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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거제 학폭 피의자 4명 실형··· ‘쉬운 화해’ 종용 가해자 편에 선 교회는?
거제에서 벌어졌던 학교폭력 사건 관련 그것이앞고싶다 방송화면, 당시 CCTV에 잡힌 사건 모습이다. 이들은 모두 거제의 같은 교회에 다녔고, 가해학생들의 부모는 장로 등 직분자였고, 피해학생은 홀어머니와 함께한 어려운 가정이었다.
거제에서 벌어졌던 학교폭력 사건 관련 그것이앞고싶다 방송화면, 당시 CCTV에 잡힌 사건 모습이다. 이들은 모두 거제의 같은 교회에 다녔고, 가해학생들의 부모는 장로 등 직분자였고, 피해학생은 홀어머니와 함께한 어려운 가정이었다.ⓒ방송화면 캡쳐

체육계와 연예계를 중심으로 학교폭력 미투 바람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학폭 피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이 발생했으나, 관계기관들의 조치는 미진했고 ‘성적지상주의’를 앞세우는 폭력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거제 학폭 피의자 4명 전원 실형에도
피해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거제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K군은 동급생 4명으로부터 이른바 목을 조르는 ‘기절놀이’, ‘물고문’, 배게 싸움을 빙자한 공동 폭행,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 이 사건은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 가해자 4명 전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방법원 제1항소부는 지난 18일 폭행·공동폭행·상해 및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일명 ‘거제 학폭 기절놀이’ 피고인 4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장기 2년 6개월·단기 2년, 장기 10개월·단기 8개월의 부정기 징역형이 선고됐다. 또 A씨는 신상정보공개 10년, 성폭력사범 재범방지 교육 40시간을 명령받았다.

아울러 단순가담자로 판단됐던 2심에서 C씨와 D씨도 장기 6개월·단기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가해자 2명에게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혐의 외에도 반복적으로 폭행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잘못이므로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점을 깊이 생각하며 뉘우치며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C와 D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반성할 기회를 걷어찬 셈이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폭행은 배드민턴장, 전국여전도회관 숙식 침실, 샤워실, 물놀이장 등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가해자들은 2018년 3월 아침 8시 30분경부터 오후 5시경까지 거제의 한 고등학교에서 K군에게 “파트라슈 목줄을 채우자”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목을 휘감은 상태에서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폭행했고, 비슷한 시기 교실에서 K자의 다리를 걸어 바닥에 넘어뜨리고 무릎으로 피해자의 양팔을 짓누른 상태에서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폭행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뉴시스

또 2018년 3월경에는 한 고시텔 주차장에서 K군의 배와 다리를 수차례 때리고 손으로 K군의 멱살을 잡아 자동차 보닛에 올려 목을 조르는 등의 폭행을 가했다. 판결문에 적시된 9가지 폭행 사실만 봐도 K군이 당한 고통의 크기가 상상 이상이었으리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교회는 여전히 말이 없다

지난 2018년 거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학교폭력이기도 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폭력의 무대가 교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거제시에서 이름만 대면 알법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고현교회다.

법원 판결로 가해 학생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K군은 여전히 전처럼 일상생활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니, 폭력을 당한 후로 가해 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갈 때 K군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두운 골방에서 자기만의 벽을 쌓으며 감옥보다 더 어두운 칩거 생활을 해야 했다.

동급생들에게 맞고 기절 당하고 모욕을 당하면서 하나님을 찾았다는 K군과 어머니 채 모 씨의 상처는 교회 때문에 더 깊어지고 말았다.

어머니 채 씨 등의 증언에 따르면, 교회와 목사는 직분자 부모의 자녀인 가해자를 감싸고 K군에게 용서와 화해를 강요했다. 지역에는 채 씨와 K군에 대한 2차 가해성 말들이 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평화나무도 지난 2019년 거제에 내려가 이 사건을 추가 취재했고, 벙커1교회,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거제 시민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때마다 K군은 제대로 만날 수 없었다. 지난해 말에도 K군을 만날 시도를 했으나 역시 무리였다. K군이 아직 피해 사실을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워하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고현교회는 말이 없다. 고등부 담당 목사는 2019년 취재 당시에도 “할 말이 없다”며 통화를 거부하더니, 이번에도 전화를 끊어버렸다. 담임목사를 만나기 위해 교회까지 찾아갔을 때도 아무도 취재진을 만나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죽을 것 같았는데, ‘장난’이라고?

K군의 어머니는 당시 거제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했다. 어머니 채 씨가 거제로 이사간 후 아들 K군을 교회로 보낸 건 아들이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아빠의 빈 자리를 덜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바람이 이뤄지기도 커녕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말았다. 사건의 진상을 알고 교회를 의지하고자 했던 어머니.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아이들끼리 장난 친 거”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려는 고등부 담당 목사의 태도였다고 한다.

오히려 채 씨와 K군을 감싼 건 지역의 작은 교회 목사였다. 고통당하는 이들을 돕는데 선배 목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는 현실이 바로 한국교회의 민낯이다.

만약 K군이 지역 유지의 아들이었다면, 채 씨가 분식점이 아니라 대형 센터를 소유한 자산가였다면, 이 사건에 대해 대형교회 어느 목사 하나가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냈다면 교회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앞으로 고현교회가 아무리 어려운 이웃을 돕고 ‘우리는 이렇게 선행을 많이 한다’고 떠들어봤자, 울림은 없을 것이다. 이런 교회의 선행은 때가 되면 시장이나 불우이웃 돕는 현장을 찾아 사진 한 장 남기려는 정치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전에 실형을 살게 된 가해 학생들에게 교회가 ‘생명존중’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쳤다면. 폭행 사실이 알려진 후 따끔한 훈계가 따랐다면. 어쩌면 사태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고현교회가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거스른다며 강사를 초청해 반동성애 활동에 힘을 쏟는 것도 더욱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또 거제 학폭(교폭) 사건은 한국교회의 모습을 측정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항소심 판결이 나온 후 어머니 채 씨가 한 발언을 이제라도 새겨들었다면 좋겠다.

“교회 얘기하니까 또 눈물이 나네요. 끝까지 가해자 편에 섰잖아요. 진실이 뭔지 알면서 그러면 안 돼죠. 아들이 하루 이틀 당한 게 아니잖아요.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빌고 잘못을 뉘우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들이 교회를 엄청 불신해요. 존경했던 목사님 입에서 거짓말이 나오고 선생님도 거짓 증언하는 걸 보면서 맞은 것도 맞은 거지만, 교회와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크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제가 느끼는 건, 하나님은 교회 안에 계시지 않고 제 마음 속에 계시다는 거예요. 어느 때에 아들이 다시 그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고, 거룩한 모습을 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한 교회에는 하나님의 처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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