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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고민만 하는 ‘햄릿’이 이해 안 됐다면?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국립극단

권력의 허무를 마주할 때, 황당한 계략을 맞닥뜨릴 때, 독 묻은 칼을 든 상대와 대적할 때 괴성을 지르거나 짜증을 내고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어대는 이봉련의 '햄릿'은 그간 만나보지 못했던 또 다른 햄릿 탄생을 예고했다. '죽느냐 사느냐'라는 추상적 고민을 넘어서서 생존의 갈림길에 선 아주 현실적이고 담백한 인간 햄릿의 모습이었다.

25일 국립극단 '온라인극장'에서 '햄릿'이 상영됐다. 당초 '햄릿'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이 극장에 불이 나고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현장 무대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이번에 만난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라는 고민을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고뇌라는 구멍을 판 뒤, 그 속에 들어가서 또 구멍을 파고 또 파는 햄릿이 아니었다.

이봉련 배우가 연기한 햄릿은 '죽을지도 살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인간이었다.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속수무책으로 내팽개쳐진 사람이었다. 삼촌과 어머니, 호레이쇼와 친구들, 플로니어스와 오필리아 등이 만들어낸 화두 위, 칼끝 가장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용기를 내려는 인간, 과감하게 나서보려는 인간이었다. 물론 햄릿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라고 말하기보다 '착한 공주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악한 공주는 뭐든지 할 수 있지'라고 말하는 인간이었다.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국립극단

위기의 햄릿은 추상적인 말들, 미학적 언어로 상황을 수식하지 않는다. 물론 무대 속 대사들은 아름답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작품은 햄릿의 위기를 연극적 성실함으로 무대 위에 재현한다. 자신의 방을 '감옥'이라고 설명하는 햄릿은 의자들로 감옥을 짓기도 하고, 가까운 미래에 자신의 무덤이 될지도 모르는 흙무덤 위에 앉아 다리를 묻어 보이기도 한다.

햄릿을 감싼 무대와 다른 배우들의 몸도 햄릿의 세계를 더 빨갛고 더 어둡게 물들인다. 무대 맨 위쪽 왼편에 문득문득 등장해 햄릿을 지켜보는 듯한 불빛은 죽은 아버지를 연상케 만든다. 햄릿이 아버지 유령을 만나는 장면은 다른 배우들의 손으로 기괴하고 소름 돋게 표현된다. 이 밖에도 햄릿의 세계를 표현해내는 음울하고 광기 어린 상징들이 무대를 수 놓는다.

현장은 아니었지만 온라인상으로도 무대의 음울한 향기와 뜨거운 분노가 느껴졌다. 연신 무대를 적시는 빗소리와 실제 빗방울의 촉감도 감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배우들의 진짜 입김, 호흡, 땀방울이 그리웠다. 이날 온라인상에서 폭발했던 배우들의 열연은 현장 무대에서 분명 더 크게 폭발했을 것이다.

온라인극장 '햄릿'은 26일과 27일에도 상영된다. 국립극단은 관객을 위해 다중 시점과 단일 시점 영상을 각각 준비했다. 관람은 무료로 가능하지만, 5천 원·2만 원 후원 후 관람할 수도 있다. 후원금은 작품개발 사업, 청소년을 위한 관람료 지원 프로그램인 푸른티켓 등 국립극단 사업에 사용된다.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각색 정진새, 연출 부새롬. 출연 강현우, 김보나, 김예림, 김용준, 노기용, 박소연, 박용우, 성여진, 송석근, 신정원, 유원준, 이봉련, 이상홍.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국립극단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국립극단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연극 '햄릿'ⓒ국립극단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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