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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참여’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역풍’ 부른 일본 자민당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모리 위원장은 앞서의 여성 차별 발언을 철회했지만 사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3일 오후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 회의 중 “여성 이사를 증원하면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리고 마무리가 어려워 짜증 난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2021.02.04.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모리 위원장은 앞서의 여성 차별 발언을 철회했지만 사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3일 오후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 회의 중 “여성 이사를 증원하면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리고 마무리가 어려워 짜증 난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2021.02.04.ⓒ사진=AP/뉴시스

편집자주:이를 두고 ‘점입가경’이라고 하던가. 여성들이 말이 많아 여성이 참석하면 회의가 오래 걸린다는 발언으로 도쿄 올림픽 위원장이 사퇴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자민당이 또 악수를 뒀다.
원문:Japan’s ruling party invites women to meetings – but won't let them speak

그건 의미심장한 조치가 아니었다. 그저 요시로 모리 전 총리가 여성 비하 발언 논란으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장 직에서 사퇴하자 일본 집권당이 성평등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자민당의 중진회의에 여성 당원들을 참석시키겠다고 토시히로 니카이(82) 자민당 사무총장이 16일 발표한 일 얘기다. 이는 ‘말 많은 여성들이 참석하는 회의는 오래 걸린다’고 한 모리 전 총리가 사퇴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온 발표였다.

하지만 자민당 내의 크나큰 성별 격차를 완화하는 니카이의 시도는 곧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일이 돼 버렸다. 중진회의에 참석하는 몇 안 되는 여성들이 눈에는 보이되 귀로는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곧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거의 아무런 도전을 받지 않고 일본에서 집권한 자민당은 5명 정도의 여성들을 12명이 참석하는 중진회의에 참석시키되 그들에게 참관권만 주고 발언권은 주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 의원들과 소셜미디어에서의 네티즌들의 조롱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남성우월주의와 여성차별 없이 자민당을 말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 가을 요시다 수가를 총리로 만든 강력한 파벌 지도자인 니카이는 열심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니카이는 여성 참관자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대신 당 사무국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했다며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에게 이것을) 보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라면서 말이다.

지난 2020년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내각을 출범했다. 도쿄 소재 총리 관저에서 첫 각의(국무회의)를 마친 후 내각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9.17.
지난 2020년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내각을 출범했다. 도쿄 소재 총리 관저에서 첫 각의(국무회의)를 마친 후 내각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9.17.ⓒ사진=AP/뉴시스

니카이는 여성 의원들의 지위 상승을 위해 애쓰는 토모미 이나다 전 국방장관이 자민당 주요 회의에 여성들의 참여를 허용하자고 제안한지 하루만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가 작년에 단 2명의 여성을 내각에 임명하자 이나다는 일본을 “여성없는 민주주의”라 부른 바 있었다.

이나다는 “여성이 일본 인구의 절반과 자민당 풀뿌리 당원의 40%를 차지한다”면서 “여성이 원하는 정책을 논할 장이 없다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성차별 문제는 하원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세계의 여성 하원의원 비율이 25.1%인데 일본은 이를 훨씬 밑도는 9.9%에 불과하다. 게다가 세계경제포럼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성평등 세계 순위가 153개 국 중 121등이라고 한다. 이는 2019년보다도 11단계 내려간 순위로 선진국 중 최하위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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