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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평등의 역습①] LH 투기 의혹은 어디에 기름을 부었나

냉담한 여론…“3기 신도시 차라리 하지 말자” 60% 촛불정부 이후 더 깊어진 불평등…부동산 기여도 80% “한국 사회 이미 피케티가 분석한 세습자본주의 들어서”


부동산이 심화시킨 불평등의 골,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디에 있는지 5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① LH 투기 의혹은 어디에 기름을 부었나
② 세금 제대로 물렸다면…LH 직원들은 투기 못했다
③ 반값 아파트 흑역사:야심찬 정책 어이없는 실패
④ ‘영끌’ 엄두도 못내니…평생·기본주택 대안 기대
⑤ 사유재산, 정말 합리적입니까

얼마전 발표된 3기 신도시 철회 여론이 눈길을 끈다. 60% 가까운 국민이 ‘철회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여야와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철회 하자’ 응답이 고르게 나왔다. ‘이럴 거라면 때려 치우라’는 여론이 그만큼 높다.

눈에 띄는 것은 ‘철회가 매우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이다. 연령별 차이가 확연하다. 청년층으로 갈수록 ‘꼭 철회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높다. 2030세대는 절반 이상(51%)이 ‘매우 적절하다’고 답한 반면 40대 이상 중년층에선 이 비율이 40%로, 장년층에선 20%로 급감한다.

불평등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도시로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너진 공정성·불평등을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뜻이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에 특히 민감한 젊은층의 심한 박탈감이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불평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분노한 청년들이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LH 서울지역본부에 몰려갔다. 이들은 ‘내 명의 집 한 채 없지만, 무너진 공정성에 기분 아주 더럽다’고 적힌 스티커를 유리문에 덕지덕지 붙였다. 본부장을 면담한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는 “50만원 월세 마련하려고 허덕이는 청년들 뒤통수를 LH가 후려쳤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한창인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 아파트 건설 현장. 2020.09.29ⓒ김철수 기자

”한국 불평등, 부동산 책임이 80%”

대통령이 연일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했다. 경찰이 이끌고 검찰, 국세청 등 사정당국이 참여하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다.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공무원과 직계가족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한다. 청와대 직원도 예외가 없다. 정치권은 국정조사와 특검,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합의했다. 불과 3주 만에 한국 사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표면에는 개발이익을 빼내 투기한 공직자에 대한 분노가 있지만, 민심은 훨씬 전부터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자산격차가 하늘과 땅 만큼 벌어졌다. 자산 격차가 심화시킨 불평등은 바싹 마른 장작 같았다. LH의 불법 투기가 여기에 불을 당겼고, 걷잡을 수 없는 화마가 돼 여론을 집어 삼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간값은 4억3,900만원이었다. 4년 뒤, 2억3천만원 오른 6억6,600만원이 됐다.(한국부동산원 기준)

4년간 매달 534만원씩 오른 셈이다. 2019년 임금노동자 월평균 소득이 309만원이었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매달 843만원씩 월급을 받은 꼴이다. 2주택자라면 1,300만원, 3주택자라면 1,900만원씩이다. 무주택자와 3주택자 자산은 불과 4년 만에 9억2천만원 벌어졌고, 이런 격차는 이번 생에 극복하기 어렵다.

학계의 연구 결과는 이런 상식을 뒷받침 한다. 2016년 국회에 제출된 ‘소득불평등 심화 원인과 재분배 정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불평등 심화의 주범은 부동산이었다.

소득을 노동, 자산, 기타로 분류했을때 노동소득은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데 반해 부동산 같은 자산 소득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를 책임진 고려대 이우진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불평등에 부동산 자산은 8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의 주범은 부동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나온지 5년이 지났다. 그사이 부동산은 또 한번 급등했고, 불평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지난해 여당 의원의 분석은 심화된 불평등을 다시 절감케 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한국의 피케티 지수가 8.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피케티 지수는 1년간 한 나라가 벌어들인 모든 부의 가치를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한 나라의 자산이 국민소득의 몇배에 해당하는지 보여준다. 피케티 지수가 커지면 그만큼 자산의 힘이 노동소득 비중보다 커졌다는 뜻이고, 결국 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다.

한국의 피케티 지수는 2010년 7.6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9년 8.6을 기록했다. 사상최고치다. 피케티의 분석에 따르면 사상 최대 불평등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은 독일(4.4), 프랑스(5.9) 등 유럽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고 미국(4.8), 영국(6.0) 일본(6.1)에 비해서도 매우 높다.

최근 10년 피케티 지수 추이ⓒ신지현 기자

한국의 피케티 지수가 높게 나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국민소득에 비해 부동산 자산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총생산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2019년 기준 4.6배에 달한다. 영국이 2.28배, 프랑스가 2.80배, 일본이 2.24배로 주요 선진국의 2배를 넘어선다. 국내총생산이 1,800조원이었으니, 토지자산은 8,309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가 된다.

부동산(주택)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부동산을 가져갔다. 1주택 비율은 줄고 다주택은 대거 늘었다. 2018년과 비교해 2019년 2주택은 6만2천가구 늘었고, 3주택은 1만7천가구, 4주택 이상은 7천가구 증가했다.(통계청 기준)

지난 10년간 지은 집의 절반 이상은 상위 1% 주택부자가 가져갔다. 이들이 가진 주택수는 2008년 36만호에서 2018년 90만호로 2.5배 불어났다. 상위 1% 다주택자 1인당 보유 주택수는 2008년 3.5채에서 2018년 7채로 2배 늘었다. 지난 10년간, 다주택자들은 판교 신도시(3만호) 18개를 더 사들인 셈이다.(경실련 발표)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피케티의 견해가 옳다면, 지금 한국에선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있고, 그것이 본질상 불로소득인 부동산소득의 동향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이미 한국은 부동산소유로 가문의 운명이 결정되는 세습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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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