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욱의 뚝딱뚝딱 학교] 학교엔 공방, 교실엔 다락방...해먹도 있어요

‘초등학교 기본소득 매점’으로 큰 울림을 준 강환욱 보은 판동초등학교 선생님의 새로운 칼럼을 연재합니다. ‘강환욱의 뚝딱뚝딱 학교’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겪는 일상사와 그 속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강환욱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모두가 공간의 끌림을 받습니다. 그 끌림은 기다리는 사람들, 편안한 쉼 혹은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 흥미로운 작업, 탈출에 대한 욕구 등 여러 가지의 혼합물일 것입니다. 저는 특히 물리적 공간이 주는 영향력에 관심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직장과도 같습니다. 좋건 싫건 매일 출근해서 꽤 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자율출퇴근이 불가하고 월급도 없으니 어른보다 더 열악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지루한 곳이 아닌, 들어가면 저절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공간이 절실해집니다. 공간이라도 매력적이면 좋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약간의 공간을 변화시키고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선 작업을 하고 싶은 공방을 지어보았습니다. ‘12년 동안이나 학교를 다녔는데 할 줄 아는 것이 문제풀이 뿐이다’, ‘소중한 손의 재주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비판과 반성이 말로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무한 도전이었죠. 스스로 짓자고 결심을 한 뒤에 학교에 요청을 했고, 관련 공모사업비도 받으니 천만 원 정도의 재료비가 모였습니다. 한때는 아침 7시부터 작업을 하고 수업을 들어갔는데 이때 두 가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 달이 되지 않아 몸살이 났고, 어린 아이들은 “공사하는 아저씨다!”라고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평 남짓한 공간을 짓는데 가장 오래 걸리는 기록을 세울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짓고 있으니 말이죠.

한동안 ‘공사하는 아저씨’가 되어 지은 학교 안 공방ⓒ필자 제공
열 평 남짓이지만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공방 만들기ⓒ필자 제공
학교 안 공방의 가장 최근 모습ⓒ필자 제공
공방 한켠에 잘 정리된 공구들ⓒ필자 제공

스스로 짓는 것은 예산을 절약하기 위함도 있지만 ‘입주자가 아닌 주인이 되어보는 것’, ‘건축 과정을 아이들이 온전히 보고, 참여도 할 수 있는 것’, ‘좋은 재료를 쓰며 목공하고 싶은 공간을 꾸미는 것’ 등의 이유가 더 큽니다. 교실에서 배운 수학을 건축 현장에서 활용하며 아이들과 같이 벽을 세우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없죠. 나무 향이 가득한 목조주택은 망치질을 배우려고 오는 아이들을 위한 채비를 거의 다 갖추어 가는 중입니다. 아이들은 벌써 들어가고 싶다고 합니다.

둘째로 밋밋한 교실을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집 다음으로 가장 오래 지내는 장소지만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공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거든요. 학교에 가고 싶냐는 질문에 긍정의 답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친구들이 있어서요”라고 말하죠. 여기에 “교실이 좋아서요”라는 응답이 추가된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의 교실은 학원의 것과 달라야 하기도 하고요.

당시 아이들은 교실에 다락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야심찬 의견을 냈습니다.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가 있어서 목공수업을 자주 한 결과였는데, 상상해보니 하나의 구조물로 인해 교실의 전체적 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아 실행에 옮겼습니다. 저는 썰었고 아이들은 끼웠죠. 사다리를 타고 2층에 올라가면 그물 침대가 있고, 1층에는 해먹과 매트를 두어서 쉴 수도, 놀 수도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락방 둘레에 동선이 생겼는데 이것도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동선이 생기니 재미도 생기더군요. 들어오고 싶어서 기웃거리는 아이들, 학년이 올라가면 이 교실을 차지하고 싶다는 아이들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교실 안에 만든 다락방ⓒ필자 제공

셋째로 찾아가고 싶은 매점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먹는 즐거움은 그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맛있는 급식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으로 채워진 매점을 마련해주어서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을 좀 더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마침 일주일에 딱 한 번, 방과후교실로만 사용되던 교실은 매점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었고 뜻이 맞는 어머님들과 협동조합형 매점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배고픔과 즐거움을 채워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간을 모두가 조건 없이 어느 정도 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어 어린이 기본소득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매점은 자칫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던 아이들의 서운함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해주었고, 기부와 응원을 통해 선한 어른들의 존재도 확인시켜 준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상기된 표정으로 매점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공간이 참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먹거리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어머님들이 아이들의 요리교실을 이끌었으며, 자립을 위한 경험들을 찾아 쌓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 것은 보너스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협동조합형 매점ⓒ필자 제공

모두가 공간에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더 예민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공간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새로 만들기도 하며 때론 의식의 변화도 이끄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 세 공간은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서로 간식을 사주며 친해지고 해먹이나 그물 위에 누워 쉬는, 과거엔 하지 못했던 일들을 누리게 된 뒤에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즐거워졌으며 지지를 받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겪는 권리의 격차와 불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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