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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외국인노동자 강제검사 명령’에 “혐오와 차별” 비판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9일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과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31일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렸다.  2021.03.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9일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과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31일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렸다. 2021.03.19ⓒ김철수 기자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노동자의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한 행정명령을 시행한 데 대해 ‘혐오와 차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최영애 위원장 명의 성명을 통해 “외국인들은 관련 행정명령이 혐오와 인종차별처럼 느껴진다며 진정을 제기했고, 이에 인권위는 신속하게 차별과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서울시 등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전수검사’ 행정명령을 연달아 발표했다.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인권위는 지자체 행정명령서에 ‘불법고용 외국인’, ‘불법체류 외국인’ 등이 반복 명시된 점을 언급하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2018년 한국 정부에 ‘불법 체류자’ 등 비하적 용어 사용 철폐를 권고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로 인해 ‘외국인’은 ‘코로나19 진단검사가 필요한 감염병 의심자’ 및 ‘불법을 행한 범죄자’로 연관돼 인식되면서, 관련 뉴스에 외국인에 대한 혐오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라며 “이주민 배제·분리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 및 연대와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방침은 ‘방역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에서 기인한 정책이자 책임 전가’라고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이주노동자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강제 전수검사의 효과를 부각하는 지자체에 대해 “자발적 검사 참여와 강제 출국 위협 제거, 나아가 주거와 노동권 보장과 같은 노력은 감염 확산 예방은 물론, 근본적인 감염 취약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대안적 방법이 있는데 강제검진만을 유일 해법처럼 말한다”라고 질타했다.

이번 행정명령의 법적 근거로인 감염병예방법상 ‘감염병 의심자’ 정의에 대해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해 차별적 행정명령이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자체장 등은 ‘감염병에 감염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건강진단 등 여러 조치를 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수검사는 감염병 확산 예방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감염병은 바이러스 노출, 전파 가능 시기, 증상발현 등 연속적 경과를 거친다”라며 “특정 시점에 이뤄진 전수검사만으로 감염병 확산을 예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이번 행정명령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발표할 것과 각 지자체에 이번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주한영국대사와 서울대 측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 상태다.

민주노총 역시 전날 “해외에서 입국한 이들은 입국 직후 일정 시간 자가격리와 코로나 19 감염 검사를 받은 후에야 사회적 활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이주노동자가 양성판정을 받는다면 감염원은 국내에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코로나 19 음성판정 결과를 채용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이 이주노동자가 감염원인 것처럼 낙인찍는 효과만 가져온다”라고 지적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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