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gory Elich 칼럼] 누가 한국의 보스인가 : 미국 두 장관의 방문

바이든이 한국에 국무부와 국방부 장관을 보낸 이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3.18ⓒ정의철 기자

원제 :Reminding South Korea Who is Boss:Biden’s Enforcers Pay a Visit

아시아 순방 전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워싱턴포스트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 일본과 한국, 인도를 방문하는 이유를 밝혔다. “미국은 동반자과 동맹과의 연대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동맹국들과의 연대’에 대한 미국과 우리의 이해가 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아시아의 부하 국가들을 예속시켜 중국에 대항할 연합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블링컨과 오스틴의 설명을 보자. “우리 동맹들은 군대 용어로 ‘전력승수’(force multipliers, 전투능력을 배가시켜주는 요소)다. 우리의 합쳐진 힘이 중국의 공격성과 위협에 맞설 때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일본 관료들은 여러 회의에서 미국의 이런 접근방식을 환영했다. 미국이 일본 재무장화의 길을 터는 주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반응은 좀 달랐다. 중국은 상당한 차이로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며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탄탄하다. 미국이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광적인 반중국 캠페인에 동참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미국 특사들과 한국 관료들 사이의 의견 차이는 미일공동성명과 한국의 성명을 비교하면 추론할 수 있다. 한미공동성명에만 중국을 비난하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블링컨과 오스틴은 성공적으로 완수한 임무가 따로 있다. 한국 관료들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가 독립적인 행동을 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것이다.

그 결과 미국과 한국은 실무급 협의를 통해 대북정책과 다른 문제에 관한 정책을 맞춰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 관료들은 양국이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를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다뤄야 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나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뉴시스

이를 한국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굳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블링컨과 오스틴이 한국을 설득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말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며 “평화를 함께 만들어갈 상대와 국제질서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전 세계 약 80억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미국의 최상류층 몇 천 명만을 지칭할 때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를 사용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발언들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일례로 문 대통령은 2021년 신년연설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평화의 문이 “활짝 열린다”고 했다. 여기에서 탄원하는 것 말고는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블링컨과 오스틴이 방문할 당시, 한국에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한창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전쟁 게임(war games) 시뮬레이션으로 훈련이 이뤄졌다. 같은 때에 미국은 미일연합군사훈련에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투입했다. 한국군 관계자는 “F-22의 작전반경과 성능을 고려할 때 북한에 대한 경고이자 중국 견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5일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 실사격 훈련에서 미군 장갑차들이 보이고 있다.ⓒ민중의소리

북한에서 이를 놓쳤을 리 없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방어훈련이라는 한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훈련 시나리오들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예전의 전쟁 게임에서는 북한을 침공해 폭격하거나 북한 관리 암살을 위해 특공대를 파견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 훈련은 이례적인 예외일 것이라 생각할 근거가 없다.

김 부부장은 “지금까지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 전쟁 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행불일치 때문에 불만을 표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군을 따라감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김 부부장은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며 한국이 “대화를 부정하는 적대행위에 매달리고 끈질긴 불장난으로 신뢰의 기초를 파괴”하면 북한은 기존에 서명했던 합의서들도 파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과 김정은이 서명했던 판문점선언의 일부도 이미 사문화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확인했다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이 한번도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허락 없이 움직여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또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등 2004년의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그 어떤 “실천적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를 승인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다가오는 블링컨과 오스틴과의 회담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 메시지는 미국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은 메시지가 돼 버렸다.

미국도 한국의 접근방식이 바뀌기를 원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원하는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다. 미국 싱크탱크들이 어떤 제언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그 전형적인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애틀랜틱 카운슬 전략안보센터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된다.

그 보고서의 내용은 이렇다. “한국과 미국이 새로운 시대의 과제와 기회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군사동맹을 국가안보동맹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미국가안보동맹은 현재의 가장 큰 과제인 중국이 공격성을 더 이상 보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중국을 계속 억제하고 단념시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한국은 한미국가안보동맹을 위해 동남아 국가들과의 안보협력을 우선시 해야 한다...” 보고서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간다. “나토(NATO)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활동하려고 하는 지금,.. NATO와 한국의 파트너십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뉴시스(자료 사진)

애틀랜틱 카운슬 전략안보센터는 한국에게 미국의 반중국 캠페인에 동참하라고 설득할 때, 한국의 중국 무역 의존도가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국민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는 애틀랜틱 카운슬 전략안보센터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다. “한국에게 갈등이 있을 때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이를 공개적으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투덜거릴 때 외에는 말이다.

애틀랜틱 카운슬 전략안보센터의 제언을 들어 공개적으로 편을 고르라고 한국을 압박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더 은밀한 방법으로 한국을 서서히 ‘선택해야 하는 입장’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틱 카운슬 전략안보센터는 한국이 “국제 제도와 규정을 개정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국제 제도와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중국을 국제무역에서 단절시키겠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다.) 이들의 보고서에는 한국 경제를 미국의 동북아지역 목표에 맞추기 위해 한국이 도입‘해야 하는’ 구체적 조치도 명시 돼 있고, “한국이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동참해야 하며, 한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한국의 필수과제가 “중국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산업을 ‘약탈적’인 중국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한국처럼 종속국이라 여기는 국가들이 중국과 같은 도전자가 나타났을 때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데 졸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본격적인 군사훈련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쥐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문 대통령의 임기내에 이를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려면 한국군이 미래의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야외 기동훈련을 포함한 대대적인 연합훈련이 필요하다. 한국군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2단계 검증인 ‘완전운용능력(FOC)’를 검증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마지막 단계 검증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만 남게 된다.

“대한민국을 위한 국제연합의 공동 군사 노력에 있어 한국 내 또는 한국 근해에서 작전 중인 국제연합의 모든 부대는 귀하의 통솔하에 있으며, 또한 귀하는 그 최고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있음에 감(感)하여 본인은 현 작전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바이오며 수여한 지휘권은 귀하 자신 또는 귀하가 한국 또는 한국 근해에서 행사하도록 위임한 기타 사령관이 행사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국군은 귀하의 휘하에서 복무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며 또한 한국 국민과 정부도 고명하고 훌륭한 군인으로서 우리들의 사랑하는 국토의 독립과 보전에 대한 비열한 공산 침략에 대항하기 위하여 힘을 합친 국제연합의 모든 군사권을 받고 있는 귀하의 전체적 지휘를 받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또한 격려되는 바입니다.

귀하에게 깊고도 따뜻한 개인적인 경의를 표하나이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당시 대통령)

- 이승만이 '군을 대신 지휘해 달라'며 UN군 사령관 맥아더에게 보낸 서한

전작권 전환이 이미 너무 늦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외부 기동훈련의 재개와 연계하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를 자기네 보너스라고 생각하며 좋아할 것이다. 실제로 대대적인 연합군사훈련을 통해 얻게 되는 유일한 결과가 남북관계의 악화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이 3단계의 검증을 통과하는 것으로는 전작권을 전환하기에 부족하다며 한국이 충족해야 할 조건이 26개 더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에게 야외 기동훈련을 포함한 대대적인 훈련을 재개하게 한 후에 끝없이 추가 조건을 내걸어 전작권 전환을 계속 늦추고, 심지어는 영원히 막기에 딱 좋은 방법이다.

한편, 현재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위안부’로 구성됐던 일본의 성노예 제도와 한국에 대한 일본의 무역제재 때문이다. 미국은 양국의 불협화음이 달갑지 않다. 중국과 맞서는 데 있어 여러 ‘주니어 파트너’ 중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꽤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의 한 자료도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함에 있어... 한일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명시한다. (미국이 원하는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블링컨에게 일본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일본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여러 번 보냈고,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일본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미국의 뜻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기에 앞서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실시하고 있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 관리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게 보낸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게 비핵화를 포함해 여러 요구들을 하겠다고 그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안타깝게도 점점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좋은 접근방식은 아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시도에 대응하지 않았다. 블링컨과 오스틴의 방한 중에 발표된 담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며, 북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냉혹한 수사와 군사활동을 지적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동등한 지위’를 지닌 양국 간의 대화를 위해 미국이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미국에게 더 외교적인 태도를 가지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 제도권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정부가 공개적인 발언을 할 때 좀 더 부드러운 어투를 써 달라고 분명히 설득할 것이다. 미국 측에서 이 말을 들을 지는 다른 문제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을 더 긴밀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얘기할 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일방통행이다. 미국이 결정하고 한국이 따르는 것 말이다. 그리고 중국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한국에게 무역량을 줄이라는 압력을 높일 것이다.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키운 후, 호전적인 미국이 이끄는 반중국 동맹에 한국이 어쩔 수 없이 들어오게끔 하려 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주권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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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일리치 Gregory Elich / 번역 : 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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