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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LH 직원까지 투기라니,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달 24일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7천여평을 사전에 사들였다는 참여연대와 민변의 의혹제기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광명·시흥 지역(1천271만㎡)은 여섯 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곳으로 약 7만호가 들어설 예정이며 3기 신도시 중 최대규모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제기한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은 충격적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에 따르면 당해 지역의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 2만3천28㎡(약 7천평)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는데 매입 자금 중 58억원은 특정 금융기관 대출로 추정된다고 한다.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을 규탄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03.05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을 규탄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03.05ⓒ김철수 기자

신도시 건설의 주무기관인 LH 소속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미리 토지를 매입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추구했다는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공급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다. 의혹이 불거진 뒤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택지개발 관련 공공기관 직원·가족들의 토지거래를 전수조사할 것을 지시한 데 이어 이번 사건의 '발본색원'과 제도 개선을 주문한 것도 당연하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정부도 국무총리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 중이며, 감사원의 감사도 예상된다.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정치인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투기에 가담했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니 말이다. 정부는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투기 가담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징계, 부당이득 반환 등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

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의혹은 부동산 투기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침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누구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신도시를 건설할 책임이 있는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다양한 수법으로 투기를 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고위 공무원과 택지개발을 담당하는 공사 직원들이 자발성과 도덕성에 기대 부동산 투기를 하지 말 것을 기대하는 것이 연목구어처럼 여겨진다. 부동산정책을 책임진 공무원과 공사 직원이 주권자의 신뢰를 상실한 마당에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리 만무다. 문재인 정부가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긴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2021.03.04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2021.03.04ⓒ국회사진취재단

부동산백지신탁제는 고위공직자와 그 배우자. 직계 비속 소유의 부동산 중 실소유 및 실영업용이 아닌 부동산을 중립적 신탁위원회에 신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물론 소유 부동산을 신탁위원회에 신탁하기 전에 매각할 수 있는 시간은 부여해야 할 것이다. 실수요 및 실영업의 소명책임은 고위공직자가 부담하며, 신탁가액은 과거 그 부동산을 매입했을 당시의 시가의 원리금과 신탁 시점의 시가 중 적은 금액으로 한다. 한편 고위공직자가 퇴임할 때 고위공직자가 신탁한 부동산의 신탁운용금을 고위공직자에게 교부하며, 고위공직자가 퇴임한 후 몇 년 간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의 취득을 금지한다.

물론 부동산백지신탁제의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범위, 직계비속 포함 여부, 백지신탁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범위, 신탁부동산의 운용 및 처분의 방법, 공직자의 퇴임시에 교부할 신탁운용금의 평가기준 등에 관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와 치열한 논쟁이 필요할 것이다.

사견을 말하자면 공직자들에 대한 주권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고위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상의 재산공개대상자와 LH 등 부동산 개발의 주무를 맡은 공사의 직무연관자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게 타당할 것이고, 증여 등이 빈번하게 남용되는 현실을 감안해 직계비속도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으며, 백지신탁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은 주택에 한정하지 말고 부동산 전부를 포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고, 신탁부동산의 운용과 신탁운용금의 평가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부동산백지신탁제의 도입은 정부정책에 대한 주권자들의 신뢰를 획기적으로 제고할 것이고, 부동산으로 낙마하는 공직자를 사전적으로 보호할 것이며,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심리 진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부동산백지신탁제의 도입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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