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전광훈을 발판삼았던 정치인들이여, 각성하라

정치인들에게 전광훈이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한숨부터 쉬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이력에서 드러나는 ‘전광훈’이란 이름 석 자가 더욱 마음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 2019년 10월 3일 전광훈 씨가 주도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 단상에 오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과 막말은 연일 매스컴을 통해 오르내리는 중이다. 또한 오 후보는 2019년 9월 20일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결성식 및 10.3 범국민투쟁대회 출정식’에도 참석했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는 전광훈 씨, 총괄본부장은 이재오 전 의원이다.

2011년 무상급식 반대에 자신의 명운을 걸었다가 서울시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오 전 시장이다. ‘촛불’로 가득 메워졌던 평화시위의 현장을 악다구니를 쓰며 가짜뉴스와 선동을 마구잡이로 내뱉는 무법천지로 바꾼 전광훈이 펼쳐놓은 무대에서 그를 마주한 건,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씁쓸한 일이었다. 다시 재기를 꿈꿀 비빌 언덕이 전광훈 밖에는 없었던 말인가.

오 후보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정신 나간 대통령’,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등으로 지칭하며 비난하기 바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짓밟고 유린한다”며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마저 쏟았다. 전광훈과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발언으로 ‘제발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몸부림치는 듯 보였다. 오세훈 후보에게 과거 따라다녔던 ‘도련님’의 이미지를 벗는 것까진 좋은데, 그는 절박함을 하필 전광훈의 대중동원능력을 빌린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말았다.

2019년 10월 3일 전광훈 씨가 주도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 단상에 오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정신 나간 대통령’,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등으로 지칭하며 비난했다.ⓒ너알아TV

‘오세훈 극우 논란’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이력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 후보가 2016년 전광훈 씨가 총재로 있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 운동본부’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 참석했던 것이 논란이 된 것이다. 박 후보는 당시 연단에 서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께 다시 한번 동성애법, 차별금지법, 인권 관련법, 그리고 이슬람 문제, 저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말씀드린다”며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한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 계신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과 기독교 성도들과 정말로 뜻을 같이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해명한 박영선, 해명 없는 오세훈

사실 이 둘을 비교하는 건 무리다. 박 후보가 5년 전 참석했던 행사는 정치인들이 의례적으로 참석한 행사였을 테고, 오 후보가 2년 전 참석했던 집회는 전광훈의 난동 수준의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박 후보는 지난달 12일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박영선과 정청래의 빵 터지는 수다’를 통해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그는 “그때 제가 최고위원을 맡고 있었다. (기도회는) 국회에서 열린 행사였는데, 어떤 모임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가게 됐다. 저도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또 “민주당은 어느 정당보다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해가 높은 정당이고, 많은 의원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속도가 답답하실 수 있지만 저희가 더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가 17년째 정치를 하면서 배운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내고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자들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할 기회가 덜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시장이 더 감싸 안아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 후보가 직접 해명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 시장 캠프 관계자는 평화나무의 질의에 오 후보와 전 씨와의 관계성을 부인할 뿐이었다. 박 후보와 오 후보가 참석한 행사의 성격이나 현재 보이는 모습 등으로 볼 때 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정치인들은 왜 전광훈을 무시할 수 없었나

그럼에도 내가 꼬집고 싶은 부분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 노력해 온 전광훈류 정치 목사들에게 왜 정치권이 늘 장단을 맞춰주었느냐는 것이다. 전광훈이 멘토로 지목한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과 같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개신교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들에겐 정치 목사들이 신경 쓰였을 터.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습성이 아닐까. 출입처 제도가 보여주는 언론 문제처럼 말이다.

마치 기자가 사건 현장 대신 검찰이 주는 자료에 목을 매고, 우리 사회 약자들이 있는 곳,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는 대신 안락한 기자실에 앉아 주는 자료나 정리해서 기사를 내는 것처럼 정치인들이 의례적으로 찾아야 하는 곳이 왜 하필 전광훈이 주관하는 행사였는지 답답함이 몰려온다. 그곳에서 무슨 좋은 메시지나 들을 수 있단 말인가. 뼈아프게 되돌아볼 지점이다.

2016년 전광훈 씨가 총재로 있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 운동본부’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 참석해 발언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MBC 방송 캡처

전광훈 일당의 공정선거 감시단

지난 3월 1일 코로나19의 위협과 폭우 속에 실내에서 치른 전광훈의 1000만 지지자 모으기는 사실상 실패였다. 그의 세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광훈에게 열광하는 찐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에게 유튜브 슈퍼챗을 쏘고 그를 영웅처럼 떠받든다. 그래도 그것으로 만족할 전광훈은 아닐 터.

전광훈 씨 측근들을 중심으로 최근 ‘공정선거 국민감시단’이 출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동단장 중 한 명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받고 기소된 이은재 목사다. 이은재 목사는 전 씨의 비서실장이자 순국결사대 총사령관을 맡아 전 씨의 오른팔을 자처했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은 김일성이 만든 당이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면 공산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4·15 선거에서 절대로 민주당이 공산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달라. 저들은 공산당을 감추어놓고 위장한 정당이다”라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재판정에 서게 된다. 전 씨도 별건으로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재판을 또 다시 앞두고 있다. 누가 누굴 감시한다는 것일까.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런데 이들의 출범 사실을 적극 알리는 건, 전광훈 씨가 운영하는 너알아TV뿐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3월 25일 자 조선일보 광고에서 ‘공정선거 국민감시단’ 출범 소식을 알렸다. 누누이 말했듯, 오늘날의 전광훈은 그를 발판삼은 정치인들과 콩고물을 원한 정치 목사들, 눈이 가려진 교인들의 지지와 방조 속에 키워진 인물이다. 여기에 언론인과 법조인까지.

종교의 탈을 쓰고 정치에 기웃거리며 선거판을 어지럽히는 이들을 감시하고자, 평화나무가 2기 공명선거감시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광훈 일당의 끊임없는 정치세력화의 시도와 요지경 속에서 보궐선거는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만큼은 선거법 위반으로 모니터링 되는 목사들이 나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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