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이를 두고 ‘점입가경’이라고 하던가. 여성들이 말이 많아 여성이 참석하면 회의가 오래 걸린다는 발언으로 도쿄 올림픽 위원장이 사퇴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자민당이 또 악수를 뒀다.
원문:Japan’s ruling party invites women to meetings – but won't let them speak
그건 의미심장한 조치가 아니었다. 그저 요시로 모리 전 총리가 여성 비하 발언 논란으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장 직에서 사퇴하자 일본 집권당이 성평등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자민당의 중진회의에 여성 당원들을 참석시키겠다고 토시히로 니카이(82) 자민당 사무총장이 16일 발표한 일 얘기다. 이는 ‘말 많은 여성들이 참석하는 회의는 오래 걸린다’고 한 모리 전 총리가 사퇴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온 발표였다.
하지만 자민당 내의 크나큰 성별 격차를 완화하는 니카이의 시도는 곧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일이 돼 버렸다. 중진회의에 참석하는 몇 안 되는 여성들이 눈에는 보이되 귀로는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곧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거의 아무런 도전을 받지 않고 일본에서 집권한 자민당은 5명 정도의 여성들을 12명이 참석하는 중진회의에 참석시키되 그들에게 참관권만 주고 발언권은 주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 의원들과 소셜미디어에서의 네티즌들의 조롱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남성우월주의와 여성차별 없이 자민당을 말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 가을 요시다 수가를 총리로 만든 강력한 파벌 지도자인 니카이는 열심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니카이는 여성 참관자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대신 당 사무국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했다며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에게 이것을) 보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라면서 말이다.

니카이는 여성 의원들의 지위 상승을 위해 애쓰는 토모미 이나다 전 국방장관이 자민당 주요 회의에 여성들의 참여를 허용하자고 제안한지 하루만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가 작년에 단 2명의 여성을 내각에 임명하자 이나다는 일본을 “여성없는 민주주의”라 부른 바 있었다.
이나다는 “여성이 일본 인구의 절반과 자민당 풀뿌리 당원의 40%를 차지한다”면서 “여성이 원하는 정책을 논할 장이 없다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성차별 문제는 하원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세계의 여성 하원의원 비율이 25.1%인데 일본은 이를 훨씬 밑도는 9.9%에 불과하다. 게다가 세계경제포럼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성평등 세계 순위가 153개 국 중 121등이라고 한다. 이는 2019년보다도 11단계 내려간 순위로 선진국 중 최하위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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