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진보] 테헤란로를 2차선으로

‘지금 바로 진보’는 젊은 진보 활동가들이 함께 쓰는 칼럼입니다. 진보가 내일의 구호가 아니라 오늘의 과제임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손솔 신촌기후행동청년넷 대표, 김예은 모두의페미니즘 대표, 남달리 청년평화활동가,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가 함께 씁니다. 기후위기, 젠더, 평화, 플랫폼노동 등의 이슈에 대해 직접 몸담고 있는 필자들이 고민과 제언을 전합니다. ‘지금 바로 진보’는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테헤란로는 강남역 사거리부터 삼성동 삼성교까지 강남을 가로지르는 4km구간 왕복 10차선 도로다. 지하철 2호선이 통과하고, 9호선, 신분당선과 연결되어있는 지하철역들도 사거리 한두 개 정도의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광역교통망이 교차하는 곳으로 서울과 경기도를 연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테헤란로는 90년대 PC통신, 휴대전화업체 등이 몰려와 벤처타운, IT산업의 메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IT산업뿐 아니라 금융·건설·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오피스타운이라 할 수 있다.

10차선 도로에 2호선 지하철, 광역 버스까지 테헤란로에는 밀도높은 교통망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테헤란로로 장거리 출퇴근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테헤란로를 상상하면 숨 막히는 교통정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버스로 정류장 하나를 지나는 데에도 수십여 분의 시간을 보내야한다. 출퇴근만으로도 지치고 이 근처에 약속을 잡으면 차가 막혀 약속시간보다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서울 강남의 도로가 퇴근시간에 막히고 있다.ⓒ뉴시스

강남역 한복판 꽉 막힌 10차선 테헤란로
기후위기 불러온 시스템의 압축판 보여줘

문제는 이런 거리가 기후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차량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기후위기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이다. 심지어 교통 정체가 극심한 도로는 차를 타는 의미도 옅어진다. ‘걸어가는 게 더 빠르겠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편리함도 사라진 채 도로 위에 시간을 버리는 일은 기후위기에 부채질하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테헤란로가 기후위기에 상징적인 거리인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나라 탄소배출 1위기업인 포스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의미 없이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며 탄소를 내뿜는 줄 세워져 있는 차량들,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는 포스코, 테헤란로는 기후위기를 불러온 시스템의 압축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테헤란로부터 기후위기 전환을 시작해 10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축소해갈 것을 제안한다. 기후위기는 원인을 명확히 짚고 그 시스템부터 바꾸는 게 시작이다. 자동차가 즐비한 거리가 문제인데 다른 곳에 나무를 심어봤자 해결되지 않는다. 기후위기 원인부터 제대로 전환해야 전 사회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테헤란로를 2차선으로 만들자는 말은 물리적인 차선 축소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2차선이 되어도 괜찮은 서울을 상상해보자는 것이다. 도로는 그 도로가 있어야할 조건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단순히 도로와 차만으로는 교통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10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이자는 것은 그 도로를 둘러싼 환경까지를 포함해 전환하자는 뜻이다. 왜 1시간이 넘는 출퇴근을 해야 하는가, 왜 경기도에서 서울로 일하러 가야하는가, 왜 모두가 이 교통정체를 감당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들이 이어져야 한다. 차를 서울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경기도에서 살고 서울로 출근하는 생활방식, 서울집중형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하는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다시 논의하자면 테헤란로와 같은 오피스타운은 해체되어야 한다. 오피스타운이 있다면 그에 상응해 베드타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일하는 곳 따로, 잠자는 곳 따로는 오랜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게 정말 당연한가라는 고민을 해봐야한다. 생활과 일이 떨어져 있으니 그를 연결하는 것은 도로일 수밖에 없다. 일과 생활이 분리된 방식은 우리에게 시간적 비용을 비롯해 환경을 포함한 지구적 비용까지 물어왔던 것이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생활방식은 사람에게도 지구에게도 유해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후위기 전환은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과 일을 연결하고 극심한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사람에게도 지구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그린뉴딜 계획 발표 기후위기 대응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7.15ⓒ김철수 기자

차 없이 살 수 있는 도시로의 전환
무엇을 시작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논쟁해야

결론적으로 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자전거로도 연결된 생활을 지향해야 한다. 자전거 길을 확보하고 교통 중심을 자전거로 전환하는 실험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진행 중이다. 파리시장은 2024년까지 모든 도로를 자전거 친화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650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의 주요수단으로 이용하는 유럽 곳곳은 지하철, 버스 곳곳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자전거 이용자 도로뿐 아니라 자전거용 교통 신호, 표지판들도 존재한다. 자전거가 교통의 보조 수단 정도가 아니라 중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자전거 운행 교육이 필수적으로 배치되는 수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방법적인 논의는 사실 이미 지나칠 정도로 많다. 기후위기 대응 방법들은 이론적으로도 존재하고 이미 시행한 나라들도 있으며 심지어 그 결과와 데이터도 존재한다. 지난해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마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는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지 구체적으로 논쟁할 때이다. 분산형 도시, 00분 도시, 환경 도시, 녹색 도시 이런 좋은 말들의 나열로는 전환을 상상하기도 어렵고 위기 대응을 위한 실절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 모든 것을 바꾸자는 건 의미가 없는 말이다. 무엇부터 바꿔야 하고 그것은 어떤 의미인지가 명확해야한다. ‘테헤란로를 2차선으로’라는 말은 기후위기를 앞두고 전환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자는 제안이다. 이 제안이 도로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생활방식, 시스템 변화까지 기후위기 대전환을 위한 논쟁에 출발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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