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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는 한결같았다, 변화를 거부한 건 군대와 사회”

변희수 전 하사와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등 트랜스젠더 동료들을 잇달아 잃은 성 소수자 단체들은 용기 있던 이들의 삶을 추모하며 “우리 모두는 존엄하고 빛나는 존재”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죽음은 “개인의 불행이 아닌 차별과 혐오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변희수 전 하사
변희수 전 하사ⓒ뉴스1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4일 성명을 통해 “군인이자 트랜스젠더로서, 트랜스젠더이자 군인으로서,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냈고 사회에 울림을 줬던 고 변희수 하사의 삶을 추모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성별 정체성을 떠나 훌륭한 군인이고 싶다”라며 모습을 드러내고 군의 강제 전역 처분에 맞섰던 변 전 하사를 떠올리며 무지개행동은 “성별 이분법적이고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는 군 내에서 성별 정체성을 드러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그런데도 자신을 드러낸 그 용감한 목소리를 기억한다”라고 했다.

무지개행동은 “사실 고인의 삶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트랜스젠더의 삶은 성전환 이전과 이후가 단절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고인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그리고 육군 하사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았을 뿐”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인정하지 못한 채 변화를 거부했던 군대와 이 사회였기에 고인이 준 사회적 울림은 더욱 컸다”라고 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날 “당신이 있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고인의 용기에 모두가 위로받고 공감하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던 트랜스젠더의 삶을 이제는 더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자 했다. 더는 한 개인이 이 모든 짐을 감당하며 희생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국가가 한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죄송하다. 감사하다”라며 이들은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니 계속 트랜스젠더퀴어로 살아가겠다”라고 했다.

매년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주최하는 트랜스해방전선은 지난 행사의 슬로건이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 그리고 ‘나로 죽을 권리’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트랜스젠더는 지금도 당신의 곁에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가족으로, 지인으로, 노동자로, 그리고 군인으로 존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8.11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8.11ⓒ뉴스1

트랜스 동료들을 떠나 보내며 보궐선거를 앞두고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이날 “선거 시즌만 되면 성 소수자를 제물로 삼는 정치인들의 졸렬함이 여지없이 이어진다”라며 “혐오의 표몰이는 결국 삭제의 정치를 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안 볼 권리는 없다, 존재할 권리가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임을 알리기도 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역시 “왜 이런 잔인한 혐오 차별은 끝나지 않는가. 왜 한국의 정치는 혐오와 차별을 선거에서 이길 자양분으로 삼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센터는 “법 제정이 무산되고, 인권 선언도 포기하고 나중에 들어주겠다고 하고, 안 볼 권리가 있다고, 직업을 선택할 권리를 뺏고 학교에서 비정상들과 어울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라며 “이젠 어떻게 더 참을 수 있나”라고 분노했다.

이어 “이건 개인의 불행이 아니다. 모두가 만들어 낸 결과다. 혐오와 차별의 결과”라며 “이 땅에 태어나 성 소수자로 살았고, 혐오와 편견, 차별에 힘들어했던 이들을, 성 소수자인 이유로 인간으로서 존엄함이 꺾이는 그 순간들을 우리는 기억한다”라고 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우리 모두는 존엄하고 빛나는 사람들이다. 힘들 땐 서로를 다독이면서, 무너지지 말자. 꼭 함께 살아나가자. 그러기로 약속해달라”라며 “변 하사가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에서 영면하길 기도한다”라고 했다.

※ 마음이 어려울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7942 (월~금, 오전10시~오후 7시)
▶️ 이하 24시간 연결가능 상담센터: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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