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시작하자마자 ‘내곡동 논란’ 찌른 안철수, 감정 상한 오세훈

“새 사실 밝혀지면 야권 후보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 치를 수도” vs “자제하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1.03.22.ⓒ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인물을 가릴 여론조사가 22일 시작되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내곡동 땅 보상’ 논란을 정조준했다. 이에 오 후보는 ‘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흑색선전에 동조하고 있다’며 “자제하라”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문재인 정권 심판을 바란다면,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서울시장만 할 사람과 정권교체의 교두보도 함께 놓을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야권 지지층을 20·30대, 중도층, 무당층까지 확장시킬 후보”,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가장 크게 이기는 후보”, “박영선 후보가 제일 두려워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후보”라고 내세웠다.

그러면서 오 후보를 겨냥, “내곡동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이 더 밝혀지고 당시 일을 증언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고 저격했다.

앞서 오 후보는 수차례 공식 석상에서 여권이 집중 제기하고 있는 내곡동 땅 보상 특혜 논란을 부인해 왔다. 지난 2009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을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로 지정하는 데 자신이 관여했거나, 처가가 수십 억대 보상금을 챙기도록 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후보직을 사퇴함은 물론 ‘정계 은퇴’까지 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이에 안 후보는 오 후보와 비교해 자신은 “과거 5년간 시정의 여러 가지 문제로 발목 잡히지 않을 후보, 선거기간 내내 추궁당하고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기간 내내 상대를 추궁할 수 있는 후보”라며 “어떤 공격에도 흔들릴 일 없는 무결점 후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안 후보는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을 반복해 거론했다. 안 후보는 “오 후보가 과거 5년간 시정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그 당시 내곡동을 포함해 여러 자료를 민주당이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선거 기간 내내 사실이든 아니든 매일 하나씩 터뜨리고 공격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해명하다가 선거기간이 다 지나갈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오 후보는 즉각 안 후보를 향해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오 후보 역시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내곡동 땅 논란과 관련, “지금 현재 지지율 추이로 볼 때 안 후보 캠프에서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며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흑색선전이다. 거기에 편승하는 건 단일화 과정 속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못마땅해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괴벨스를 연상시키는 행태를 보면서 역시 정말 찌질한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오 후보는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도 안 후보에게 재차 날을 세웠다. 그는 “안 후보가 이(내곡동 의혹)에 동조하는 것은 단일화를 앞두고 도리도 아니며 지지세 결집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후보도 앞서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긴 마찬가지였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에 비해 국민의당이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것을 두고 “(저는) 집권 여당에 대적해서 서울을 탈환하고 내년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필요한 든든하고 탄탄한 조직과 자금, 넓은 지지 기반까지 갖춘, 그래서 삼박자를 모두 갖춘 제1야당 후보”라고 앞세웠다. 오 후보는 여권에서 자신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이유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가장 버거운 상대로 표적을 삼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안 후보를 겨냥, “실체가 불분명한 야권 연대, 정권교체를 외치는 신기루와 같은 후보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끝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저격했다. 그동안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서울시장 당선 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야권 세력을 확장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두고 ‘제1야당 중심으로 합치지 못한다면 오히려 야권 분열 양상을 띨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양측에 따르면 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후보가 확정된 이후 공개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회동에 대해 결과에 상관없이 ‘화학적 결합’의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여론조사 과정에서 감정 섞인 말을 주고받은 터라 진통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시작된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주호영 원내대표, 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3.22.ⓒ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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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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