-8390-235b435c53b2

나는 한때 기술 낙관주의자였다. 나는 자동화의 새물결이 우리를 단조롭고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거로 생각했다. 온라인 유통 물류창고가 완벽한 예시처럼 보였다. 점점 확산되는 이곳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손목밴드나 헤드셋으로 감시받고 지시받으면서 고객이 주문한 물건들을 선반에서 가져오기 위해 하루에 24km 넘게 걸어 다녀야만 했다. 나는 또 하루를 버티기 위해 물집 잡힌 발에 바셀린을 바르던 물류창고 노동자들과 인터뷰한 적 있다. 그때는 우리가 이 단순노동을 수행할 로봇 개발을 빨리 할수록 인간은 덜 가혹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더 빨리 얻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로봇은 현실화되었지만, 나는 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쇼핑 수요가 폭발하면서 물류창고 자동화가 가속화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전 세계의 물류창고 자동화 시장이 2019년 150억 달러에서 2026년 3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로봇은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일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물건을 다룰 때 여전히 인간의 손가락이 기계의 손가락보다 낫기 때문이다. 한 물류창고 관리자는 UC버클리의 연구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는 석고 가루 봉투, 착암기의 날, 도금된 금속쓰레기통, 톱날, 5갤런짜리 페인트통 등을 다룰 수 있는 로봇을 찾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자동화가 대거 진척되었지만, 많은 물류창고 업무는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몫, 부분적으로는 로봇의 몫이 되었다. 이는 노동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 건 아니다.

아마존 로봇이 아리즈 굿이어에 있는 아마존 창고 시설에서 우편번호로 분리된 패키지를 배달하면 조셀린 니에토는 특수 컨테이너에 패키지를 보관한다.(2020.01.30)
아마존 로봇이 아리즈 굿이어에 있는 아마존 창고 시설에서 우편번호로 분리된 패키지를 배달하면 조셀린 니에토는 특수 컨테이너에 패키지를 보관한다.(2020.01.30)ⓒ뉴시스/AP

척(Chuck)은 물류창고를 가로지르며 한 선반에서 다른 선반으로 물류창고 노동자를 이끌어주는 자율적인 로봇 운반차이다. 6리버 시스템스(6 River Systems)는 이 로봇을 DHL, XPO 로지스틱스, 오피스디포 같은 물류창고 운영기업에 팔거나 대여해주고 있다. 6리버 시스템스는 이 기술이 노동자들의 부담을 완화해 줄 거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더는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운반차를 직접 끌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척은 무자비한 작업속도도 가져왔다.

6리버 시스템스의 웹사이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동자들이 작업속도를 자기 자신에게 맞출 때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6리버 시스템스의 경영사례 보고서는 "척이 없으면 노동자들의 이동 속도가 일정하지 못하고 척이 있을 때의 속도보다 절반 정도의 속도로 이동한다"고 말하고 있다.

2012년 로봇공학 기업인 키바(Kiva)를 7억7천5백만 달러에 인수한 아마존은 더 기발한 방식으로 물류창고를 운영한다. 물류창고를 자동화해 로봇들이 선반을 노동자들에게 가져다주게 만든 것이다. 물류창고 노동자들은 종일 걸어 다니는 대신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다. 노동자가 더는 물집 잡히거나 물건을 집어오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인 노동자라면 걸어 다니며 주문품을 가져올 때 시간당 약 100개의 품목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존의 자동화 시스템 아래에선 한 시간에 300개 이상의 품목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작업이 개선됐지만, 다른 면에서는 더 악화됐다. 스스로 작업속도를 설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몸을 뻗고, 꼬고, 굽히고, 당기면서 종일 서 있으면 몸에 무리가 간다. 조사보고센터(CIR)가 작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의 로봇화한 물류창고에선 전통적인 아마존 물류창고에서보다 지난 4년 동안 해마다 부상률이 심각하게 높아졌다. 노동자, 노조, 건강 및 안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뉴욕직업안전건강위원회가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자동화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145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니 3분의 2가 일하는 도중 육체적 통증을 경험했다.(특히 발, 무릎, 등, 발목, 어깨, 손) 그리고 42%가 일하지 않을 때도 통증을 계속 느꼈다.

아리즈 굿이어의 아마존 창고 시설에서 적절한 배송 슈트를 찾기 위해 아마존 로봇이 패키지를 가지고 창고 바닥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2020-01-23)
아리즈 굿이어의 아마존 창고 시설에서 적절한 배송 슈트를 찾기 위해 아마존 로봇이 패키지를 가지고 창고 바닥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2020-01-23)ⓒ뉴시스/AP

대부분의 전문가에 의하면 지금 노동자들이 맡은 역할도 결국에는 자동화될 것이지만, 그런 기술은 최소한 10년은 있어야 상용화할 것이다. 그동안 인간들은 로봇의 속도에 맞춰 일하는 로봇 시스템 속으로 으스러지며 말려 들어가고 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로봇화는 회사와 소비자들에게는 분명히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싸고 빠르게 물건을 배송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와 사회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예를 들어 근골격 장애는 생애 후반부에 겪게 될 장애와 질병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고, 이는 납세자들의 건강보험금 납부 부담을 더할 것이다.

OECD에 따르면 부유한 나라들에서 일자리의 14%는 고도로 자동화할 수 있다. 또 추가로 32%의 일자리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할 수 있으므로 일자리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많은 학술기관과 언론사들은 자동화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는 일자리에 주목했다. 하지만 물류창고 사례를 보면 남아있게 될 일자리들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도 걱정해야 한다.

노동의 탈인간화와 노동강도 강화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노동현장에서 지금과는 다른 선택 내리고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로봇 직장 동료를 가지게 될 거라면, 우리는 인간의 강점과 약점에 기초해서 노동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인간이 문제점을 말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고, 생산성 향상의 지분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다시 말해, 로봇은 인간을 위해 노동한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지 그 반대가 돼선 안 된다.

Voice of the World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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