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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처음 열린 산재청문회, 경영자 책임 분명히 하는 계기돼야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열고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의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국회가 대기업 대표를 불러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살핀 것은 매우 적절한 행동이었다. 한 해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는 나라에서 국회가 대기업의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를 불러 문제를 들여다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날 나온 기업인들의 인식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는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 (노동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표준작업지침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작업하다가 사고가 일어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곧바로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도 동문서답을 내놨다. 네이든 대표는 과로사를 인정받은 28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 노동으로 체중이 15Kg이 줄어드는 상황을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미 쿠팡 측은 유족에 대해 유감을 표해놓고도 대표이사는 이를 부인했다.

허리 통증을 핑계로 청문회 출석을 피하려 했던 포스코 최정우 대표이사도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거듭 사과했지만 막상 국회에 낸 3년치 위험성 평가자료는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원청으로서 하청 기업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위험한 작업을 협력사에 떠넘기고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문제는 나몰라라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실제 이날 청문회 대상이었던 9개 대기업의 경우에도 최근 5년간 사망자 103명 중 85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지난 1월 국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더 이상 작업장에서의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보완 입법은 그대로 추진하되,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다루는 청문회 등을 지속적으로 여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누구든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린다면 실질적으로 작업 현장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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