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량은 새 차를 사지 않아도 무선 통신 업데이트를 통해 신차급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내놓은 아이오닉5는 무선 업데이트가 내비게이션 정도로 제한된다. 차량 자체 성능을 높여주지는 못한다. 현대차도 올해를 기점으로 무선 업데이트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시리즈는 LTE나 와이파이를 통해 차량을 업데이트한다.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 내비게이션과 같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자율주행 성능과 주행거리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기능도 향상할 수 있다.
무선 통신을 통해 차량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OTA(Over the air)’라고 한다. 2007년 이후 스마트폰 등장으로 활성화된 기술이 자동차 영역으로 들어왔다.
테슬라는 OTA를 통한 자율주행 기능 개선을 유료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 차량을 구매한 이후에라도 추가 금액을 내면, 기본적으로 탑재된 주행보조 기능 ‘오토파일럿’에 더해 ‘FSD(Full Self Driving)’를 쓸 수 있다. FSD는 오토파일럿보다 향상된 기능으로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스스로 바꾸고 추월도 한다. FSD는 성능이 개선될 때마다 OTA 통해 무료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배터리나 모터를 손보지 않고도 무선 업데이트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조절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허리케인 ‘어마(Irma)’가 불어닥치자, 해당 지역 주민이 소유한 차량의 가용 배터리 용량을 늘렸다. 배터리 용량의 80%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잠금 설정을 OTA로 해제한 것이다. 재난 상황과 같은 특이상황이 아니더라도, 테슬라는 모터 효율성을 개선하는 등 업데이트를 통해 주행거리를 늘려오고 있다.
이듬해에는 모델3가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리포트의 추천 목록에서 제외되자, 원격으로 제동거리를 6미터가량 줄였다. 당시 테슬라는 브레이크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무선 통신으로 차량의 하드웨어 성능까지 업데이트하는 걸 ‘FOTA(Firmware OTA)’라고 하는데, 현재는 테슬라가 선점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완성차 OTA 기능은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에 국한되는 ‘SOTA(Software OTA)’ 수준이다. 현대차는 2018년 출시한 제네시스 G90에 처음으로 내비게이션 OTA를 적용했다. 과거에는 컴퓨터에서 업데이트 내용을 다운받은 USB를 차량에 꽂아야 했는데, 무선으로 지도를 최신화하게 된 것이다. 아이오닉5는 내비게이션 OTA만 지원한다.
현대차는 올해 내놓을 예정인 전기차 차기작에 자율주행에 대한 OTA 업데이트 기능을 탑재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출시한 ID.3에 FOTA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개발 지연으로 FOTA 기능 없이 판매를 시작했다. 차기작인 ID.4에서는 FOTA가 가능할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까지 뛰어넘은 테슬라…현대차도 개발 박차
FOTA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터·배터리·조향·제동 등 주요 부품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통합해야 한다. ECU 개수가 많으면, 무선으로 업데이트를 할 때 부품 간 최적화가 어렵다. 가령 주행보조 기능을 개선한다고 할 때, 핸들과 ABS, 영상처리 장치에 제각각 ECU가 부착돼있으면 업데이트를 적용하기가 까다롭다.
전장 부품이 확대하면서 완성차에 탑재되는 ECU 개수가 늘고 있는데, 중저가형 자동차의 경우 약 30개, 최고급 사양의 자동차에는 100개까지 탑재된다.
테슬라 모델에 탑재된 ECU는 4개다. 고성능 통합 ECU 1개와 보조 ECU 3개로 구성된다. 통합 ECU 핵심은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통합 ECU ‘하드웨어3.0’이다. 하드웨어3.0은 모든 전장 기능을 제어하는 운영체제(OS) 역할을 한다. 하드웨어3.0만 업데이트하면, 여기에 연결된 부품들을 업데이트 내용에 맞게 제어할 수 있다.
통합 ECU는 여러 부품을 관장하는 만큼 성능이 뒷받침돼야, OTA 업데이트가 제대로 작동한다. 하드웨어3.0은 반도체 전문 기업이 만든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는 2019년 하드웨어3.0을 도입하기 전까지 미국 팹리스 업체 엔비디아가 설계한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2.0’을 사용해왔다.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하드웨어3.0은 전작 대비 연산처리 성능이 7배 이상 높지만, 전력 소모량 증가폭은 30%가 채 안 된다.
현대차도 FOTA 적용을 위해 로드맵에 맞춰 통합 EC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 1세대 통합 ECU 양산에 돌입한 이후 2세대 제품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다. 1세대는 전후방 카메라와 레이더를 개별로 제어해야 해, 원격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추가가 어려웠다. 2세대에서는 각각의 카메라와 레이더에 기본적인 인식 기능만 넣고, 상황 판단과 제어 기능은 통합 ECU로 몰았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가 플랫폼 기반 전기차 출시 이후 중앙 집중형 반도체와 FOTA 기능을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따라 테슬라에 이어 2위 업체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OTA 확대에 따른 우려도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적용되는 OTA 기술은 본질적으로 대동소이하지만, 자동차는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위험이 크다. 통신 시스템에서 해킹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하거나 업데이트 이후 차량 부품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대신증권은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브레이크 기능이나 주행거리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까지 변경 시 사소한 로직 오류가 생겨도 차량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무선 업데이트 후 차량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 등의 클레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OTA 업데이트 대상을 내비게이션으로 제한한 것도 안전 문제를 고려한 조치였다. 다만,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샌드박스에 OTA를 포함하면서, 서비스센터를 들르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테슬라 외 다른 완성차 기업은 기술력 부족과 안전 우려, 가격 인상 등 복합한 환경 가운데 OTA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수요를 고려해 점차적으로 적용 대상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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