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동이야기] 50년 흘렀어도 여전한 질문, 당신의 생리는 안전하십니까?

1970년이나 2020년이나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곤란엔 큰 차이가 없다

(사례1) 한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설립 후 생리휴가 쟁취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들의 생리휴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생리휴가를 신청하고 회사에 나오지 않은 노동자들을 무단결근 처리했다. 이에 반발한 노동조합에서는 서면 신청의 근거를 남기기 위해 생리휴가 신청서를 작성하기로 했고, 위원장이 먼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산부인과 의사의 진단서를 증거자료로 첨부하라는 요구를 했다. 분노에 찬 여성 위원장이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회사 사무실에서 탈의를 하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 노동자들은 생리 휴가 제도를 쟁취했다. *

(사례2)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3고객센터 소속 노동자 130명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생리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도 사용 기간과 인원을 엄격하게 통제받았다. 그러다 지난 10월 14일 A 상담사가 당일에 생리휴가를 청구하자, 팀장은 근태 사고라며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고 ‘다른 회사에서는 생리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기도 한다’는 말도 했다.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이후 B 상담사가...생리휴가를 청구하자 우선 출근부터 해 휴가원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C 상담사는 11월 4일 생리휴가를 청구했는데도 약을 먹고 출근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고, 출근해 휴가원 작성도 힘들다면 연차 사용을 쓰도록 강요받았다. **

첫 번째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생리휴가를 사용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의 일로, 한 섬유공장의 생리 휴가 쟁취 투쟁의 과정을 소개한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올해 2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건강보험공단 측에 공공성 강화와 직접고용, 합리적 임금체계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기 두 달 전인 2020년 12월 7일의 상황이다. 1970년대 중반과 2020년 사이에는 무려 50여 년의 시간 차가 있음에도 두 사례는 어찌 이리 놀랍게도 닮아있을까.

근로기준법 제 73조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는 생리휴가에 관한 규정이다. 근로기준법이 한국전쟁 시기인 1953년 5월 제정되었으니, 우리나라에서 생리휴가가 법으로 보장된 역사는 70년 가까이 된 셈이다.

화장실에 비치된 생리대와 탐폰(자료사진)ⓒ영남대학교 여성주의 소모임 Ready for Radi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우리는 그 권리를 누리고 살고 있을까? 최근 여성 노동자들의 생리휴가 사용에 대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들의 85%가 생리휴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직장 내 분위기 때문에 사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또 실제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의 비율은 25% 가량에 머물러 있었다. 올해 이루어진 한 조사는 전국에서 여성 공무원 비중이 가장 높은 한 지자체의 여성 공무원 800 여 명 중에 생리휴가를 사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놀라운 통계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수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이는 생리로 인한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 복통, 두통, 전신 부종, 우울 등으로 생리휴가를 신청했다가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상사의 호통을 감내하며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는 일이, 멀리 있는 모르는 어떤 여성들의 경험이 아니라 나, 내 가족, 내 지인들이 늘 경험하는 일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현재 전체 취업자의 42% 가량, 그리고 임금노동자의 45% 가량이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돌봄, 가사서비스, 판매/유통, 콜센터 등의 개인 및 공공서비스업은 압도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항공업이나 판매/유통업 등의 특정 산업들은 젊은 여성들의 노동을 통해 회사의 가치와 이윤을 추구하려는 성별 편향적인 고용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8시간으로 정해진 노동 시간, 월차제도, 노동 강도와 속도 등 노동 표준은 여전히 남성 노동자들의 비율이 압도적이던 과거 제조업 중심의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리하지 않는 몸이 정상적인 몸으로 인식되는 사회이기에, 생리로 인한 여성들의 휴식이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비난받고 배제되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은 생리휴가와 관련된 부분만은 아니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늘 맞닥뜨리는 기본적 생리 욕구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실시한 여성 노동자 화장실 사용 실태조사는, 먹으면 배설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 어떻게 기업의 이윤 전략에 의해 통제·감시돼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대체 인력이 없어서, 가까운 곳에 사용할 화장실이 없어서, 자리를 비우는데 주변의 눈치가 보여. 배설 욕구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동/방문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10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 태평로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노조연대 노동자들이 가면을 쓰고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본인이 원할 때 화장실을 쓸 수 없는 노동환경은 여성들을 다양한 비뇨기계, 위장관계 질환에 노출시킨다. 그 뿐 아니라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기 위해 음료나 음식물 섭취를 줄이게 되므로 탈수 등의 증상도 초래한다. 1주일 가까이 지속되는 생리 기간 동안 몇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생리대를 제 때 교체할 수 없어 피부 손상, 비뇨기 감염, 질염 등의 위험도 감수해야 하며,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 생리혈이 샐까 봐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성별을 떠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며, 다른 욕구들은 이러한 욕구가 해결되고 나서야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

여성들에게 있어서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본 욕구 해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윤 때문에 생리 현상조차 해결할 수 없는, 해고와 임금삭감에 대한 불안감으로 여성 질환을 감수해야 하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감내하며 여성의 몸이 가진 특성을 증명해야 하는 일터는 노동권과 건강권에 대한 침해를 넘어 인간 존엄성에 대한 훼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름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이 폄훼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한 사람들의 일터가 다른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곳일 리가 없다.

- 칼럼 내 인용된 글들
* 한겨레, 2015.02.24. [하종강 칼럼] 생리휴가를 둘러싼 오랜 논쟁
**참세상, 2020.12.07. 생리휴가 쓰려면 생리 증명하라는 공공기관 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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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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