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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비·장애인은 함께 공연볼 수 있을까, 국립극단 ‘스카팽’의 가능성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배리어프리 공연 '스카팽'(수어 통역)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배리어프리 공연 '스카팽'(수어 통역)ⓒ국립극단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객을 만나기 어려워졌던 한국 공연계엔 온라인 공연 상영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공연계에도 영상화가 필요하다는 다소 강제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공연계에 지각변동이 생긴 이유다.

여전히 '공연은 현장에서 보는 게 좋다 혹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런 논의를 차치하고 공연 영상화가 지역 관객, 해외 관객들에게 더 넓은 예술의 지평을 열어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존재한다. 온라인상에도 여전히 장애인 관객들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극단은 온라인상에서도 장애의 장벽을 거둬내기 위한 시도를 했다. 19, 20일에 '처음'으로 선보인 배리어프리 온라인 극장 '스카팽'을 통해서다.

'스카팽'은 국립극단의 인기 레퍼토리 작품 중 하나다. 원작자는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다. 작품은 짓궂고 영리한 하인 '스카팽'을 등장 시켜 지배계층을 풍자하고 통쾌하게 조롱한다.

공연의 겉부터 속까지
장애 있는 관객의 눈과 귀가 되려는 시도

우선 19일 '스카팽' 공연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 및 자막이 제공됐다. 공연이 시작되고 화면 왼편에 있던 연주자가 건반을 두드리자, 화면 왼쪽·위쪽에 피아노 건반 '이미지'가 등장한다.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잡담에 현장 관객이 손뼉을 치고 웃음을 터뜨리자, '박수'와 '웃음'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이번 배리어프리 공연에선 공연의 현장성과 생생함을 살리기 구체적인 노력이 엿보였다. 음악이 지배적으로 등장하는 공연 '스카팽'의 특성을 살려, 보다 더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등장했다. 드럼, 트럼펫, 심벌즈, 음표, 기타, 하모니카 등이 등장해 무대의 음악성을 설명했다.

또한 오른쪽 화면 아랫부분에 수어 통역자 2명이 등장했다. 뉴스 등에서 볼 수 있는 수어 통역 화면보다 컸다. "하하하", "화르르", "뚜뚜뚜" 등 수어 통역사들은 배우들의 입말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새소리가 날 때는 손으로 새 형상을 만들기 했고, 슬픈 음악이 나오면 슬픈 감정선이 느껴질 수 있도록 표정을 지었다.

20일 공연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화면해설이 제공됐다. 무대 배치가 어떻게 되는지, 배우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배우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공연은 사전에 설명해준다. "배우들이 얼굴을 하얗게 분칠해 성격에 어울리는 표정을 익살스럽게 그려놓았습니다", "장막이 올라가면 아이보리색의 본무대가 나타납니다" 등 구체적인 해설이 나온다.

화면해설은 무대의 외향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심리적인 부분, 상징적인 부분, 내밀한 부분, 배우의 표정·심경까지 적절한 타이밍에 설명해 주며 이해를 돕는다. 가령 자신의 속내를 남에게 걸린 스카팽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작품은 "스카팽이 당황해한다"고 설명해주기도 하다. 상징적인 장면을 배우들이 우스꽝스럽게 표현할 때도, 작품은 관객이 이미지화 할 수 있도록 깔끔하고 간결한 설명을 잊지 않는다.

물론 배우들 간 대사가 많을 땐 설명이 어쩔 수 없이 생략되는 부분도 존재했다. 실제 관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더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국립극단의 시도는 장애 유무 관계없이 '함께 공연 즐기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스카팽'은 지난해 약 한 달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지만, 명동예술극장 화재로 조기에 종영됐다. 이에 국립극단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협업해 코로나 시대에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스카팽'을 배리어프리 온라인 극장 서비스로 공개하게 됐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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