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철거민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오세훈

황당한 참사 피해자들 “아직도 반성 없는 오세훈, 치가 떨린다”...또한번 대대적 재개발 공약엔 “용산참사 반복” 우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3.3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2년 전 자신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발생한 용산참사를 두고 철거민들의 폭력 행위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다. 공권력의 과잉진압을 오 후보는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화했다.

오 후보는 31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 후보는 “용산참사를 모르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설명을 드리면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의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회)이라는 시민단체가 가세해서 매우 폭력적인 저항이 있었다. 그때 쇠 구슬인지, 돌멩이인지 이런 걸 쏘면서 저항했다. 건물을 점거하고 거기를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긴 참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사고는 과도한 그리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력 투입으로 생긴 사건이다. 이것의 사후처리를 서울시가 맡아서 했던 것이고 보상 문제나 피해자와의 각종 협의 문제도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했던 것이 본질”이라고 강변했다.

‘당시 용산참사를 조합과 피해자의 문제라고 보면서 유감 표명과 조문도 없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오 후보는 “사실관계를 잘못 기억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조문도 갔고 당사자들도 만났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김영걸 당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이 이 사업의 총책임자였다. 그분이 거의 한 몇 개월 동안 다른 일을 전폐하고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유가족을 달래고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앙정부와 (했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일이 꽤 오래, 협의 과정이 꽤 오래 걸렸다. 사실 공표는 안했지만 백서를 만들어놓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 후보의 주장과 달리 용산참사는 ‘재개발 비극’, ‘인재’로 기록된다. 사건 발생 10여 년 만에 문재인 정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도 용산참사를 ‘국가 폭력 사건’으로 가리키고 있다.

용산참사는 오 후보가 시장직에 있던 2009년 1월 20일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일대의 용산 4구역 뉴타운 재개발에 반대하며 생계 대책을 요구하던 철거민들이 망루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농성장에 시너 등 발화 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진입해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했다. 그 과정에 망루에 불이 났고,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 후보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용산참사를 불러일으킨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시작한 뉴타운 정책 기조를 오 후보가 이어받았고, 해당 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하면서 용산참사 비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피해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단 오 후보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언론 보도 등 복수의 기록에 따르면 참사 이후 오 후보는 현장 방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유감 표명도 없었고, 유가족 측의 면담도 오 후보는 거절했다. 그렇게 사건을 외면해온 그는 희생자들이 1년 만에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됐을 때, 2010년 1월 7일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마련했을 때, 조문객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아직도 이런 오 후보의 행태에 울분을 터뜨리며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미진함을 쓰라려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15일 용산참사 10주기를 앞두고 14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차원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아직도 반성 없는 오세훈, 치가 떨린다”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용산참사 발생 원인을 시민들의 폭력적 저항’으로 지목한 오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이 사건의 본질 자체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사건에서 철거민의 폭력성을 부각하려 했지만 사회적으로도 이 사건의 본질은 ‘무리하고 성급한 재개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 검찰·경찰도 재조사 결과를 통해 당시 경찰진압이 성급하고 무리한 진압이었단 것, 안전을 무시한 진압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한 상황이다. 당시 서울시장으로 책임자였고 무리한 개발을 추진한 당사자가 지금까지도 전혀 반성이나 사과가 없는 말을 반복하고 있단 점에 대해 정말 치가 떨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이 사건을 사인 간 문제로 왜곡하며 ‘사람이 죽은 문제’보다 ‘공사를 빨리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오세훈 서울시정’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직도) 당시의 책임자로서 사과한 사람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가 만들었다는 ‘용산참사 백서’에 대해서도 이 사무국장은 “당시에 들은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용산참사 백서와 관련해 시민에게 알려진 건 2017년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용산참사 8주기’에 발간된 것뿐이다.

이 사무국장은 “이 (8주기) 백서에도 여전히 부족한 점은 있었다”며 “오 후보의 말은 그 전에 작성한 백서가 있단 것인데 서울시가 그런 작업을 했다면 우리들의 입장이나 얘기는 전혀 듣지 않은 것이다. 추측하건대 서울시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백서 작성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특공대가 지난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짜리 건물에서 강제진압 작전을 하던 중 시너가 폭발해 철거민 5명이 사망한 가운데 불에 휩싸인 망루를 지켜보고 있는 농성자들의 모습.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대대적 재개발 공약한 오세훈...“용산 참사 반복하겠단 것”

오 후보는 전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맞붙은 TV 토론회에서는 용산참사에 대해 “뉴타운이나 재개발·재건축 등 각종 개발 사업의 경우 현장에서 매우 큰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당시에 정말 일어나선 안 될 그런 참사가 일어났던 거에 대해선 당시 시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오 후보는 이날 이 발언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재건축과 재개발이 주택공급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그 진행 과정에서 임차인의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형태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올바른, 바람직한 행정인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이렇게 극한투쟁과 갈등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시장으로서 분명히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용산참사의 교훈에도 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또 한 번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민간 주도 재개발, 재건축을 공약한 상태다. 그는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용산에 대한 개발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오 후보는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 용산을 대한민국의 라데팡스로 만들겠다. 강북 전체를 변화시킬 100만 평의 마지막 선물”이라며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 사무국장은 “아무런 대책 없는 무리한 재개발, 재건축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계속 규제를 풀겠다는 것, 또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단 것은 똑같은 참사를 반복하겠단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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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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