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사랑에 대한 김오키의 고백

김오키의 새 음반 [Everytime]

이쯤 되면 김오키를 편애한다고 비난할지 모르겠다. 김오키가 새 음반을 내면 호평하고 자주 리뷰를 쓰니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이 얼마나 많은데, 왜 김오키만 싸고 도느냐고 따지지 말기를.

김오키는 옹호할 수밖에 없는 뮤지션이다. 김오키가 2013년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를 발표한 후 남긴 음반의 궤적은 흥미진진하다. 그동안 김오키는 12장에 이르는 정규 음반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축적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김오키의 재즈 사운드는 여러 장르와 어울리며 부드럽게 깊어졌다. 이제 매끄럽거나 음울한 사운드의 세계를 누비는 김오키는 늘상 서정적인 무드를 창조해 듣는 이들을 환대한다. 도피하고 안식할 수 있는 음악, 분노와 절망마저 다독이는 음악으로 김오키의 음악은 다정하다.

김오키 정규음반 'Everytime' 커버 이미지ⓒ사진 = 김오키 인스타그램

김오키가 3월 29일에 발표한 새 음반 [Everytime]은 어떤 프레임으로 김오키를 가두지 말라 종용한다. 조웅, 민수, 최자, 타마, 이파이, 넉살,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새턴발라드 등이 피처링한 음반은 재즈와 연주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다. 힙합과 팝, 일렉트로닉이 재즈와 함께 담긴 음반은 하나의 장르에 메이지 않는 김오키의 현재를 다시 보여준다.

갈수록 장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해도 이렇게 꾸준히 다양한 장르를 접합하면서 음악의 바운더리를 넓히는 뮤지션이 많지 않은 현실은 김오키의 음반을 옹호하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오늘의 김오키는 어제의 김오키를 지우고, 내일의 김오키는 다시 오늘의 김오키를 지운다. 김오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묻는 건 의미가 없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편이 낫다.

김오키는 예술가가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된 시대, 그래서 기획과 전략이 예술가에게 집중되는 시대를 아랑곳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하고, 필요한 뮤지션이 있으면 협업할 뿐이다. 그 결과 김오키는 지금 어느 예술가보다 예술가답다.

새 음반 [Everytime]에 담은 곡들은 일관되지 않다. 김오키가 주도하는 차분한 연주곡들이 중간 중간 이 음반이 김오키의 음반이라며 등대처럼 반짝이지만, 음반 수록곡 절반쯤은 제각각 다른 길로 간다. 피처링 뮤지션들이 참여한 곡들에서 김오키의 색소폰은 좀처럼 도드라지지 않는다. 다른 악기들과 거의 동일한 비중을 유지하거나 다른 악기들을 위해 앞자리를 비켜준다. 그럼으로써 음반은 더 화사하게 흩어진다.

짧고 몽롱한 두 곡을 지나 ‘Fly With Me’에 도착하거나, 다시 나른한 ‘Pour Toi(Feat. Minsu)’에 이르렀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최자, 타마, 넉살, 디제이 소울 스케이프, 이파이가 참여한 곡들은 음반에 비트를 더해줄 뿐 아니라, 이번 음반을 다채롭고 좋은 싱글이 그득한 음반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김오키가 자유로운 음악적 표현을 위해서만 이번 음반을 만든 것 같지는 않다. 수록곡들의 제목과 노랫말은 이 음반이 ‘너와 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일러 준다. 어떤 곡은 달콤하고, 어떤 곡은 막막하다. 이것이 김오키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든 아니든 음반의 수록곡들은 우리가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 경험하는 감정들을 지목하고 상기시킨다.

좋았던 순간과 좋지 않았던 순간, 잘하려 했지만 항상 좋을 수 만은 없는 존재와 관계의 필연과 실상, 그럼에도 “어쩔 수 없게 만드는 모든 걸 없애자”는 간절한 마음까지 노래하는 음반은, 이기적이면서도 헌신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사랑의 위대함이라고 강조한다. ‘In The Dream’, ‘Looking At Your Face’, ‘Love Song For Me’ 같은 제목으로 서사의 범주를 정해주는 곡들은 연인과의 교감이나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Radiant Wave’처럼 모호한 제목에서도 해석의 가능성을 좁혀준다.

그리고 음반을 마무리 하는 ‘We Say Goodbye’와 ‘I Just Want To Say I Love You(Feat. Saturnballad)’에 배인 우수는 두 곡을 단절되어 버린 관계의 후일담처럼 듣게 한다. 그래서 음반이 끝날 무렵에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서성이게 된다.

간절하게 애쓰고 다감하게 교감했지만 안녕을 고할 수밖에 없었던 관계의 기억들이 모두 부질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랑은 좋으면 좋았던 대로, 나쁘면 나빴던 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알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 우리의 얼굴에는 모두 누군가의 손길이 묻어 있고, 우리의 얼굴에는 언젠가 흘린 눈물이 남아 있다. 그 흔적을 더듬게 하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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