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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의 경제비평] 지금 필요한 고용대책 세 가지

고용 한파가 매섭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은 처참했다. 작년 1월에 비해 일자리 약 100만개가 사라졌다. 단시간 노동을 하는 까닭에 일거리를 더 찾는 ‘시간관련 추가취업 가능자’와 구직활동을 중단했거나 구직활동을 했어도 취업이 불가능해 실업자로도 취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 ‘잠재경제활동인구’를 공식 실업자에 더한 잠재 실업 인구는 1월 기준으로 500만 명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었다. 잠재 실업 인구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월부터 2020년 1월까지 340만 명 정도였으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이후 급증했다. 시간관련 추가취업 가능자와 일부 중복될 수 있지만, 조업 중단 등 사유로 일시 휴직중인 취업자도 코로나 이전에는 평균 40만 명이었다가 이제 90만 명에 이르고 있다.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참담했던 1월 고용동향,
겨우 버텨온 제방이 무너져 내리는 듯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 일자리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코로나 전에도 전년 대비 10만개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작년 3월 이후 감소폭을 키웠다. 코로나가 겹치면서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전년에 비해 평균 50만 개 정도가 없어졌다. 올해 1월은 작년 1월보다 80만개나 줄어들었으니 감소폭이 더 컸다. 임금노동자만 놓고 보면, 줄어드는 임시일용직보다 늘어나는 상용직이 더 많아 일자리의 질과 양이 함께 개선되던 그간의 추세도 코로나로 인해 끊겼다. 상용직 일자리는 코로나 전에는 전년에 비해 약 50만개가 새로 생겨나는 흐름이었으나 작년 4분기부터는 거의 늘지 않고 있다.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서 분배도 나빠졌다. 최근 발표된 작년 4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임금노동자의 근로소득이나 자영업자의 사업소득과 같은 시장소득의 감소를 정부 지원 등 공적 이전소득의 증가로 보완하고 있는 힘겨운 상황을 보여준다. 가구원 수를 고려해 계산한 처분가능소득은 상위 20% 가구가 하위 20% 가구에 비해 2020년 4분기에 4.72배였다. 이 배수가 클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 2019년 4분기에는 4.64배였다. 2020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분배가 악화된 것이다. 작년에는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나타난 2분기에만 분배가 개선되었다. 2차와 3차 지원금을 재정 당국과 기성 매체에서는 ‘선별지원이 아니라 집중지원’이라는 식으로 둘러댔지만, 대한민국 사람 중에 ‘집중’지원을 받았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가운데 고용위기는 혹한기 한파처럼 커져만 갔다.

당장이라도 구조조정이 밀려올 수 있는 시점에
다시 실망만 안겨준 정부 고용대책

최근 고용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3차 감염 확산이 꼽힌다. 연말 연초에 직접일자리 사업이 종료된 탓도 일부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1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를 통해 고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의 골자는 당초 계획했던 사업들을 더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필자로서는 수출 증가와 1월의 채용 목표를 조기 달성한 직접일자리 사업에 힘입어 2월부터는 고용지표가 개선되리라는 정부의 막연한 기대 이상을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고용위기의 보다 깊은 배경에는 작년 3월 혹은 그 이전부터 이어져온 요인들의 누적된 효과가 자리한다고 볼 일이다. 이 고용위기는 쉽게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방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전환과 비대면 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회복의 실마리를 예단하기 어려운, 길어지는 고용위기를 한국경제가 언제 또 경험해봤는가. 지금은 그간에 겨우 버텨온 제방이 언제든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때이다. 여태껏 어렵게 견뎌온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이 당장 봇물처럼 터져 나와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쟁의 사업장은 앞으로 늘어만 갈 것이고 폐업도 속출할 것이다. 그런 현실에 눈감은 이번 정부 대책이 실망스러운 이유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제3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제3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뉴시스

기존 고용유지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고용대책이 어떤 내용으로 준비되어야 했는지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짚자. 정작 정부는 고용대책에 어떤 내용을 담았어야 했는가? 필자는 이 짧은 글에서 세 가지만 지적한다. 그 첫째는 기존의 고용유지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고용유지 관점에서 제조업 구조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청년 등 고용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한시 고용보장을 검토할 때라는 것이다.

먼저 고용유지제도부터 시작하자. 필자가 작년 4월 [민중의소리] 기고 글([3차 추경 고용대책, 보완이 필요하다], 2020년 4월 24일)에서 밝힌 것처럼 현행 고용보험의 고용유지제도는 중소사업자의 휴업수당 부담과 무급휴직 지원 부족으로 인해 고용유지보다는 실직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쉽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용자가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 고용유지제도가 효력을 잃는 문제도 있다. 고용안정보험료를 사용자만 부담한다는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이나 무급휴직지원금을 사용자만 신청할 수 있게 한 것도 재고되어야 한다. 다름 아닌 사용자의 힘의 우위가 관철되는 현실 때문이다.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의 경우 고용유지 대책 자체가 미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그동안 제도 개선은 더디기만 했다.

제조업 구조조정의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발표는 미래차 등 이른바 ‘BIG3(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산업의 주력산업화를 고용대책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 재편이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하청 부품업체들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언급이 없다. 산업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의 폭풍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말이다. 지난 19일, 현대차에 납품하는 차체부품 제조기업인 우영산업이 정리해고 기준을 공고하면서 자동차 부품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쏘아졌다. 업계에서는 2018년 이후의 업황 부진과 코로나의 이중고에 미래차로의 기술 전환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구조조정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현대차가 전기차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잡으면서 전국의 수많은 하청 부품업체들 운명도 이미 결정된 셈이었다. 바야흐로 제조업 구조조정의 폭풍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고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기차가 양질의 새 일자리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흡사 현대차 홍보하듯 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정작 정부가 발표했어야 하는 고용대책은 따로 있었다. 이를테면 내연기관 부품업체에 대해서는 앞으로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사업전환이 요구되므로 필요한 직무교육을 정부가 지원해 중소제조업의 일자리를 지켜내겠다는 약속 같은 것을 했어야 했다. 외투 자동차 3사(쌍용차, 르노삼성, 한국지엠)에 대해서는 정부가 폭스바겐이나 르노 본사의 소유 지배구조를 참고해 구조조정의 충격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더라면 좋았을 법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제조업 일자리를 지켜내는 방안을 정부가 고용대책에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정작 정부의 발표 내용은 다가올 제조업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1.02.10.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1.02.10.ⓒ뉴시스

청년 등 고용취약계층을 타겟으로 하는
한시 고용보장을 적극 검토할 때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정부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인식은 틀렸다. 일자리가 가져오는 편익은 두 가지이다. 먼저 일자리는 사용자에게 이윤 기회를 제공한다. 일자리의 ‘사적 편익’이다. 일자리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업이 줄면 여러 사회 문제가 함께 줄어든다. 이것이 일자리의 ‘사회적 편익’이다. 그런데 민간 부문의 고용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사적 편익인 이윤 동기가 결정한다. 사용자의 사적 편익만 따지고 사회적 편익을 무시하면 일자리의 총량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작아진다. 주류경제학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민간의 일자리 창출에만 기대지 말고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늘리는 편이 낫다.

사실 현대 민주 사회에서 인구의 일정 부분을 실업 상태로 유지시켜도 된다는 인식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유엔 세계인권선언에서도 양호한 일자리는 기본적인 인권의 요소로 천명된 바 있다. 노동력은 저장 불가능한 생산적인 자원이므로 일자리 부족은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용보장’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모든 구직자에게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대안적인 비전이다. 2002-2003년 아르헨티나의 ‘예페(Jefes)’ 공공고용 계획, 2006년 이후 인도의 국가농촌고용보장사업, 그리고 2017년과 2020년 오스트리아의 ‘악티온(Aktion) 2만’ 계획 등으로 제도화된 선례도 있다.

고용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2021년 한국경제에서 취업의 기회로부터 단절된 청년과 여성, 폐업한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임시일용직 노동자 등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내려면 정부가 과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취업능력을 향상시키는 직무교육만으로 취업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공공부문에서 직접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이 힘든 시기와 싸우고 있는 청년들의 경력과 인적자본의 훼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기다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고용취약계층을 타겟으로 하는 한시적인 고용보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본다. 외국의 선례를 연구하고 한국경제의 실정에 맞게 제도를 처음에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설계한다면 못할 일이 아니다. 이런 것들이 정작 정부가 이번 고용대책에 담아냈어야 하는 내용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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