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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전기요금 1,700억 원을 맘대로 뿌리고 알박기를?
한국전력
한국전력ⓒ뉴시스

대한민국 공기업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차지하는 위치는 막강하다. 대한민국의 국민들(법인들 포함)로부터 걷어들이는 전기요금의 규모가 어머어마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공과금 중에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만만치 않다. 여름과 겨울에는 특히 전기요금이 늘어난다. 상ㆍ하수도요금처럼 각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으로 들어가는 공과금도 있지만, 전기요금은 한국전력공사라는 단일 공기업으로 들어간다. 온 국민이 내는 돈이니 세금에 준하는 돈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법령에 근거도 없는 특별지원금?

이렇게 걷어들이는 전기요금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0년 한국전력공사의 매출액은 58조 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문제투성이다.

온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이니만큼, 세금에 준해서 투명하게 사용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전이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와 관련해서 공개되는 정보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게다가 세금을 쓸 때에는 법령에 근거를 두고 쓰는 것이 원칙인데, 한전이 쓰는 돈과 관련해서는 그런 것도 없다.

특히 송전선 건설과 관련해서는 한전 내부 규정에만 근거하여 엄청난 돈을 ‘특별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뿌려대 왔다. 몇조원짜리 사업을 하려면,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한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반대 목소리가 있으면 돈을 뿌려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게 공기업이 할 일인가?

최근 강원도에서는 막대한 돈이 ‘특별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뿌려지고 있다. 동해안의 신한울 변환소에서 출발해서 경기도의 신가평 변환소까지 10개 시.군을 지나가는 50만볼트 초고압 직류 송전선(HVDC)을 건설하려 하는데, 강원도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무려 1,700억원을 특별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뿌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뿌려지는 1,700억원도 법령에 근거가 없이 한전의 내부규정과 한전 사장이 결재한 내부문건에 의해 뿌려지는 것이다. 한 마을에 5억, 10억씩 뭉터기로 돈이 뿌려지고 있다. 한전 사장의 지시로 송전선 건설을 위한 특별대책본부가 구성됐고, 한전 부사장이 책임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일이다.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선 계통도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선 계통도ⓒ기타

그리고 이 돈으로 인해 강원도 곳곳에서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선 합의한 마을에 돈을 먼저 준다’고 하니 주민들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반대대책위를 돈으로 약화시키겠다?

게다가 한전은 내부문건에서 ‘반대대책위 활동기반 약화 및 인근 마을 합의 필요성 전파 기대’ 같은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반대운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돈을 뿌린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송전선로가 백지화되어도 이 돈은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한전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묻지마 돈 살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송전선 건설을 위해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급된 ‘특별지원금’인데 송전선 건설을 안 하게 되더라도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돈이 한전 임.직원들의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쓸 수 있겠는가? 한전은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을 그야말로 물쓰듯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공권력을 가진 기관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다. 강원도 송전탑 반대대책위가 이렇게 쓰여지는 특별지원금 문제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으나 불기소를 했다고 한다.

밀양 송전탑 때에도 ‘특별지원금’ 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지만, 솜방망이 감사에 그쳤다.

월성 1호기 폐쇄와 관련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감사하던 감사원이, 한전의 송전선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대충 무마하는 수준의 감사를 할 뿐이다.

765kv송전탑
765kv송전탑ⓒ구자환 기자

지금은 1,700억원 특별지원금이 뿌려지는 것이지만, 송전선 건설 사업비는 몇조가 들어갈 지도 모른다.

한전의 ‘알박기’를 방치하는 정치권

미국, 중국처럼 1천킬로미터 이상 장거리 송전이 필요한 나라에서나 건설하는 육상 초고압직류송전선을 대한민국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강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전력계통 전문가의 얘기이다.

게다가 지금 건설 중인 동해안의 4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한다면 굳이 새로운 송전선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강릉 안인발전소는 삼성물산이, 삼척화력발전소는 포스코에너지가 추진 중이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기후위기를 생각하고, 초고압 송전선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논의가 제대로 되기 전에 송전선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려고 하는 것이 한전의 작전인 듯하다. 일종의 ‘알박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송전선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면, 동해안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도 건설ㆍ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가 편해질 것이다. 탈석탄과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에서 4개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기 위해 송전선마피아와 석탄화력카르텔이 단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민주적 통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청와대는 무엇을 하고,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승수(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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