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직격] ‘LH 특검’ 답 아니다, ‘공직자 전수조사 특별법’ 제정해야

'공직자 투기 전수조사 특별법' 필요

LH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투기 공화국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국회의원,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투기를 어떻게 해 왔는지가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는 끓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 사태를 적당한 선에서 무마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앞으로 잘 하겠다’보다는 전수조사가 시급

첫째는, ‘앞으로는 공직자들의 부동산 취득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투기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주된 해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행해진 투기를 조사해서 제재하고 처벌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더 시급한 일을 제쳐놓고, 앞으로의 대책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은 일종의 ‘물타기’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료사진ⓒ뉴시스

둘째, 국회 안에서도 나오던 300명 국회의원에 대한 전수조사는 여러 핑계로 지연되고 있다. 그리고 누가 봐도 명백한 농지투기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공직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투기에 초점을 맞추려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공기업이나 공무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투기에 초점을 맞추면 국회의원들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만이 나쁜 것이 아니다. 농지법을 위반한 투기행위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이 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한 반(反)사회적 행위이다. 그런데 300명 국회의원 중에 농지를 가진 국회의원만 76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상속으로 취득한 농지가 아닌 이상, 국회의원이 농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농지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가운데 농민 출신 국회의원이 전무한 상황인데, 원칙적으로 농민만 취득할 수 있는 농지를 가진 의원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특검은 시간만 끌고 실효성도 없어

셋째, 여야가 LH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물타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가수사본부가 대규모 인력을 꾸려서 수사하고 있는데, 논의하고 구성하는 데에만 한참 걸릴 특검을 지금 도입할 이유가 무엇인가? 오히려 시간만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특검이 전체 공직자의 투기행위를 도두 수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3기 신도시 등 특정 범위 내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넓혀도 몇몇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이상을 수사할 수 없을 것이다. 인력과 수사기간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그렇다.

게다가 특검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수사할 수 없다. 그런데 농지법위반이나 부패방지법상의 ‘업무상 비밀이용죄’는 공소시효가 최장 7년이다. 그러니 특검의 수사대상에 포함되는 투기행위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행위는 아무런 처벌도, 제재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 본회의ⓒ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예를 들어 최근 언론에 보도된 강기윤, 이주환 의원은 농지법 위반 등을 해가면서 부동산투기를 한 혐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취득한 부동산은 특검의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 포함된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주환 의원은 바닷가(부산 송정해수욕장 부근)의 농지를 취득한 것이고, 강기윤 의원은 공원부지에 포함된 농지를 취득한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많게는 수십억원대의 막대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농지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투기행위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특검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검이 아닌 투기조사 특별법이 필요

이처럼 농지투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대규모 택지개발 현장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져 왔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행태이다. 개발사업이 벌어진다는 정보만 돌면, 곧바로 이런 투기들이 이뤄져 왔다. 그리고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이 이런 투기를 하기 위해 허위서류를 꾸며서 농지를 취득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특검 도입이 실효성있는 대책인 것처럼 얘기되는 것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특검이 아니라 ‘가칭) 공직자 부동산투기 조사 및 부당이익 환수 특별법’이다.

특별법의 내용에 담아야 할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는 특별조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최소 3-4년 정도의 조사기간을 보장한 특별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찾아내서 환수하기 위해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 위원회’를 설치해서 4년간 조사활동을 벌여 2359필지(1,113만 9,645㎡)에 달하는 토지를 국고로 환수한 바 있다. 이런 특별조사기구를 만들어서 실질적인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조사대상은 1) 농지법을 위반한 농지투기 2)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투기 행위로 하면 된다.

그리고 전수조사는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해당 공직자들이 재산형성을 해 온 전체기간에 대해 해야 한다. 어차피 농지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동산거래를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므로, 기간은 충분히 설정해도 관계없다. 공소시효가 끝난 경우에도 조사하는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처분명령과 부당이익 환수는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둘째,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 허위로 서류를 꾸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사례 등 농지법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농지를 처분하도록 처분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것은 지금의 농지법에도 근거가 있지만, 특별법을 통해서 다시 한번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신속하게 처분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투기행위를 한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처분명령을 내리도록 특별법에 근거를 마련하면 된다. 이런 행위들은 반(反)사회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지금이라도 처분을 하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셋째, 특별법을 제정하면, 위와 같이 처분을 하게 했을 때 공직자들이 얻을 수 있는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내용도 담을 수 있다. 즉 투기를 한 부동산을 처분하게 하면서,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당이익(부동산 취득가액에 일정 이자를 붙인 금액 이상은 모두 부당이익으로 볼 수 있다)을 모두 환수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미 처분을 한 경우에도 부당이익을 환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소급입법이라는 주장이 나오겠지만, 헌법재판소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소급입법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것만큼 중대한 공익이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공직자들이 농지법을 위반하거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서 투기이익을 얻은 부분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경자유전’과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임을 규정한 헌법원칙을 깨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소급입법을 해서라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특검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와 부당이익 환수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특별조사기구에서 전수조사를 하면서 적발하는 투기행위중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부분은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해서 처벌하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전수조사도 제대로 할 수 있고, 효과적인 처벌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지 않고, 이미 벌어진 투기행위에 대해서 눈감으면서 ‘앞으로 처벌강화’만 외치는 것은 위선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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