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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유별나다” 소리에도 버려지는 것에서 ‘가치’ 찾는 안목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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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습과 쓰레기 대란으로 하늘길, 땅길 모두 몸살을 앓던 2018년. 환경오염이 ‘내 앞의 문제’로 성큼 다가왔던 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친환경’을 낯설어했다.

특히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여파에 국내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수거 포기”를 선언한 상황까지 갔지만, 쓰레기는 끊임없이 만들어졌고 보란 듯이 더 널브러졌다. 여전히 다수는 일회용 컵에 담긴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들이켜지 못해 갈증을 느꼈고, 비닐봉지 없는 대형마트에 민원을 쏟아냈다.

반대로 엄습한 심각성에 앞장서 대안을 고민한 이들도 있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이는 국내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배출량을 ‘0’에 가깝게 줄이는 삶) 입문자들이 활발히 모이는 하나의 시작점이 됐다. 당장엔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지만 점차 따르는 이들이 많아졌고 최근엔 코로나19와 맞물리며 하나의 ‘힙’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업사이클링(버려지는 자원을 새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행위) 브랜드 ‘쓸킷’도 2018년 ‘환경난’을 겪은 두 제로 웨이스터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나 하나라도 실천해보자”라며 시작한 행동이 하나의 브랜드 창업으로 뻗어갔다. 지난 4일, 성남시 여성비전센터에서 ‘쓸킷’ 류지아·이준희 공동매니저를 만나 브랜드 탄생기를 들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쓸킷’ 류지아·이준희 공동매니저
업사이클링 브랜드 ‘쓸킷’ 류지아·이준희 공동매니저ⓒ민중의소리

“너 좀 유별나다” 소리 듣던 두 제로 웨이스터

‘쓸킷’을 창업해 함께 이끄는 두 매니저 류지아, 이준희 씨는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있기 전엔 오프라인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였다. 두 사람은 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키워드로 친구가 됐다.

당시 지아 씨는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느낀 위협에, 준희 씨는 미세먼지로 바깥나들이를 일주일 내내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각자의 일상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도전하고 있었다. 지아 씨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더 이상 사 마시지 않는 것부터, 준희 씨는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부터 하나씩 습관화하는 것을 노력했다. ‘100일 동안 텀블러 챙겨 다니기’ 등 스스로와 약속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개인 SNS에 그 발자취를 기록했다.

지아 씨는 “제로 웨이스트 분야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니 외로웠다”라고 떠올렸다. 또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처음엔 일회용품, 플라스틱을 안 쓰면 ‘너 좀 유별나다’고 대하는 태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SNS를 통해 관심사가 연동되는 사람들이 만나 팔로우를 하고 아이디어를 얻고,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니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더 솟구쳤다. 지아 씨와 준희 씨는 이렇게 나눈 생각들을 구체화해 큰 도전을 시작했다. 2020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과정 이수, 법인 설립을 거쳐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경기형 예비 사회적 기업’에도 지정돼 차근차근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

헌 크레파스로 만든 쓸킷의 ‘리크레용’과 헌 양파망으로 만든 쓸킷의 ‘쓰루백’
헌 크레파스로 만든 쓸킷의 ‘리크레용’과 헌 양파망으로 만든 쓸킷의 ‘쓰루백’ⓒ‘쓸킷’ 제공

쓰레기 아닌 ‘자원’, 새 쓸모 만난 양파망과 크레파스

브랜드명 ‘쓸킷’엔 쓸모 있는 꾸러미라는 의미가 있다. 지아 씨와 준희 씨는 생활 속 버려지는 것들을 ‘쓰레기’ 대신 “내가 낸 자원”이라고 부른다. 이 자원에 대한 쓰임새를 고민하고 새 가치를 불어넣은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고, 이것이 계속 순환되도록 하는 게 ‘쓸킷’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지금까지 ‘쓸킷’을 통해 새 쓸모를 찾은 자원에는 헌 양파망과 헌 크레파스가 있다. 이들의 쓸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기획해 ‘두꺼비 프로젝트’로도 이름 붙였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전래동요 가사에서 이름을 따왔다.

양파망과 크레파스를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었다. 지아 씨는 “업사이클링 제품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내가 낸 자원’을 모아 지역사회에서 소비될 수 있는 새것,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며 ‘쓸모’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지아 씨와 준희 씨는 발품을 팔아 헌 양파망과 헌 크레파스를 모았다. 첫 프로젝트 아이템이었던 헌 양파망은 집 앞 슈퍼와 마트를 비롯해 중식당 등에 요청해 구했고, 이후 생활협동조합 ‘한살림’ 조합원을 통해서도 모았다. 헌 크레파스는 주로 기부를 받았다. 자녀가 초등학교 새 학기에 잠깐 쓴,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모르는 각 가정의 숨은 크레파스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 처음엔 택배로 기부 물품을 받기도 했지만 이 역시 환경오염 문제를 무시할 수 없어 현재는 지역 거점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통해서만 자원을 모으고 있다.

그렇게 모인 물건들은 새 쓸모를 만났다.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양파망은 재사용이 가능한 ‘쓰루백’이 됐고, 끝까지 다 쓰지 못한 몽당 크레파스는 한데 모아 ‘리크레용’이 됐다.

반응은 예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특히 여러 색의 헌 크레파스를 녹여 다양한 색을 품은 리크레용은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판매됐다. 처음엔 지역 내 활동을 목표로 했던 ‘쓸킷’의 자원 순환 프로젝트가 점차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 전국구 모델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헌 양파망과 헌 크레파스를 기부하고 싶다는 연락 또한 각 지역에서 쇄도했다.

신생기업인 ‘쓸킷’은 현재 “딱 회사가 유지될 만큼의 소득”을 얻고 있지만 두 매니저는 입을 모아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아 씨는 “제품을 만들고 반응이 없으면 그것만큼 힘 빠지는 일이 없는데 지금은 찾아주는 사람도 있고 반응도 좋아서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만든 ‘쓸킷 연구소’ 방 문패
아이들이 만든 ‘쓸킷 연구소’ 방 문패ⓒ‘쓸킷’ 제공

출산 퇴직 뒤 처음 가진 ‘나의 일’
더 이상 ‘유별나지 않은’ 보통의 제로 웨이스터

지아 씨와 준희 씨는 요즘 ‘쓸킷’을 운영하며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보낸다. 창업을 시작하며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두 매니저 모두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상황이었다. 지아 씨는 7살·9살 자녀를, 준희 씨는 8살 자녀를 두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막연했던 상황에 우연치 않게 시작한 창업은 생활 속 긍정적인 에너지원이 됐다.

지아 씨는 “첫째 아이가 태어난 뒤 회사를 그만뒀다. 8년 동안 일을 안 했다. 그동안 공부한 것도 있고 배워온 것도 있고, 일한 경험도 있는데 전업주부로 있는 게 자꾸 ‘서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딸아이한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았을 땐 더욱이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아이들이 잠든 늦은 저녁 시간에야 비로소 ‘쓸킷’과 관련한 일에 손을 댈 수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전과 다른 활기가 삶에 들어온 것을 느끼고 있었다. 준희 씨는 “바쁘지만 일을 하고 있으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도 있다”고 말했다. 지아 씨도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웃어 보였다.

나아가 최근 사람들이 친환경과 더불어 ‘필환경’을 외치는 분위기 또한 지아 씨와 준희 씨에겐 매우 고무적이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서 ‘상대방을 바꾸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꼽은 두 사람은 요즘 자신들로부터 변화를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말에 도리어 힘을 얻는다.

‘쓸킷’이 기부받은 크레파스들
‘쓸킷’이 기부받은 크레파스들ⓒ‘쓸킷’ 제공

최근 물건을 기부하며 응원의 글귀를 빼곡히 적은 손편지를 보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준희 씨는 “주변 사람들이 같이 동참해줄 때, 한 번 더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아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또 바뀔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며 “나만 꾸준히 잘하면 조금 더 변화가 오겠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한테 제로 웨이스트를 전하는 방법이 “잔소리처럼 느껴질까 조심스러웠다”는 준희 씨도 “저희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으니 ‘이게 되는구나’ 생각하게 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임감도 생기고 다른 아이디어들도 계속해서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아 씨와 준희 씨는 이제 주변 사람들과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함께 환경을 고민하며 더 이상 ‘유별나지 않은 사람’이 됐다. 대안을 제시하고, 방법을 공유하고, 나부터 실천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이 ‘쓰레기 줄이는 삶’에 대한 궁금증을 갖도록 해보자는 개인의 목표가 서서히 주변에 스며든 것이다.

그래서 ‘쓸킷’이 전한 현재의 목표 또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두 매니저는 “지금을 잘 유지해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 버려지는 자원이 없도록 더 열심히, 저희가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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