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건강한 노동이야기] 나쁜 노동조건 다 갖춘 쿠팡 물류센터, 이것이 ‘혁신 기업’인가?

2020년 5월 27일 오전 2시 40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로부터 1년도 안된 현재까지, 해당 일터에서 일하던 5명의 노동자가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다. 이들의 죽음은 전형적인 과로사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는 불안정 고용, 야간 노동, 극심한 노동강도까지, 과로사에 이를 수 있는 특징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고용불안:4만 여명 노동자 중 무기 계약직은 1948명 뿐

쿠팡의 물류를 담당하는 곳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란 회사다. 고용노동부 공시 자료에 의하면, 이곳에선 1만2천5백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소위 무기계약직, 즉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는 1948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5.5%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고용노동부 자료에는 일용직 노동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자료사진)
쿠팡 부천물류센터 (자료사진)ⓒ뉴시스

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 당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계약직의 2.5배에 달하는 인원들이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는 약 4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노동자의 65%가 일용직, 25%가 계약직, 10%가 무기 계약직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쿠팡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살펴보면, 처음엔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이후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된다. 계약직이 되면 처음엔 3개월 계약, 그 이후엔 9개월 계약, 그리고 다시 재계약을 할 때는 12개월 계약을 한다. 그러다 2년을 다 채우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사측은 이런 쪼개기 계약으로 노동자 통제를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단기 계약으로 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릴 뿐 아니라, 재계약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동 강도를 올리게 된다. 부당한 지시에도 문제 제기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고용불안 ‘은 심장 질환 발생의 위험을 32% 가량 상승시키는 것으로 영국의 한 의학저널에 보고된 바 있다. **

사망 노동자 다섯 중 셋은 ‘고정으로 야간 노동하는 노동자’

물류센터 근무조는 주간조(오전9시~오후6시), 오후조(오후6시~오전 2시), 심야조(오후 9시~오전 6시)로 구성되어 있다. 물류센터 업무 형태상 늦은 밤에서 새벽이 가장 바쁜 시간대여서 심야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한다. 이들이 사망하자, 회사에서는 법정 노동시간(주 52시간 상한제)을 지켰기 때문에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간노동은 그 자체로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다. 경찰서, 병원, 소방서 등과 같이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야간에 꼭 필요한 노동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야간 노동’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취급될 뿐 아니라, 심장질환, 소화기계 질환, 천식, 당뇨의 악화 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직업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야간 노동이라 하더라도, 가능한 그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한 달 평균 5~7회 정도 야간노동을 하지만, 연속 이틀 넘게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물류노동자들은 5~6일 연속해 야간노동을 하고, 야간에만 일을 한다. 과거 자동차 회사 노동자들은 일주일씩 야간-주간으로 번갈아 가며 일했지만, 지금은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근무하고 밤 12시면 업무를 끝낸다. 이와 비교해보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하는 야간노동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야간노동을 점점 없애고 불가피할 경우에도 줄이려고 노력해왔는데, 물류노동자들은 연속해서 고정적으로 야간 노동을 하는 말도 안 되는 형국인 것이다. ‘야간 노동’은 그 자체로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이지만, 수면장애를 유발하여 심장질환을 촉발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한 달에 1번 이상 야간노동을 하는 경우 심장질환 발생의 위험이 58% 증가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

쿠팡 물류센터 (자료사진)
쿠팡 물류센터 (자료사진)ⓒ쿠팡 제공

극도의 노동강도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잠시의 여유도 갖기 힘든 높은 노동강도에서 일을 한다. 사측은 UPH(unit per Hour ·시간당 생산량)시스템을 통해 단위시간 당 처리하는 노동의 양을 확인한다. 이들은 개별 노동자의 업무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물량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 노동자를 불러서 망신을 주거나 경고하는 방식으로 노동을 통제한다.

원래 UPH는 자동자 공장에서 생산 물량과 노동의 양을 통제하기 위해 단위 시간 당 작업의 양, 노동의 양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해 작동되는데, 물류센터에서 이러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근무 동안 여러 차례 이루어지는 마감에 근접할 때마다 작업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노동자들은 뛰어다니며 일을 마쳐야만 한다. 이렇게 육체적 부하가 매우 높은 일을, 그것도 야간에 수행한다는 것은 심장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

추위와 더위에 그대로 노출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냉난방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매우 추운 상태에서 일을 한다. 여름에는 탈진, 겨울에는 추위로 인해 혈압 상승을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극한의 추위, 극단적인 더위 노출은 심장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

고용불안, 고정 야간노동, 극도의 노동강도, 추위와 더위 노출. 이것이 혁신기업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현실이다. 불편한 노동 환경과 불안정한 일자리, 과로사 할 수준의 노동조건 위에서 만들어지는 혁신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인가. 그렇게 참혹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가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당장 이렇게라도 바꿔 보자. 3개월, 9개월, 1년 이런 쪼개기 계약 없애야 한다. 적정 노동강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정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추위와 더위를 피해 일을 할 수 있도록 작업장 온도를 유지하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휴게 시간과 휴게 공간 역시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야간 고정근무는 당장 폐지해야 하고, 야간노동이 불가피 하다면, 이틀을 초과해 연속으로 야간노동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1970년대 수준으로 노동조건을 회귀시키며 혁신을 이야기 하는 쿠팡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한 기업에서 단기간에 중대재해가 반복되는데도 강도 높은 규제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엔 반성과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 장귀연, 쿠팡 물류센터 고용구조와 노동실태의 문제점, 국회토론회 "쿠팡 물류센터 노동실태와 노동자의 죽음" 발제문. 2021.02.25
** Virtanen, Marianna, Perceived job insecurity as a risk factor for incident coronary heart disease: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J. 2013. 08
*** 박성진 외 5인, Association between night work and cardiovascular diseases:analysis of the 3rd Korean working conditions survey.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제27권 제5호, 2015. 05

김형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직업환경의학전문의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