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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 민영화 논란된 ‘서비스산업법’, 민주당 발의안은 다를까?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영상캡쳐

박근혜 정부 당시 '의료·공공민영화 악법'이라며 큰 반발을 샀던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서발법)을 이번에는 21대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통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규제혁신추진단'을 구성하고, 김태년 원내대표가 서발법 처리를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서발법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을 앞세워 밀어붙였던 서발법을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섰으나, 민주당이 여당이 되자 앞장서서 '규제혁신'을 외치며 통과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당시 여론이 가장 크게 반대하던 부분인 의료민영화 관련 조항의 수정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법안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한다.

여당안 '의료법, 약사법, 건강보험법, 건강증진법 등 제외' 명시
전문가들 "제외해도 50여개 관련법 남아...의료민영화 막을 수 없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긴급 토론회에서는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중소상공인 등 부분의 전문가들이 여당이 추진하는 서발법의 문제를 짚었다.

서발법은 18대 국회였던 지난 2011년 12월 기획재정부 주도로 발의된 대표적인 규제완화 법안으로, 세 번의 정부를 거치면서 10년간 꾸준히 국회에 올라오고 있는 법안이다.

공공성 강화가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비롯한 교육, 철도, 문화 등 서비스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공공서비스 영역까지도 민간 자본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여론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러나 21대 국회 들어서는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진 여당인 민주당이 처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규제혁신추진단-대한상의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1.28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규제혁신추진단-대한상의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1.28ⓒ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의료법·약사법 등 의료 관련법에 대한 적용 예외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민영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소수의 의료 관련법 제외만으로는 서발법이 통과됐을 경우 의료민영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이렇게 해도 서발법이 의료민영화법이란 점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사실 서발법 적용을 받는 보건의료 관련법은 55개인데 이중에서 3~4가지를 제외한다고 의료민영화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보건의료 관련법) 3개 내지 4개를 배제하는 걸로 돼 있는데, 보건 의료 관련 분야 법은 55개"라며 "그래서 3개 내지는 4개 분야가 적용 배제가 된다 하더라도 서발법 체계 내에서 가능한 보건 산업 육성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심지어 김 1차관은 "바이오 빅테이터를 구축하고, 스마트 병원을 만들고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등은 보건의료기술법이라 충분히 가능하다"며 "제약산업과 의료기기는 제약산업법이나 혁신의료기기법, ICT(정보통신기술) 의료시스템의 해외 진출, 외국인 환자 유치·확대 등은 의료해외진출법이 있다"고 구체적인 예시까지 들었다.

전 정책국장은 서발법이 통과되지 않은 지금도 문재인 정부에서 의료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법에는 의료기관에서 생산한 정보를 유출 못하도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가명처리한 개인의료정보를 기업이 공유하고 매매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방안'을 통해 보험사가 일반인에게도 건강관리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간보험이 치료와 예방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전 정책국장은 "법안 자체가 폐기돼야 의료민영화를 중단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기재부가 보건의료기술법을 개정하면 영리자회사를 할 수 있다. 이는 곧 영리병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으로, 국민건강보험 적용에서도 제외돼 소득 수준에 따른 의료서비스 불평등을 불러오게 된다는 우려를 받는다.

전 정책국장은 "기재부는 보건의료정책 법만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제자유 무역법, 제주도특별자치법 등 무궁무진하다. 법안을 폐기하는 게 의료영리화 제동장치"라고 강조했다.

한신대 제갈현숙 외래교수도 "의료법 시행령이란 우회적 방식을 통해서 의료법, 약사법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아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서 "여야는 (보건의료 관련 법 3~4개의 제외로)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의료 뿐 아니라 공공서비스, 교육 다시 민영화 도마 위에 오를 것
'골목상권' 대기업 위주 재편도 가속화

전문가들은 서발법이 의료뿐 아니라 교통, 통신 등 공공서비스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민영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통계법 상의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보건의료 뿐 아니라 수도, 하수, 생활폐기물, 운수, 우편, 행정, 교육,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문화 등 수많은 필수 공공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며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영역이자, 사회의 기본적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공 정책실장은 "서발법은 필수 공공서비스를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만을 목표로 하는 산업 정책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코로나19' 재난 시대에 오히려 '필수서비스공공성강화법'이 필요한 상황에 서발법이라는 과거의 적폐 법안을 불러오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부분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중소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심각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서발법을 말하면서 내세운 전략이 자영업자 퇴출설"이라며 "자영업자들을 퇴출해서 그 인력을 의료산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입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서발법이 통과되면 유통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영업자들이 고용하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는 아니지만 대부분 사회 취약층이 고용돼 있는데 이마저도 대기업 위주로 가게 되면 전체 사회취약층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질 높은 교육을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공교육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천보선 진보교육연구소 소장은 "지금도 경제자유구역에 세워진 국제학교를 보면 초·중등 과정을 벗어나는 교육 과정이 허용되고 있다"면서 "서발법에서 교육 영리화를 열어두면 명확하게 교육 불평등이 발생해 공교육 취지를 해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천 소장은 "과거 신자유주의가 득세할 때 교육도 영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교육은 공적인 권리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정리됐는데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게 당혹스럽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때 민주당이 반대한 '대통령령·시행령 정치' 그대로 재연"

현재 발의된 서발법은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대통령령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는 구조를 담고 있어 과거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를 향해 '대통령령·시행령 정치'라고 비판한 행태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갈현숙 한신대 외래교수는 "서발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건 다 대통령령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일일이 알기 어렵다"면서 "서발법의 적용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대상범주가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민주당이 서발법을 반대하면서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원칙'을 위반한 위헌적 법률이라고 했던 지적이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서발법은 기재부의, 기재부에 의한, 기재부를 위한 법이 될 것이라고 제갈 교수는 지적했다.

서발법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심의를 걸쳐 규제완화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원회 구성 역시 기재부가 추천할 수 있는 상황이 보장된데다 세부안 또한 대통령령으로 규정해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다.

제갈 교수는 "민주당 안은 위원회가 만든 기본계획을 국회에 올리도록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대통령령으로 정해 선택적으로 국회에 보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서비스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기재부 산하의 위원회를 하나 두고 여기서 잘못된 규제라고 정해서 행정부 각부가 따르도록 한다면 대통령은 왜 필요하고 국회는 왜 필요한가"라며 "기재부 장관이 행정각부의 장을 수하 부리듯이 들러리 세워서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장혜영 의원은 "10년이 지났지만 서발법은 변하지 않고 다시 국회로 올라왔다. 마치 달라진 것처럼 수식하는 단어들만 바뀌어서 민주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상황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서비스 산업이란 이름 아래서 수많은 산업이 가진 공공성들이 서발법을 통해 침해 침해되지 않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는 오는 25일 서발법 공청회를 열고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발의한 법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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