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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평등의 역습⑤] 사유재산, 합리적입니까?

2019년 토마 피케티가 쓴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유재산 축적은 합리적인가’

2014년, 자산이 불평등 심화의 원인이라는 점을 밝힌 그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유재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피케티는 사유재산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수준의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줄어들었던 시기를 분석해보면 국가의 조세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피케티의 분석이다.

그는 1930~1980년대 미국 평균 최고 소득세율은 80%가 넘었는데 이 시기 미국 경제의 성장률과 생산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미국 소득세 최고세율은 37% 수준이다. 5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한 해 수백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거부들은 대거 늘어났는데 최고세율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피케티는 “합리적인 선에서 사유재산을 가져야 하지만, 재산이 과도하게 집중돼서는 안된다. 부의 초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케티는 ‘누진적 부유·상속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0억유로(2조6천억원) 이상의 소득 혹은 상속에는 90%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반면 소규모 상속에는 0.1%의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그는 거둬들인 세금으로 기본자산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청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점(25세)에 국가가 이들에게 12만유로(약 1억6천만원)를 일시에 지급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1인당 평균 자산은 20만유로다. 평균의 60% 수준을 기본자산으로 주자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어 ‘기회의 불평등’을 당하는 청년들에게 사회가 ‘기본자산’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한국청년연대, 청년진보당,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불평등 극복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

피케티의 주장에서 한 발 나아가 청년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소비가 아닌 자산에만 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채무변제권은 제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종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논문 ‘기본자산제_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정책’에서 “기본자산은 생산적으로만 지출해야 한다. 토지나 가옥을 사거나 생산을 위한 기계 등을 사는 등 사업투자 지출로 용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여러 개인이 지급받은 기본자산으로 협동조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창업을 독려한다. 창업한 기업의 자산 중 기본자산에 해당하는 규모만큼은 채권자들이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재산권, 부채 관념을 근본적으로 재고함으로써 현대 경제 시스템의 불공정성 자체를 개선하려는 시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기본자산의 형태를 ‘집사용권’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자산격차를 만들고 불평등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이 부동산인 이상 이를 극복하기 위한 출발로 주거 개념을 소유가 아닌 사용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진보당은 불평등 격차가 가장 큰 청년(19~39세)에게 20년간 공공주택의 주거사용권을 보장하자고 제안한다. 기본자산을 일시에 금전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주택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지급한다. 주거사용권은 양도·증여·매매가 불가능하며 39세가 지나면 사용권이 종료된다.

재원 마련을 위해 진보당은 ‘불로소득 환수법’ ‘사회투자채권 발행’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30억원 이상 상속·증여를 할 경우 90% 최고세율을 적용한다. 현행 50%인 30억원 이상 최고세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토지공개념에 따른 토지초과이득세를 부활한다. 여기에 대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환수를 추진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공공복지 관련 투자 사용을 위한 사회투자채권을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는 “금융권 부채 잔액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부동산담보대출”이라며 “최소한 주거문제가 해결된다면 매월 소득에서 지출되는 주거 비용을 줄여 자기실현 기회를 제공하고,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자산불평등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제시한 ‘청년기초자산제’도 기본자산 지급의 한 방식이다. 당시 정의당은 만 20세 청년에게 3천만원을 지급해 ‘자립기반을 만들어주자’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청년창업을 위한 종잣돈이나 대학교육을 위한 학비, 전월세자금으로 ‘청년기초자산제’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봤다. 청년기초자산제 시행에는 연 평균 14조5천억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상속·증여세 강화, 종부세 등 재산세를 강화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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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