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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제한하려는 멕시코, ‘안 된다’는 미국 정부와 농업기업
지난 2017년 1월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상점에 몬산토 '라운드업'이 진열돼 있다. 영국 가디언은 10일 몬산토 측이 '라운드업'의 주요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겨왔다고 보도했다. 2018. 07.10.
지난 2017년 1월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상점에 몬산토 '라운드업'이 진열돼 있다. 영국 가디언은 10일 몬산토 측이 '라운드업'의 주요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겨왔다고 보도했다. 2018. 07.10.ⓒ사진=AP/뉴시스

편집자주:다국적 농화학 기업 몬산토의 대표적인 상품인 ‘라운드업’은 1974년에 첫 출시된 제초제다. 글리포세이트라는 화학물질이 주성분인데,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제초제 성분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너무 강력해서 곡물까지 죽였기 때문에 라운드업이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살포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글리포세이트 저항성을 지닌 GMO 종자가 나오면서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2015년, 국제암연구소가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 등급 중 두번째로 높은 2A 등급으로 분류했다. 그때부터 미국 환경보호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규제기관이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가디언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Revealed - Monsanto Owner and US Officials Pressured Mexico to Drop Glyphhosate Ban

2018년 몬산토를 인수한 바이엘AG와 농업 로비 회사인 크롭라이프 아메리카가 멕시코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정보자유법에 의거해 생물다양성센터(CBD)가 요구해 가디언과 공유한 미국 정부의 내부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멕시코가 몬산토의 대표 제품인 라운드업 제초제의 주재료이자 발암물질로 악명 높은 글리포세이트를 금지하려 하자 바이엘와 크롭라이프 아메리카가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와 손을 잡고 멕시코를 압박한 것이 폭로됐다.

공개된 이메일들에 따르면 멕시코에게 글리포세이트를 계속 수입하라는 미국과 업계의 압력은 바이엘이 글리포세이트가 주원료인 몬산토 제품들 때문에 비호지킨림프종이라는 암에 걸렸다는 사람들과 12조 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합의하는 18개월 동안 이뤄졌다.

바이엘과 화학업계 로비스트들이 2019년에 태국이 글리포세이트를 금지하려 하자 했던 행동과 지금 멕시코에게 압력을 가하는 모습이 매우 비슷하다. 당시 태국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우려하며 몬산토 제초제를 금지시키려 했다. 그러나 미국이 무역 보복 조치로 위협하자 태국이 입장을 바꾸며 완전히 물러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멕시코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 정부와 농화학업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정부가 물러설 기미가 없다. 진보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암로) 멕시코 대통령이 늦어도 2024년부터는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전면 중단시킬 것이라 했다. 또, 암로 정권은 지난 12월 31일, “최종 대통령령”를 발표해 클리포세이트 뿐만 아니라 유전자변형(GMO) 옥수수의 재배와 소비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금지시킬 것이라 했다. GMO 농산물에 클리포세이트가 함유된 농약을 많이 뿌리기 때문에 소비자가 먹는 완제품에 잔류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멕시코 독립 제21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국립궁전 발코니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0.09.16.
멕시코 독립 제21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국립궁전 발코니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0.09.16.ⓒ사진=AP/뉴시스

멕시코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식량 안보와 식량 주권”을 확립하고 “멕시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멕시코가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서 미국 정부는 농업 수출제품, 특히 바이엘의 글리포세이트 제품의 건강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가디언이 검토한 이메일들은 미국무역대표사무소(USTR)와 다른 기관들이 쓴 것들이었다. 거기에는 멕시코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짜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이메일은 암로 정권의 관료들을 “바이오 기술을 반대하는 목소리 큰 운동권(activists)라 불렀고 다른 이엘은 멕시코의 보건당국이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짜증을 냈다. USTR의 이메일들을 보면 농화학 산업계가 미 정부에게 작년 7월 1일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안에 이 문제 관련 조항을 넣어달라고 로비한 정황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미 정부는 농화학 산업계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멕시코에게 글리포세이트와 GMO 농산물 관련 멕시코 정책이 USMCA를 “준수하고 있는지 우려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미국환경보호국(EPA)도 크롭라이프와의 논의를 거론하며 농화학업계 거들기에 나섰다. EPA 내부에서 오고간 이메일에는 “USMCA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생물다양성센터(CBD)의 생물학자 네이슨 돈리는 “농약업계가 미국 정부를 이용해 국제 무대에서 자기 이익을 공격적이리 만큼 적극적으로 추구해 식량 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다른 나라 국민의 모든 노력을 짓밟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10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승리"라고 말했다. 2019.12.11.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10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승리"라고 말했다. 2019.12.11.ⓒ사진=AP/뉴시스

점점 커지는 미국과 농화학업계의 불안감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들을 보면 멕시코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글리포세이트를 금지하겠다고 한 2019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불안감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멕시코는 이것이 “예방 우선의 원칙”에 따르는 조치라고 했다. 과학적으로 우려되거나 안전이 논란되는 물질을 취급할 때 지나치게 열린 자세를 가지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조심하는 게 낫다는 원칙 말이다.

바이엘의 미국 정부 담당 임원인 스테파니 머피는 USTR의 국제무역 및 환경정책 담당 국장인 레슬리 양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 일을 거론하며 “글리포세이트가 환경 리스크가 크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멕시코가 주장”하고 있으니 USTR과 이 문제를 더 논의해 “USMCA를 활용할 방법”이 없겠는지를 검토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농업 로비 회사인 크롭라이프 아메리카가 미국 농무부의 산하기관 해외농업국(FAS)와 연락을 취하고 있고 바이엘 임원들이 멕시고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FAS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피가 2019년 12월 5일에 보낸 이메일에는 “아직까지는 바이엘의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는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가 2020년 1월 만날 때 USTR가 준비한 ‘브리핑 자료’에 따라 회의가 진행됐는데 여기에는 글리포세이트 문제가 멕시코의 무역 차관과 논의할 핵심 의제로 제시돼 있다. 이 자료에는 멕시코가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글리포세이트 수입을 막고 있어서 우려된다는 세부 논제가 명시돼 있다.

바이엘의 머피는 한 달 후인 2020년 2월에 다시 한 번 USTR의 양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 회의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며 멕시코의 환경 및 자연자원부가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국제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멕시코-맞춤형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3월이 되자 크리스 노박 크롭라이프 회장이 USTR의 수장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에게 보낸 이메일(USDA와 EPA의 수장들은 수신인 참조로 들어갔다)에서 글리포세이트와 GMO 농산물에 대한 멕시코의 조치들에 “긴급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다급해 했다. 그리고 멕시코의 행동이 “USMCA가 규정하는 의무를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크롭라이프는 바이엘과 다른 농화학 기업들로부터 받는 돈으로 먹고 산다). 그 이메일 이후에는 바이엘의 머피가 USTR의 양에게 계속 이메일을 보내면서 “멕시코 정부와 더 고위급 만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다가 5월이 되자 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멕시코의 경제부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GMO 작물과 글리포세이트 문제가 “양국 관계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협박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8월에는 노박 크롭라이프 회장이 미 정부에게 “모든 도움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내면서 멕시코가 “사실상 새로운 농약 제품의 등록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몬산토사 본사의 간판. 샌프란시크 법원 배심은 19일 몬사토사의 제초제를 사용하다 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제기한 드웨인 존슨(46)이라는 남성에게 몬산토사가 2억8900만 달러(약 3264억원)를 배상하도록 평결했다. 몬사토는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8.11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몬산토사 본사의 간판. 샌프란시크 법원 배심은 19일 몬사토사의 제초제를 사용하다 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제기한 드웨인 존슨(46)이라는 남성에게 몬산토사가 2억8900만 달러(약 3264억원)를 배상하도록 평결했다. 몬사토는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8.11ⓒ사진=AP/뉴시스

이것은 글리포세이트보다 더 많은 것이 걸려있는 문제다

수개월 간 오간 이메일을 통해 업계 임원들은 미국 정부에게 글리포세이트 제한 조치가 다른 농약 제한 조치로 이어지고 다른 국가들도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멕시코가 식료품에 있는 잔류 농약 수치 기준을 강화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노박 크롭라이프 회장은 미 정부에게 “멕시코가 ‘예방 우선의 원칙’을 확대해 식료품에 있는 잔류 농약에 적용하면 200억 달러에 이르는 대멕시코 농산물 수출액이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화학업계와 미 정부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보면 옥수수와 콩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컸다. 미국 정부와 농화학업계는 식료품의 농약 잔류 수치가 위험할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반대하거나 농약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위험하다는 과학자들도 많다.

멕시코는 미국 무역에서 더없이 중요한 나라다. 멕시코는 2019년 부로 미국 총 교역액의 15%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양국 간의 미국 주요 수출품에는 콩이 있다. 그리고 미국 옥수수의 90%가 GMO 작물이기 때문에 멕시코가 GMO 옥수수의 수입을 금지하면 미국의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정권 아래에서도 멕시코에 대한 압력이 여전히 가해지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USTR는 코멘트를 해달라는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바이엘도 멕시코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글리포세이트와 GMO 작물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며 멕시코의 제한 조치들이 멕시코 농민에게 “중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멕시코의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EPA 대변인은 본 기관이 멕시코 관료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며 “멕시코의 글리포세이트나 GMO 옥수수 관련 조치에 대해 어떠한 규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EPA가 이 문제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를 멕시코 정부와 공유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박 크롭라이프 회장의 목소리가 컸다. 그는 가디언에게 글리포세이트를 금지하려는 멕시코의 움직임은 농민들의 필요를 무시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세계 무역의 근거인 과학적 기준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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