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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앞두고 ‘괴담’ 또 창궐, ‘신뢰 높이기’ 과제 떠안은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던 중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2021.01.2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던 중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는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2021.01.20.ⓒ뉴시스

지난해 가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독감 유행을 막기 위해 독감 백신 접종을 추진했다. 독감 백신 접종은 매년 이뤄지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중요했다. 정부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양의 독감 백신을 확보했지만 보수야당은 이것도 부족하다면서 예산을 증편해 독감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 정부의 방역에 대한 불안을 부추긴 결과였다.

그러는 사이 언론에선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를 무분별하게 보도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발맞춰 보수야당과 보수의료단체는 독감 백신 접종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사망 사례들은 독감 백신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결국 확인됐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괴담’이 독감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백신 접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독감 무료백신 접종률은 코로나19가 없던 전년보다 오히려 9.1% 하락한 64%에 불과했다. 특히 65세 이상 접종 대상자 가운데 23%는 접종을 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독감 백신은 120억 원어치인 140만 명분이 남아있다. 올해 4월까지 접종 사업이 지속되지만, 상당량의 재고가 남을 전망이다.

독감 백신을 둘러싼 ‘괴담’이 이번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퍼지고 있다. 양상도 비슷하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양이 부족하다’, ‘백신 안전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백신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목표 달성까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방역당국이 ‘가짜뉴스’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자료 미비’에서 불거진 백신 효과 논란
무분별한 언론보도와 근거 없는 소문에
불필요한 불안감만 증폭
결국 한발 물러선 정부

정부는 지난 16일 기준으로 총 7천900만 명 분의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확정했다. 그동안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던 보수야당은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었다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전방위로 나선 끝에 집단면역 형성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백신을 확보한 셈이다.

올해 4월까지 당장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의 대부분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다. 정부는 이를 오는 26일부터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에게 우선 접종하고, 다른 백신이 추가로 들어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자 ‘백신을 빨리 확보하라’고 다그치던 보수야당은 이번엔 백신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세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나라 중 32개 나라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나머지 5개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가장 늦을 뿐 아니라, 안전성이나 효과가 문제 있다고 지적되는 아스트라제네카로 접종을 시작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닌 듯하다”고 비난했다. 안전성과 효과성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공당이 나서 거부한 셈이다.

이 논란은 일부 유럽 국가들이 ‘자료 미비’를 이유로 65세 이상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연기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부작용? 백신 맞느니 사표”...일부 의료진 거부〉 〈고령층 접종 주저하는 유럽...아스트라 맞아도 되나?〉 〈“부작용 책임져주냐...백신 맞느니 간호사 관두겠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유럽서 ‘불신’...접종 꺼리는 움직임〉 등의 헤드라인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내외 일부 반응을 그대로 옮긴 언론보도도 잇따르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아직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고령자에게만 효과가 전혀 없는 물백신을 접종한다’거나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를 은폐했다’는 등 근거가 전혀 없는 황당한 소문까지 유튜브를 비롯해 SNS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결국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 정보를 확인한 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접종을 유예한 셈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연합(EU), 영국에서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허가 또는 사용이 권고되고 실제 접종에 이를 만큼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됐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대상은 65세 이상을 포함한 18세 이상 전체였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월 9일 발표된 영국과 브라질의 임상 3상 시험 결과 등을 토대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단기 안전성은 100만 도즈 단위에서 증명이 거의 끝났다”며 “안전성에 대해서 특별히 우려하지 않는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실제로 영국은 이미 300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고 연령과 무관하게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최소한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와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여론에 등 떠밀리듯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유예한 것은 오히려 불안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교수는 “이러한 정부의 판단은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릴까 우려된다”며 “정부의 결정은 백신의 효과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안전성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미룸’이 백신의 신뢰에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 교수와 반대로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앞장서 문제를 제기하던 국민의힘은 정부가 ‘만 65세 이상’ 우선 접종을 미루는 결정을 하자 이번엔 ‘방역대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래서 접종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입장이 불분명한 만큼 정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월 본회의장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태 및 백신 수급 현황 점검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이 끝난 뒤 퇴장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월 본회의장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태 및 백신 수급 현황 점검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이 끝난 뒤 퇴장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
신뢰감 높이는 게 관건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불안감이 커지면 접종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럴 경우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의도하지 않았지만 떠안게 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백신에 대한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증명됐다. 논란이 되는 건 유효성의 문제인데 ‘만 65세 이상’의 경우 유효성을 판단하기에는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것도 맞는 말이고 펜데믹 상황인 만큼 (유예하지 말고) 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두 가지 중)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며 “정부 입장에선 초기 접종을 할 때 우리가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어느 것이 더 신뢰를 갖게 할 것이냐를 판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환경이나 보수야당,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접종에 대한 신뢰를 부여할 것이냐 하는 걸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영국이나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고령층도 백신 접종을 유예하지 않고) 맞췄을 것”이라며 “확진자 수가 여전히 많긴 하긴 하지만 관리 가능한 통제 범위 수준에 있기 때문에 우린 큰 부담 없이 (유예하기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의 접종 상황을 보고 우리가 결정하면 된다”며 ”그러면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이번에 유예된 요양병원과 시설의 만 65세 이상 환자와 종사자에 대한 접종을 2분기 안에는 시작할 계획이다. 3월 말 또는 4월 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 자료가 나오면, 바로 접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이 안 되는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을 비롯해 최근 계약을 확정한 노바백스 백신을 고령층에 접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화이자와 백신 300만 명분을 ‘2분기 도입’ 조건으로 추가 구매하면서 기구매한 1천만 명분 중 50만 명분을 3월 말 조기 도입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를 통해 애초 목표로 정한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아울러 접종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백신 관련 ‘가짜뉴스’에 더욱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내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최근 사회 일각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허위·조작정보가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다”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가짜뉴스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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