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이 ‘미얀마군의 날’에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향해 유혈 폭력 진압을 감행해 하루 사망자가 최소 114명을 넘어서는 최악의 유혈 참사가 발생했다.
미얀마 현지 언론 ‘미얀마 나우’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은 ‘미얀마군의 날’인 27일(현지 시간) 미얀마 전역 40개 도시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4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이날이 다시 최악의 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5세 유아를 포함해 시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수의 청소년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만 최소 24명이 사망했고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도 40명이 사망하는 등 미얀마 전역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또 군경이 수거해 간 시체를 포함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대뿐만 아니라 시위를 구경하던 시민들도 실탄을 머리와 가슴 등에 맞고 숨졌다고 전했다. 또 군경이 시위대를 찾기 위해 주택가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해 13세 소녀가 숨지는 등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얀마 군경의 폭력적인 유혈진압에 대해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이날은 군부 치욕의 날”이라면서 “군부 장성들이 300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놓고는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미얀마군의 날’인 이날을 애초 이름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항의시위에 나섰다. 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은 1962년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날 미얀마 군부는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수도 네피도에서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군사 열병식을 개최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인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과 손잡겠다”면서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 일정은 여전히 제시하지 않고 시위대를 향한 경고성 발언에만 치중했다.
최악의 유혈진압 참사가 벌어진 이날 숨진 희생자들을 모두 합하면 2월 쿠데타 항의시위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400명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과 정부군 간의 무장 충돌도 발생하고 있어 미얀마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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