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 기후악당도시로 등극하나

오세훈, 기후위기 ‘노답’...박영선, ‘탄소중립’ 구체성 부족

서울에 100년 만에 가장 빠른 벚꽃이 피었다. 기상청은 1922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이른 개화라고 밝혔다.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4.7 보궐선거가 한창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LH 투기 사태로 유력 후보들은 대규모 주택 개발, 재건축, 토건 공약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아예 기후위기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후보도 있다. 거대한 에너지와 상품을 소비만 하는 도시, 서울은 기후위기에 무책임한 기후악당도시로 등극하게 될까?

오세훈 후보, 기후위기 대응 공약 ‘실종’

3월 31일 기준, 서울시장 여론조사 1위인 오세훈 후보는 5대 공약이나 공보물에서 ‘기후변화’나 ‘기후위기’라는 단어 자체를 발견할 수 없다. 2025년까지 충전기 20만기 보급 추진 외에는 이렇다 할 기후환경 공약이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가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공약 질의에 대해 오세훈 후보는 답변을 거부했다.

청년활동가네트워크에 보낸 각 후보캠프의 답변 중 환경 영역ⓒ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네트워크
청년활동가네트워크에 보낸 각 후보캠프의 답변 중 환경 영역ⓒ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네트워크
청년활동가네트워크에 보낸 각 후보캠프의 답변 중 환경 영역ⓒ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네트워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의 후보자 공개질의 응답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 공약 중 22개 정책 공약을 폐기한다고 밝혔는데,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정책 공약이다. 폐기 대상 공약은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공공 태양광과 커뮤니티 발전소 확대, 태양광 지원센터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정책이다. 서울에서 태양광 정책을 폐기하면 어떤 에너지원으로 전력자립도를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세훈 후보의 태양광 정책 폐기는 단순히 전임시장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는 어렵다. 15년 전인 2006년 7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경 일류도시 서울’을 약속했고, 핵심 공약은 대기질 개선이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C40 세계도시기후정상회의 개최, ‘기후변화대응에관한조례’ 제정, 기후변화기금 마련, 에코마일리지 정책을 펼쳤다. 서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 2030년 2005년 대비 40% 감축인데, 이것은 2009년에 수립한 ‘저탄소 녹색성장 마스터플랜’ 목표치다. 박원순 시장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오세훈 전임시장이 만들어 놓은 제도 기반 위에서 지속한 측면이 있다.

오세훈 후보는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3차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UCLG) 총회에서 세계 도시간 녹색협력체를 제안했었고, 서울시의 대표적인 친환경사업으로 ‘그린카’ 도입, 도시광산, 태양광 확대를 꼽았었다. 그러나 2021년 오세훈 후보의 기후위기 대응공약 실종과 태양광 정책 폐지는 무슨 배경일까? 확실한 것은 2018년 폭염, 2020년 54일간의 장마와 태풍피해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후보는 10여 년 전보다 퇴보한 기후환경 인식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영선 후보, 탄소중립 구체성 떨어져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제출한 5대 공약을 살펴보면, 기후위기 대응을 5대 공약으로 내 건 후보는 박영선, 신지혜, 오태양, 송명숙, 신지예 후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21분 안에 주거와 직장, 쇼핑과 여가, 건강과 의료, 교육과 보육이 해결되는 21분 도시를 제안하고 있다. 에너지제로 건물, 노후보일러 100% 교체, 수직정원 도시, 포장재 없는 매장 각 동당 1개, 2030년 내연기관 등록 금지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30만 호 주택공급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목표다. 2017년 기준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87.6%가 건물과 수송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하려면 기존 노후건물에 대한 대책과 공공교통을 포함한 강력한 교통수요 저감대책이 있어야 달성할 수 있다. 더불어 탄소중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행정조직 개편, 기후예산제도, 수요관리 정책이 빠져있다.

4.7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기후위기 관련 공약 현황ⓒ필자 제공

주목해야 할 신지혜, 오태양, 송명숙, 신지예 후보의 기후 공약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는 탄소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미래당 오태양 후보는 2030 서울녹지화율 50%, 수도권통합 녹색교통카드제, 녹색건축 인센티브제를 제시했고,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폭염 한파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안전대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무소속 신지예 후보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시한 ‘도넛 모형’을 서울에 적용했다. 1.5도 탄소한계선과 시민의 기본적인 생활기준선을 만족하는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를 동시에 접근하고자 했다. 건물, 교통, 에너지, 순환경제 분야의 공약들과 시민노동보상제(돌봄, 마을, 쓰레기, 순환사용) 공약이 주목할 만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박훈 연구위원은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근거한 공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의 대도시들이 건물과 교통분야에서 매우 강도 높은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어 이들 후보들의 기후공약 내용을 발전시켜 논의할 필요가 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주는 교훈

4.7 보궐선거에서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에서도 가덕도 신공항건설을 위시한 각종 개발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은 논의 대상조차 되고 있지 않다.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7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21년 보궐선거에서 기후의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신호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31일, 녹색전환을 위한 녹색오리 플랫폼(greenduck.kr)에서는 ‘서울·부산 기후위기정책 실종사태 분석’ 보궐선거 수다회를 열어 우울한 선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김혜미 간사는 “협동조합 주택에 살고, 텃밭을 시작하고, 민주주의서울 의제선정단을 하고 있는 저는 오세훈 후보가 시장이 되면 집도 잃고, 텃밭도 잃고, 자격도 잃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도시의 시장이 가진 권한이 이만큼 크다는 것을 실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4월 1일, 가상 서울시장 후보 '기후 0번' 김공룡 캠프 출범식을 열었다. 긴급행동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약 일주일 앞둔 지금 기후위기 극복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선거에서 기후위기 의제를 부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기후긴급행동 ‘멸종 막는 김공룡 갬프’ 출범식ⓒ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이대로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기후위기’가 의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기후위기 대응 없이 당선 없다는 교훈을 얻게 만들려면 결국 기후위기 대응을 간절히 바라는 유권자들이 세력화되어야 한다. 2021년 보궐선거, 기후위기대응정책 실종 사태를 계기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위한 기후위기대응 유권자 직접행동 구상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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