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준의 경제비평] 종부세 폭탄? 거짓말을 멈추라

일관성 있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다. 최근 한국사회 보수 세력의 종부세에 대한 공격은 십년이 훨씬 넘도록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함없이 억지를 부리고 서슴없이 사실을 왜곡한다. 세금 폭탄이라고 한다. 가렴주구라고 한다. 국민의 저항권 행사까지 언급하며 넌지시 선동에 나선다. 대한민국 상위 4%도 안 되는 최고 부유층을 비호한다고 여념이 없다. 그리고 선거를 목전에 둔 집권여당은 그 협박에 또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 작년 4월 총선에서도 봤던 익숙한 장면이다. 그간에 시민사회의 숙원이었음에도 미뤄져온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와 종부세) 인상 과제는 그렇게 다시 좌초되어 간다.

집값, 땅값은 올라도 세금은 못 내겠다고?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한국에서 종부세는 폭탄도 가렴주구도 아니다.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2019년 기준으로 GDP의 0.9%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밑돌았다. 보유세 외에 거래세, 상속증여세, 부유세를 포함한 재산과세 가운데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9년에 한국은 30%가 안 되었지만 OECD 평균은 60%가 넘었다.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는 ‘실효세율’(부동산 실거래가격 대비 세금의 비율)을 따져보면 더 극명히 드러난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미치지 않았다. 미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한국의 5.6배이다. 한국 보수 세력이 성조기까지 휘날리며 무조건 숭앙하는 나라, 딱 미국만큼만 우리도 올려보는 건 어떻겠는가. 필자는 흡연자가 아니지만 종부세 세수입이 담배세 세수입의 15%도 안 되는 현실이 당연한지도 묻고 싶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폭탄’이라 과장한 보수언론 보도ⓒ구글 캡처

불로소득이 넘쳐나는, 가진 자들에게만 아름다운 세상

부동산 불로소득은 한국경제에서 고비용 구조를 낳고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켜온 원흉이다. 경제의 효율과 평등을 모두 저해해왔다. 부동산 매매 차익과 임대소득을 더하면 GDP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고 하니 불로소득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한국은 부동산 소유가 극히 불평등해서 개인 중에 상위 1%가 소유한 토지는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4분의 1을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상위 10%가 3분의 2를 갖고 있다고 한다. 기업 부동산의 집중은 더한 것이, 상위 1%의 소유 토지가 전체 기업 소유 토지의 4분의 3을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큰 규모의 불로소득은 누가 챙기고 있겠는가? 바로 이 최상위 계층의 개인과 기업 아니겠는가. 결국 가진 자들에게만 축복인 세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당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본업과 아무 상관없는 부동산 취득에 나섰다. 법인세를 깎아주니 여윳돈이 늘었고 종부세를 깎아주니 그 여윳돈으로 땅을 산 것이었다. ‘세대 합산 과세’(세대 구성원의 보유 부동산 공시가격을 더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서 개인별 과세로의 전환도 그 시기에 이루어졌다. 세대 합산이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전환은 엄연히 부유층과 투기세력에게 특혜였다. 동일한 경제적 능력의 보유자라면 세금 부담도 동일해야 한다는, 조세의 수평적 공평성 원칙도 그 과정에서 크게 훼손되었다. 대단히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후퇴할 작정인가

이제 뒤늦게나마 21대 국회에서 종부세 강화로 가닥이 잡힌 것은 다행이다. 주택 정책으로서의 종부세의 한 가지 목적은 주택 처분의 유인을 제공하는 투기 억제 장치이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다시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집권여당은 1주택 장기 보유 실거주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툭하면 걱정한다. 실제로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로 최대 80%까지 세액공제 폭이 확대된 등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증가에 대한 대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소득 없는 은퇴자에 대해서는 주택연금의 ‘역모기지’(금융기관이 은퇴자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연금처럼 매월 일정액의 현금흐름을 지급하다가 나중에 담보 부동산 매각으로 대출을 상환 받는 방식)와 같은 금융 수단을 활용해 부동산에 묶인 고정자산 ‘스톡’을 소득의 ‘플로우’로 바꿔주는 접근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집권여당은 또한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 속도가 빠르다며 2030년까지 ‘현실화율’(공시가격이 시세와 가까운 정도)을 90%까지 올리겠다던 당초의 목표에서 발을 빼려고도 한다. 하지만 공시가격을 실거래가격에 맞게 인상하는 데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여태껏 현실화율이 너무 낮았던 탓에 조세 형평성이 크게 저해되어온 것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것인가? 집값은 올랐어도 세금은 더 못 내겠다는 극소수 부자들의 몽니와 보수 세력의 정권 흔들기에 언제까지 끌려 다니려는가. 도대체 얼마나 더 후퇴할 작정이기에, 최근 개정된 종부세법이 적용도 되기 전부터 이러는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김슬찬 기자

이번 기회에 제도 개혁으로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

제도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의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은 세입자 주거 불안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투기만 부채질했다. 실제로는 임차인의 계속주거권과 임대료 인상 제한은 임대차 3법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이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종부세 합산을 배제하도록 한 시행령 3조는 지금이라도 당장 바로잡아야 하는데 왜 머뭇거리는지 모르겠다.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의 도입도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종부세를 토지보유세로 발전시켜 기본소득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차제에 제도 개혁으로 불로소득의 근원인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

다시 선거철이 다가온다. 그런데 씁쓸하게도 어찌하여 이 나라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 면면을 보면 저마다 재산이 무슨 사오십억 원은 아주 기본이고 몇 천억 원이 넘기도 하는지 보면서 헛웃음만 나온다. 정치란 것이 이렇게 가진 자들의 전유물인가? 골병 들게 노동해도 물려받은 것 없어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인데, 반란이 일어나도 몇 번은 더 일어나 완전히 뒤집혀졌어야할 나라 꼴 아닌가? 경제이론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세가 오르면 미래에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 종부세의 부담은 인상 시점의 부동산 소유주에게 귀착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오늘 기득권 세대의 부자들이 그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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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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